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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Jun 16. 2021

나도 갓 구운 빵이 먹고싶다

미국에서 갓 구운 빵을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른 새벽에 튀겨져 나온 도넛과 베이글 전문점에서 구워낸 베이글이 고작이다. 


넓디넓은 미국 땅덩어리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빵도 어쩔 수 없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다. 샌프란시스코라면 몰라도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빵집도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효기간이 일주일 또는 열흘이나 되는 공장에서 만든 빵을 사 먹는다.


그리고 나는 공장에서 만든 빵에 대한 나쁜 추억이 있다.  


동부 코네티컷주의 월링포드(Wallingford)라는 작은 동네에 약 일 년간 살 때다. 그곳은 미국 동부의 작고, 예스럽고 허름한 동네였다. 모든 식재료와 간식거리는 유일한 대형마트인 월마트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어느 날 장을 보면서 노란색 크림 카스텔라 같은 빵이 내 눈에 들어왔고 한국 빵에 굶주린 나는 그걸 덥석 집어 들었다. 역시 미국 빵이었다. 노란 빵은 푸석거리면서 시큼했고, 크림은 너무너무 달아서 아렸다. 나는 그 노란 빵을 ‘버려야지’ 하면서 부엌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그때가 6월 초였는데 그 동네는 벌써 폭염에 매일같이 비가 내렸고 몹시 습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가서 장장 3개월을 지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생각이 났다. 부엌 카운터에 올려놓은 그 노란 빵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심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그 빵에는 벌레가 생겼을 것이고, 벌레가 창궐해서 온 부엌과 집안을 뒤덮으면 어쩌나 하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노란 빵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3개월 전 그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방부제를 들이부었을까, 크림은 뭘로 만들었을까’ 등등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때부터 나는 공장에서 만든 빵이 무서웠다. 


그러나 내게 별다른 선택권은 없다. 한인타운이 잘 형성된 동네에는 한국에서 온 파리바케트 또는 뚜레쥬르가 있어서 당일 구워낸 빵을 만날 수도 있으나 매번 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제빵 장비도 기력도 부족하다. 여전히 유효기간이 많이 남은 공장 빵을 사 먹는다.

  

미국 빵은 주식이라 그런지 식빵과 베이글이 주종이고 한국 빵처럼 맛과 모양이 다양하지 않다. 그리고 케이크는 너무나 달고 색소가 짙은 버터크림으로 뒤덮여 보기에도 엄청 부담스럽다. 


한국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천연발효 빵, 우리 곡물로 만든 빵 그리고 명장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빵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먹어보고 싶다.

 

갓 구운 건강한 빵은 지친 마음을 달래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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