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오늘은 토요일을 핑계삼아 기상은 7시 넘어 하였다. 내 기준 미라클 모닝이라 하기엔 좀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어제 새벽기상 후 업무를 보느라 일지를 쓰지 못하여 그것을 메꾸고 싶은 마음에 일지를 남겨본다.
밴쿠버에 살게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주말에도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습관이다. 오늘은 내 기준 늦은 아침 기상이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주말 이 시간이면 이른 기상이다. 여기서 이런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은 어떻게든 나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지만, 여기 자체가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그렇게 되는 기분이다.
나의 완전한 토요일 아침은 일찍 기상을 하고 (새벽이거나 이 시간이거나), 세수만 하고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서 커피숍에서 라떼와 함께 독서를 하고 난 뒤 Gym에 가는거다. 이 루틴이 깨지면 찝찝하고 괜히 숙제 안한 느낌이 들고 그러하다.
여기 커피숍은 대부분 일찍 연다. 적어도 아침 7시~7시 30분에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신 일찍 닫는다. 오후 5시나 6시. 한국에 있을때는 퇴근하고 곧장 들어가기 싫을때 카페에서 멍때리거나 독서를 하는 것이 소소한 재미중에 하나였는데, 여기서 그건 거의 불가하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카페는 아침, 낮, 저녁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장소라면, 여기서의 카페는 주로 아침과 낮의 영역을 담당한다. 한국의 '저녁' 카페 역할은 혼자서 숨 돌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소셜라이징의 장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의 카페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들르거나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는 곳, 사람들과 낮에 잠시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포지셔닝된다. 카페의 영역에 저녁은 없다.
회사에서 최근에 알게 된 한국인 동료가 있는데, 20살 경 건너왔다고 하였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여기서의 생활이 한국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식상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토픽에 이르렀다.
'여기는 밤 거리가 정말 조용하죠? 한국은 시끌벅적한데'
'네, 저는 한국에서 퇴근하고 잠시 카페 같은데 들려서 숨 돌리는게 하나의 위안이었는데 여기는 그런게 거의 없네요'
'여기는 집 문화에요. 집에서 만나고 파티하고, 모임하고. 밖에서 만나는게 비싸기도 하고 갈만한 곳들도 한정되어 있기도 하구요. 다들 집에서 많이 노는 문화.. 어디 초대받아서 갈라치면, 아주 한산한 거리와 초대받은 집에 들어갔을때의 시끌벅적함이 대비되긴 하죠'
당연히 알았던 사실인데, 이 얘기를 들으니 과연 그렇다 싶다. 한국은 밖에서 모임할 만한 곳들이 사방에 널려있고 거리에도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이 항상 북적북적 하다면, 여기는 항상 한산-한 느낌. 다운타운 쪽에 나가면 그래도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과 대비하면 여전히 듬성듬성하다.
며칠전 언니가 보낸 문자 중에 캐나다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고독을 느낀다고 하는데 넌 어떠냐 물어보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언니도 호주에 살고 있기에 그 감정을 누구보다도 가장 알 것이라 그 고독감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고독...응 고독하지 고독혀....' 이걸로 모든 느낌을 전달할수 있었다.
고독이라. 모든 사람은 외롭고 고독하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고독하고, 바쁜 도시에 있어도 고독하고 한가한 곳에 있어도 고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여기로 이주한 후로 '고독감'이란 단어는 그 어느때보다도 가깝게 느껴진다. 편하게 얘기할 친구도 없고 북적북적한 하우스 파티나 모임에 초대받을 정도로 가까운 네트워크도 없다 (이렇게 쓰고 보니 처량하게 들리긴 하다)
그러나, 그 고독감의 좋은 측면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여기 와서 직장생활 하면서 아주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쭉 경험하면서 도중에 포기하고 가고싶었던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고독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 한국이었다면 아마 사람들을 만나 불만섞인 목소리로 술잔과 함께 스트레스를 토로하며 어떻게든 떨쳐버리려 했을거다. 여기엔 큰 장점도 있지만, 하나 놓칠 수 있는게 내 안에서 그 감정을 소화하고 돌이켜보는 것이 종종 부족할때가 있다는 거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곰씹어보는 느낌보다는, 이걸 내가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내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부족했다는 거다. 책장을 대충 넘겨보다가 나중에 이르러서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게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고독의 시간이 많다보니 내 자신을 좀 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간,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연습해보는 시간들을 예전보다 자연스레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이는 안좋은 상황을 곰씹으면서 자괴감을 더 크게 느끼는 방향으로도 뻗어가며 나를 가끔은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나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그 동료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고독합니다 고독해요.. (잠시 쉬고) 그런데, 흠 생각해보니 고독한게 또 좋기도 해요'
인생을 둘러싼 모든 것들엔 다 양면이 있다. 아니, 양면보다 더 많은 면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것을 더 실감하게 된다.
오늘의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