그래요 저는, 사서입니다.
사서라는 직업을 천직이라고까지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꽤 내게 잘 맞는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만족했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부쩍, 뭐 어느 직업과 일상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학교도서관에 근무한 지 햇수로 6년차쯤 되고 보니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어요.
아마 2010년이었을 거예요.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도서관에서 소장중인 법정스님 책을 모아 작은 전시회를 만들었어요.. 미리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즉각적으로 행사를 기획해낼 줄 아는 살아 숨쉬는 사서" 라는 자만심에 한없이 우쭐해 있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이틀만에 당시 절판되어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그래서 중고가가 천정부지로 솟는다는 <무소유> 책이 사라졌었습니다.
몇 달 후에는 대구의 어떤 고등학교 사서선생님께서 전화를 걸어오셔서 당신도 난감해하시며 하는 말씀이, 그 학교 학생이 책을 분실해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구입해 왔는데 우리학교 직인이 찍혀 있어 혹시나 하고 연락해보았다네요. 아니나 다를까 그 책은 우리학교에서 분실한 도서였지요.
우연히도 사서의 손에 들어간 다른 사서가 지키지 못한 도서라니. 두 사서가 전화통을 붙잡고 망연자실하여 아무말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선배 사서들은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을 견디는걸까 궁금해 죽겠었지요. 제가 있는 도서관은 학교도서관이라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요. 내 사정을 아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동기, 선후배들은 이미 문헌정보업계를 떠난 후였어요.
그때 마침 느티나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이 <책따세>에서 재능기부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때다 싶어 득달같이 달려갔었구요. 그리고 질문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물었어요.
힘들때는 그냥 다른 생각말고
다른 사서들과 삼겹살이나 구워드세요.
어차피 이용자들이 완벽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줄 안다면 사서는 필요 없는거 아니겠냐고 말이죠.
그래 맞아요. 내가 뭐라고 이용자들을 계도하려 했던가요. 고작 청구기호 따위나 좀더 안다고, 주제별 책들이 어디에 꽂혀있는지 좀 알고 있다고 말이에요. 아이들은 그래서 아이들이고 이용자는 그래서 이용자며 사서는 그래서 사서인걸요.
그때부터 저는 분실도서 때문에 분실 방지기 설치를 고민하는 동료를 보면 쿨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분실방지기 설치하는 비용 기천만원과 유지비용으로 차라리 분실되는 족족 새 책을 사는게 비용대비 더 이익이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