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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Jun 07. 2020

미국 코로나 19의 확산은 평등하지 않다

 빈부격차, 인종간 불평등, 경제적 박탈감으로 인한 약탈 

미국 코로나 19의 확산은 평등하지 않다.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의 불평등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고 수많은 미국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바이러스일까 아니면 가난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세계 1 경제 대국 미국에는 뿌리 깊은 '흑백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미 중앙은행(Fe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백인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17만 1000달러지만, 흑인 가구는 그 10분의 1인 1만 7600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흑인 가구의 연간 소득은 백인의 60% 불과하며 흑인의 실업률은 16% 달한다


이런 빈부격차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상속액 차이로 인한 태생적 빈부차, 근로소득 차이의 주요 원인인 학력 격차, 높은 실업률 그리고 낮은 임금이다. 


미전국에서 흑인의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는 다른 인종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리노이주 시카고, 위스콘신주 밀워키, 루이지애나주 등에선 사망자의 70%가 흑인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 내 흑인은 전체 인구의 30% 수준인데 피해를 본 사람 대부분은 이들인 것이다. 


미국 코로나 19는   인종적 역학이 작동하는가?  


소득과 건강


연간 소득이 백인의 60%밖에 안 되는 대다수 흑인들의 식단은 건강식과 거리가 멀다. 흑인의 평균 수명은 백인에 비해 8년 이상 짧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국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수많은 흑인들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 또는 패스트후드에 의존한다고 한다. 흑인들은 당뇨병과 심장질환, 폐와 면역체계를 악화시키는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이들은 전염병에 더 취약하고 코로나 19에 걸렸을 때 치명적이라고 한다. 물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가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불안전한 직장과 저소득으로 흑인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백인 및 다른 인종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은 사회안전망이 없고 공공의료서비스가 매우 취약한데 흑인들은 기저질환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 19가 퍼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19로 4200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 그리고 연 소득 4만 달러 이하 가구 중 40%가 실직했다는 분석으로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은 심했다.


거주환경 


코로나 19처럼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거주환경도 문제다.  집에 환자를 격리할 공간이 있는지, 재택은 가능한지, 집안의 청결도와 주위 환경은 어떤지 중요하다.  고속도로, 산업지대, 소각장 또는 매립지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면 잠재적 위험 요인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흑인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는 비율은 놀랍도록 높다'면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백인 거주지에 비해 감염률이 3배나 높고 사망률은 거의 6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보도했다.  


직업적사회적 요인


미국 흑인 중 상당수는 청소부, 버스 기사, 상점 직원, 간병인 등으로 일하고 있다. 직접 손님을 응대하면서 일하는 ‘프런트라인(frontline)’ 업종에 많이 종사하고 있어 코로나 19 감염률은 백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현장에서는 안전거리 확보가 불가능하고 업종에 따라서는 숙소 생황을 해야 하며 농장 노동자의 경우 살충제 과다노출로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뉴욕의 흑인 버스 기사는 손으로 가리지 않고 가까이서 기침을 했던 승객과 접촉 나흘 만에 확진자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확산 중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하지만 나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그래서 일해야 한다"며 울먹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속적인 소득과 충분한 자산이 있고 업종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은 폐쇄를 버틸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프런트라인 종사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들은 거리와 일터로 나가야 한다.  


미국 코로나 19 사망자의 70%가 흑인인데 그들은 흑인이라서 마스크 쓰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리노이주에서 흑인 남성들이 마스크를 쓰고 월마트에 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 일이 있었다"며 "이들은 마스크를 썼다가 범죄자로 취급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흑인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시위와 약탈 


경찰에게  목이 짓눌려 “숨을  수가 없다”라고 호소하다 숨진 플로이드는 사후 코로나 19 양성자로 밝혀졌다. 그는 코로나 19로 일자리를 잃었고 20달러 지폐로 담배  갑을 사려다가 이를 위조지폐로 의심한 직원의 신고로 체포됐다그의 죽음은  ‘미국의 비극이다.


이번 플로이드 사건은 뿌리 깊은 인종 간 불평등 그리고 코로나 19 대량실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으로 누적된 분노가 폭발된 것이다.  낮에는 ‘평화와 평등’을 외치는 시위대가 있고 밤이면 혼란을 틈타 약탈하려는 범죄자들이 루이뷔통과 구찌 매장으로 몰려가 양손 가득 명품을 들고 나왔다. 이는 플로이드의 부당한 죽음을 항의하는 모습이 아니다. 극복할 수 없는 빈부격차 그리고 경제적 박탈감을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와 미국, 빈부격차, 인종 차별 그리고 경제적 박탈감으로 인한 약탈… 미국은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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