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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Dec 12. 2020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

집 한 칸 마련은

이제 미국이나 한국도 집 한 칸 마련하는 데 있어서는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 열심히 정직하게 일해서 저축하고 종잣돈을 마련한들 내 집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낳는 세상이다’.  푼돈의 저축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모두는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은 사라지고 불안하다. 


과거 미국에서는 집값의 20%를 손에 쥐면 나머지는 은행융자를 받아 내 집을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물경기와 상관없이 대도시 부동산 시장은 폭등했다, 인구밀집 그리고 이민자 폭증과 더불어. 특히 중국의 문이 열리면서 무섭고 거대한 중국돈이 미친 듯 몰려왔다. 마치 미국의 일개미들을 비웃기나 하듯 …그리고 미국의 집 구매 원칙이었던 20% 다운에 은행융자는 짓밟혔다. 


미국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현금 오퍼다. 바이어가 은행융자를 받지 않으므로 개인 신용등급이나 주택 감정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2주 안에 거래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러가 받는 여러 개의 오퍼 중 현금 오퍼는 무조건 일 순위다.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 상당 부분 은행융자를 받아야 하는 바이어는 집을 얼마에, 어떤 조건에 사겠다고 셀러에게 제출하는 오퍼에서 매번 떨어진다, 현금 오퍼에 밀려서. 


시애틀 좋은 학군의 집을 구입한 내 조카는 거의 일 년간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녔고 은행융자를 신청해야 했기에 번번이 떨어졌다. 매 번 오퍼에는 장문의 눈물 나는 편지와 심지어는 귀여운 아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도 첨부했다. 셀러에게 현금 오퍼는 아니지만 이 집이 얼마나 맘에 드는지 그리고 토끼 같은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이 집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돈 많은 아시안 특히 중국인이 많은 동네에 새로 분양하는 집 모델하우스에 가면 미국인 직원은 대놓고 물어본다. “현금으로 구입할 거지?’라고… 미국에서 자란 청년이 죽도록 일해서 집값의 20%를 겨우 모았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얼마나 박탈감을 느낄까. 


집 한 칸 마련하기가 이렇게 더럽고 치사해서 ‘아메리칸드림’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부동산 폭등은 일할 맛, 살 맛을 잃게 한다. '그때 집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집 값을 어떻게 따라갈 것이며 사지 못한 사람의 상실감, 박탈감 그리고 자괴감은 어찌할 것인가?  


아무런 말로도 설명이 안된다. 그저 새로운 부동산 신조어만 늘어간다. 벼락 거지, 영끌, 마통, 패닉 바잉, 부동산 블루, 부동산 카스트, 그리고 이생집망 (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열심히 일해도, 알뜰히 모아도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다면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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