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큰 아이

한 명의 아이가 졸업을 한다는 것은.

by 쌩긋

도서관에 매일 오는 6학년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었어요.

1학기 초부터 1년 내내 대출반납대 뒤에 서서 매일 대출반납창에서 대출과 반납이 되는 과정, 책을 찾는 과정 등 모든 것을 지켜봤어요. 그래서 그 어떤 어린이 도서부원보다 도서관 일을 잘 알았죠.

여름 방학이 지나고부터는 명예사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길래 하게 되었구요, 곧잘 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소통이 되지 않고, 그러다가 또 곧 다시 좋아지고, 또 안좋아지고 하는 반복의 나날이어요. 어느 날은 좀 수월하고 어느 날은 정말 이제 도서실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못된 생각이 들었던 날들.


어린이명예사서가 된 후에도 지우(가명)는 내내 늘 대출반납대의 뒤에서 박수를 치며 대출반납상황을 유심히 보거나 비교적 간단한 심부름을 했어요. 부쩍 말이 안 통하는 시즌이면 깁자기 불을 다 꺼버린다거나 책들을 던져버리거나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출입문을 잠궈버리곤 했죠.


그렇지 않아도 점심시간은 너무너무 바쁜데 저는 지우가 지루해하지 않을 소일거리도 제공하랴, 대출반납하랴, 다른 어린이 명예사서 단속하랴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듯 했어요. 그리고 많이 괴로웠어요. 내가 좀더 공부를 해야하는게 아닐까. 저 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가 어딘가 잘못된 건 아닐까..



그런데 그 즈음 우연히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게된 선생님들과 지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지우에게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을 듣거나 심지어 묻는 말에 대꾸를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저란 걸 알게 되었어요.


"나두 명예사서 하고싶다."

라고 지우가 직접 얘기했다고 하니 두분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셨죠.



미처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 깜박했을 때면 '지금 몇시예요?'라는 질문으로 도서관에 있는1-2학년 학생들은 교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지우.

무슨 일이 있어도 1시에 예비종이 치면 '안녕 계세요~'라고 꼭꼭 인사한 후 '응, 그래 잘가~' 라는 대답을 들으면 '다음은 언제예요?'라고 묻는 지우.

'응, 내일 와~'가 아니면 '응, 월요일에 오는거야.' 라는 대답을 들어야 교실로 돌아가는 지우.


그래도 이 애가 나한테 마음을 열어주고 있었구나...

그동안 힘들어하고 귀찮아지기 시작했던 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우도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어머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며 내미는 파우치를 받아드는 내 손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저는 한 것이 없거든요. 도서관이 했어요. 지우는 도서관을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한뼘 더 자랐습니다.


"도서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라고

우렁차게 인사하고, 꽃다발을 들고, 도서실 문을 왈칵 열어제끼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지우는 크고 넓은 햇살 속으로 걸어들어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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