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이란
기상: 6시
착석: 6시 30분
간밤에 잠을 설쳤다. 잠이 잘 오지도 않았고, 겨우 잠들어서는 두번을 깼다. 그러다보니 알람이 울려도 몇번 끄기를 반복하다가, 에라 하는 심정으로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세수와 양치를 해도 노곤함이 지금까지도 약간 남아있다.
오늘 아침엔 박완서님의 에세이집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마무리하였다. 마음에 남는 부분들이 꽤 있지만, 그 중에서도 '보통사람'에 대한 박완서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아래에 옮겨 적어본다.
<보통으로 살자> 중에서
1975년
보통 산다는 것에 대한 내 나름의 구체적인 풀이를 해 보면 대강 이렇다.
건전한 가장이 착실한 직장에서 불안 없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그저 살 만한데, 그 살 만한 정도가 아이 들을 실력 있는 대학까지 보낼 만하고, 따라서 납입금 때문에 아이들이 위축되거나 비참한 느낌을 맛보는 일은 없 으되 비싼 과외 공부까지 시킬 돈은 없고, 용돈엔 짠 편 이지만 책이나 학용품을 산다면 비교적 후하고, 옷은 초라하지 않게 입고 다니지만 알고 보면 형제끼리 물려 입고 바꿔 입은 거거나 값싼 기성복이고, 그렇다고 그런 것에 불만은 거의 없고, 먹는 것에 제일 신경을 쓰지만 아주 잘 먹고 사는 편은 못 되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가족끼리 큰마음 먹고 외식도 하지만 기껏해야 불고기나 통닭 정도고, 제 집은 지녔으되 좀 더 나은 집으로 가고 싶은게 가족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오면 창피할 정도는 아닌, 어쩌면 약간은 자랑스럽기도 한 가족들의 오밀조밀한 보살핌이 고루 미친 집이고, 생활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생활 기구는 겨우겨우 갖췄으되 아직도 갖고 싶은 악기니 전기 기구, 가구 등이 많아 아빠는 해마다 내년이면 사 준다 후년이면 사 준다 공수표를 떼어서 신용이 약간 떨어졌어도 가족들의 아빠에 대한 친애감은 변함이 없고, 엄마는 아이들의 입학금이나 장차 있을 큰일에 대비해 계나 적금을 한두 개쯤 부으면서 식구가 급한 병이라도 났을 때 당황하지 않을 만큼 의 은밀한 저금통장이 있는•·••• 뭐, 이 정도로 해두자. 그러니까 기계가 부드럽게 돌기 위해서 알맞은 양의 기름을 쳐야 하는 것처럼 한 가정이 가족끼리의 친애감을 유지 하면서, 제각기의 삶도 즐겁게 영위하기에 알맞은 만큼만 돈이 있는 집을 보통 사는 집으로 치면, 기름이 너무 없어 부속품끼리 쇳가루를 떨구며 마멸해 가는 상태는 가난이겠고, 기름이 너무 많아 기계를 조이고 있던 나사까지 몽 땅 물러나 기계의 부분품들이 따로따로 기름 속을 제멋대 로 유영하는 상태가 아마 부자이겠다.
(중략)
그러니깐 부자는 자기네 부자 사회와 보통 사는 사회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난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극빈자 역시 자기네의 가난과 더불어 보통 사는것까지는 이해할 수 는 있을지는 몰라도 재벌의 생활에 대해선 이질감 내지는 복수심밖에 동하는 게 없다.
결국 아래위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층이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돈이 귀하다는 것도 알 만큼은 알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는 바꿀 수 없고,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아낄 줄도, 남을 위해선 쓸 줄도 알고, 자기 일, 자기 집안일 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더라도 크게는 관계되는 사람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그른 일, 꼬인 일, 돼먹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 그런 일로 잠못 이루는 밤을 가져야 하는 양식의 소유자도 이 보통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보통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들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보통'이라는 것은 달성하기 쉬운 것인줄만 알았는데, 인생을 살다보니 '보통'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처럼 대단한게 없는것 같다.
'제각기의 삶도 즐겁게 영위하기에 알맞은 만큼의 돈'에 대한 생각도 시시때때로 변하고 남과 비교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때면 그간 생각했던 보통의 기준은 출렁대어 마음도 함께 출렁대기 일쑤다. 한 가정이 가족끼리의 친애감을 유지하는 것은 진정 보통의 가족 기준이 될수 있을텐데, 가족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환경, 본인이 보고 싶은 대로 상황을 보면서 점점 좁아가는 시야로 가족과 주변 친족들을 비난하는 상황을 흔하게 봤고, 이는 우리 가족에게서도 볼 수 있는 단면인지라 내가 내 자신에게 우리 가족이 '보통의 가족'이냐 라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고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통'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즐거이 일을 하고 그 댓가로 가족을 잘 부양하는 삶, 큰 욕심 없지만 원칙을 지키며 투자해서 어느정도 여유자금에 이윤을 낼 수 있는 삶, 가족과 대화를 주고받는 삶, 설사 마찰이 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가족간 친밀감을 유지하는 삶,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삶, 건강을 챙기고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유지하는 삶,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말고 질 좋은 물건을 사서 고이 잘 쓰는 삶, 가고 싶은 곳들을 리스트업 하고 고르고 골라 가끔의 행복한 여행을 즐기는 삶.. 그런 보통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일은 많고 챙겨야 할것도 많은 요즘이다. 이 또한 보통의 삶의 일면이니 드라마틱하게 받아드리려 하지 말고 보통의 삶을 차분히 잘 살아내보자.
오늘의 기록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