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며 집안일을 하며.. 일에 집중할 시간을 찾아가는 하루 종일
다행히 뉴질랜드에서 다니던 회사와의 정리가 마무리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도 타격이 컸지만, 아이들 돌봐주시기로 했던 부모님들이 입국을 하지 못하시는 바람에,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순조롭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동안의 경력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한국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확진자 0명이라는 청정 뉴질랜드에서 왔어도 14일간의 자가격리는 철저해야 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아이들이 나와 보내야 하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나는 그동안 재택근무까지 겸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24시간은 그 어느 누구보다 바빴다. 아이들은 그래도 아이들이다.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고 시간을 보내주기 바라고 엄마의 손길을 직접 느끼고 싶어 한다.
반찬은 시키고 밥은 햇반이 대신해준다지만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신경 쓰는 것들이 결국 내 몫이었다. 하루 1시간씩 꼭 공부시키는 것도 포함이었다. 그래도 느려 터진 뉴질랜드의 많은 것들과는 비교되게 한국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쿠팡 로켓을 받았고 이마트의 쓱배송도 받았다.
뉴질랜드에서도 아이들 옷은 K-mart나 H&M 같은 곳에서 싸고 예쁜 것들을 구매할 수 있지만, 질 적으로는 한국 브랜드와 경쟁이 안된다. 내가 평소에 즐겨 찾던 보리보리도 반가웠다. 특히 '컬리수'라는 국내 브랜드는 '모이몰른'이라는 브랜드와 같은 회사인데 세일할 때 사면 7000원 이하도 구할 수 있다. 품질을 정말 좋다. 만원 밑은 말도 안 되는 품질이다. 모이몰른이 만 3세가 입기 좋다면 컬리수는 만 3세 이상에게 좋은데 세일할 때 잔뜩 쟁여두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http://www.boribori.co.kr/PlanShop?ThemeSeq=66528
아직 계약한 집의 입주일도 남았고, 뉴질랜드에서 배를 타고 오는 짐들도 도착 전이라 아이들과 거처할 펜션 같은 곳을 잡았다. 방도 두 개라 일하는 데 방해도 안 받을 것 같고, 아이들이 쿵쾅쿵쾅 뛰어놀아도 아래층에서 피해를 받을 사람들이 없다는 점에서 선택한 일이었다. 아래층은 카페를 오픈 예정인지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다행히 오히려 1층이 낮에는 우리보다 훨씬 시끄럽다. 밤에도 아무도 없어 내게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덜 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단 하나 단점은 침대 머리 쪽이 소파처럼 아이들이 올라타기 좋게 되어 있어 그 위로 올라타고 가서 뛰어내리기도 하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하루 한 두 번은 꼭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보다 더 간과한 것이 있었다.
첫째가 낮잠이 들어 이불을 챙겨주고는 거실로 향하는데, 둘째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방으로 달려가 보니 천장 가까이에 있는 60cm 정도 높이의 창문을 모두 활짝 연채 아이가 창문턱에 걸터앉아 있었다. 보통은 방충망이 고정으로 돼있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이 방충망도 여닫이로 되어 있어 아이가 방충망까지도 다 열어 버리고는 창문에 걸터앉아 있었다. 침대 헤드가 벽과 붙어 있어 침대를 밟고 침대 헤드를 디뎌 벽을 타고 창문 턱으로 올라간 것이다. 잠깐 사이에 눈에 안 보여 방으로 달려가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정말로 아찔 했다. 그 사이로 아이가 떨어져 크게 다치거나 잘 못 되기라도 했으면 나는 평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 침대를 벽에서 떼내려 있는 힘 없는 힘 다해 침대를 옮겼다. 그리고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발가락 밑으로 까지 철렁 떨어져 버린 내 심장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제자리로 올라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다. 그렇다고 돈을 버는 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데... 재택근무라고 생각 없이 집에서 애들도 볼 수 있어 좋겠다는 할머니들의 말에는 도무지 화도 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무시될 뿐....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Sticky Note (Window 10에 가젯처럼 있는 포스트잇 기능) 큰 글씨로 적었다.
'정신 차리자!! 아이들 안전, 교육, 건강 다 내 책임!! 덜 자고 더 정신 차려라!!'
나의 알람은 늘 새벽 5시에 울리고 그때부터 누구보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데도 매일 나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고3 수능 보던 시절 이후 내 삶에서 이렇게 치열해 지기는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였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집안도 돌보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그런 슈퍼맘이 되면서는 정말 시간표를 더 잘 짜야하고 돈도 시간도 모두 현명하게 관리하는 그런 독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은, 아파트로 가기에 정원에 잔디같은 것 신경 안써도 되고, (일반 가정집의) 치안걱정도 뉴질랜드에 비하면 정말 안해도 되고, 방과 후 활동을 내가 차로 문화센터 같은 곳으로 까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 (뉴질랜드에서는 기사 노릇을 늘 했어야 했다. 한국에 와서 재능교육을 신청했는데 많이 기대하고 있다.) 쿠팡이 내 쇼핑할 시간 절약해 준다는 거, 반찬은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해서 배달해준다는 거 (돈만 내면), 온라인 뱅킹 하나로 펀드도 예금도 관리할 수 있다는 거. (뉴질랜드에서는 온라인 뱅킹은 그저 돈만 보내고 받는 정도지 한국처럼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그래도 좋은 점이 너무 많다. 그 좋은 점으로 위로를 받아 보련다.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우아한 재택근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출퇴근 시간 절약했고 아이들 밥 내 손으로 해서 먹였고, 잔소리하고 혼내느라 기운도 빠졌지만 여러모로 시간과 에너지 절약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재택근무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여전히 어린이집, 유치원, 친정 찬스, 시댁 찬스들을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렇게 치열하게 산 날들을 보상받는 날이 올까? 부디 그날이 올 거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