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스터리는 삶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사랑은 인생의 소금이다. - 타고르
Love is the salt of life. - Tagore
사랑이란 말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 또 있을까? 수많은 철학자와 현인이 사랑에 대해서 정의했고, 수많은 시인과 작가가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인간 정신생활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며,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기도 한, 사랑. 사랑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인간 생활은 근본적으로 타인과 상호 관련되어 있다. <나>는 끊임없이 <너>를 원하고, <나>와 <너>는 서로 사랑하기를 갈구하게 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이다.
아기로서 맨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생각해보자. 아기들이 태어나서 몇 시간씩 반복적으로 우는 것은 ‘유기’의 공포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질 것 같은 공포에 사랑을 확인하고자 반복적으로 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본능적인 욕구도 있겠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과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만족은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존재의 근원이 된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먼저 부모의 사랑 때문이다.
인류에게 타인과의 정신적 육체적 일체감을 추구하는 욕망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진행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람에 의해서 존재할 수 있고, 사랑에 의한 기쁨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의 증거로 느껴진다. 삶에서 사랑을 제거한다면 남는 것은 빈 껍데기의 생활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랑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역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사랑의 상태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 안에 잠재한 능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상대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사랑은 서로가 희망하는 목표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힘껏 당겨 주고 밀어준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의 신경과학자인 마이클 미니 (Michael Meaney) 교수는 우연한 관찰을 계기로 애착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새기 쥐들을 어미 쥐가 있는 우리에 넣었다. 그러자 어떤 어미 쥐들은 새끼 쥐의 맥박이 차분해질 때까지 핥고 쓰다듬으며 다른 어미 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새끼 쥐를 안정시켰다. 미니는 이러한 모성의 차이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하루 8시간씩 가까이서 쥐 가족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어미들은 새끼들을 핥고 쓰다듬는 데 훨씬 더 많은 (약 50% 이상) 시간을 보냈다. 새끼 쥐들은 100일이 되자(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 후반), 여러 스트레스 검사와 지능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미니가 사용한 주요 행동 측정방법 중 하나는 오픈 필드 실험이라는 간단한 설계였다. 쥐를 5분간 둥근 상자 안에 넣어놓는다. 겁을 먹은 쥐들은 상자 가장자리에 달라붙어 있으려 한다. 마치 10대들이 학교 댄스파티에서 구석에 박혀 있으려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불안함을 덜 느끼는 쥐들은 주변을 탐색하고 음식을 찾아 가운데로 나선다. 미니의 자료에 따르면 다정한 어미 쥐들이 낳은 새끼 쥐들은 평균 35초를 상자의 중앙에서 보냈다. 반면 어미 쥐들이 잘 핥아주지도 않고 쓰다듬어주지도 않았던 새끼 쥐들은 5초 미만의 시간을 보냈다.
비슷한 패턴이 다양한 분석과 측정 결과에도 나타났다. 사랑받고 자란 쥐들은 다른 쥐들에게 덜 공격적이었다. 갇혀 있을 때에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더 적었다. 갇혀 있을 때에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더 적었다. 미로도 더 빨리 찾아냈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다른 쥐들에게도 열심히 배우려 들었다. 자신의 새끼 쥐들도 잘 보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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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니는 이러한 애착의 감정이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지 보여주었다. 어미 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쥐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수용체가 더 적었고,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키는 화학물질의 수용체가 더 많았다. 그들에게는 편도체(Amygdala)처럼 두려움이나 걱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질 부위의 활동이 약하게 나타났다. 학습이나 기억과 관련된 피질 부위인 해마(Hippocampus)에서 신경 접합부의 성장도 활발했다. 어미 쥐의 보살핌으로 만성적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유전자 정보가 활성화되면서 DNA도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신경학적, 유전적 차이로 인해 다정한 어미 쥐들이 키운 새끼 쥐들은 새로운 실험 상자나 낯선 실험자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인생의 대변화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단지 기쁨의 원천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일종의 보호물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서로가 거울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를 알 때에, 자기가 상대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랑의 상태에서는 그전에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러나 사랑은 상대방을 구속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상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가 그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사랑으로 말미암아 상대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내 사랑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하는 일은 단지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의해 사랑해야 서로가 독립적이면서도 하나가 될 수 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은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에서 ‘훈련, 집중, 인내, 신념, 겸손'을 사랑에 필요한 특성으로 열거하면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을 지키는 법 A Book about Love>의 조나 레러 Jonah Lehrer 저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 사랑한다면 애정 어린 손길이나 멋지다는 칭찬 한마디를 건네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는 보통 부정적 상호작용이 하나라면, 긍정적 상호작용은 다섯 개였다. 예를 들어 뽀뽀를 하거나 아무 일에나 칭찬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혼을 앞둔 부부 사이에서 이 비율은 일대일에 가까웠다.)
- 사랑한다면 잡다한 일이나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라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고 느끼는 여성은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 사랑한다면 격한 언쟁을 할 때 배우자 쪽으로 몸을 돌리고 얼굴을 마주해라 (6년간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함께 사는 부부는 헤어진 부부보다 말다툼하는 동안 서로를 바라볼 확률이 2.5배 더 높았다. 이런 자세는 싸움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 사랑한다면 함께 앉아 저녁을 먹고, 긴 산책을 하고,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하며 가까워질 시간을 만들어라 (2008년 매사추세츠 대학 애머스트 캠퍼스의 연구자들이 진행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결혼생활 만족도는 부부가 여가시간을 얼마나 함께 보내는지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삶이 힘들어 내면이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랑이 있어 견딜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사랑이 우리를 무르고 나약하고 버릇없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상대를 위해 헌신할 의지와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에너지가 가득하다.
사랑은 행복의 핵심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 감정이다.
우리는 사랑을 받음으로써 사랑하는 법을 운다.
인생의 의미는 곧 사랑이며, 사랑의 미스터리는 삶의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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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Maternal care effects on the hippocampal transcriptome and anxiety-mediated behaviors in the offspring that are reversible in adulthood https://www.pnas.org/content/103/9/3480
조나 레러 Jonah Lehrer의 <사랑을 지키는 법 A Book about Love>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