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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Aug 09. 2020

'월세'는 무섭다

서민에게 월세는 족쇄다

월세는 무섭다. 취업을 못해도, 실직을 해도, 병이 나서 일을 못해도, 사업이 망해도 월세는 내야 한다. 그리고 월세 내는 날은 꼬박꼬박 돌아온다. 아니 돌아서면 또 온다.  전세에 살면 실직을 해도 우선은 김치와 콩나물로 버틸 수 있으나 월세는 봐주지 않는다.


미국의 노숙자 인구는 350만 명이 넘는다.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강대국인데 노숙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집값과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월세가 가장 큰 이유다. 대도시의 월세는 서민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리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길가로 내몰린다. 노숙자 중에는 마약, 알코올 중독, 도박, 정신질환이나 가정폭력 때문인 사람도 많지만 노숙자 4명 중 1명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심지어는 투잡을 뛰는 경우도 있다. 미국 IT 심장인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에는 집을 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월세조차 힘들어 차량이나 캠핑카에서 살고 있는 '차량 거주 홈리스'가 거리를 점령했다. 이들은 차에서 쪽잠을 자고 인근 대학 체육관에서 간단한 샤워와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한 달에 15달러를 지불한다고 한다. 


미국의 코로나는 유사시 아니 전쟁이다. 노동부는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실업자는 대략 3200만 명에 달하고 지난주(7월 12∼18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142만 건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다가구 위원회 (National Multifamily Housing Council)의 통계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의 세입자들이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미국의 대다수 주정부는 퇴거 중지 명령을 통해 세입자가 월세를 못 내도 집주인이 강제 퇴거시킬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 같은 퇴거 중지 명령은 대부분의 주에서 8월이면 종료될 예정이다. 퇴거 중지 명령이 사라지면 2800만 명의 세입자가 강제 퇴거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노숙자 비율이 20-40% 증가해 150만 가정이 노숙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실직 후 3개월 내 재취업에 실패하면 노숙자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유사시 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제적 웰빙 보고서'를 보면 성인의 40%가량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비상금 400달러 (48만 원)가 수중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수리비나 냉장고가 고장 나서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해야 할 때 40%는 돈을 빌리거나 무언가를 팔아야 하거나 또는 전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인 절반 이상은 응급상황 시 대처할 비상금이 1000달러 (120만 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일까? 서민들은 수입의 50-70%를 그 무서운 월세로 다 써야 하기 때문이다. 월세 내기 바빠서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살다 보면 코로나가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힘든 때가 찾아온다. 그럴 때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우리 한국만의 '전세'다. 미국 친구나 미국에서 자란 아들에게도 한국의 '전세'제도를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부러워한다. "월세에 살면 된다" "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는 세상 물정 모르는 말이다. 서민에게 월세는 족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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