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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이 Apr 09. 2023

그녀의 이름은

21. 03. 30 제1사라교


바람을 타고 벚꽃비가 내린다. 하늘은 파랑과 연분홍빛으로 가득하다. 바람과 춤추다 떨어지는 벚꽃잎은 눈가를 적시고, 봄의 설렘이 마음 한켠에서 꾸물꾸물 거린다. 봄이다! 새싹처럼 기지개를 펴고 출발 할 때인 건 분명하다.

길을 걷다보면 발에 치이는게 벚꽃일 정도로 전국 각지엔 벚꽃이 만발이다. 그뿐이랴. 지자체마다 봄이되면 의례적으로 벚꽃 축제가 행사로 잡힐 정도로 대접받는 벗꽃은 연예인이다.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한다지만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코로나19로 2년 동안 모든 벗꽃 축제가 취소에 이르렀다.

그걸 알고있는지 벚꽃은 더욱 크게 기지개를 펴고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났다 저울질에 재미를 붙였다. 풀꽃이 아니라면 크게 관심이 없는 나조차 설래게 만드는 재주는 인정할만하다. 제주는 벚꽃은 바람에 흩날려 꽃잎이 져가지만 타지역에선 벚꽃의 춤사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텅빈 꽃밭을 즐기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두가 움추려 있을때가 제격이다. 가야할까? 참아야 할까? 

눈을 휙 돌리면 벚꽃을 마주하기 딱 좋은 날이다. 향기는 없지만 외모는 아리따운 분홍 꽃치마 입고 파티에 나선 한 나라의 공주님이시다. 팔랑팔랑 흔들리는 치마를 보며 어찌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웃도어 복장에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이지만 텅 빈 길 위에 공주를 만난 난 왕자가 된다. 눈을 지그시 감고 봄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그녀의 이름은 분홍빛 "벚꽃", 굴레로 빠지고 싶지만 벗어나야 한다.  


굴레의 감옥에 갇혀 즐기는 사이, 20분이란 시간을 줄곧 한곳에 머물렀다. 0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처럼 넘어가는 해를 따라 길을 나서야 한다. 여유로움도 여기까지, 밤의 달이 찾아오기전 집에 닿길 바랄뿐이다. 이제 떠나가는 너도 더 이상 날 붙잡지마! 그녀의 이름은 벛꽃이라지만 나에게 꽃뱀이다. 그녀와 사랑 놀이는 여기까지.

광령리 1사무소에서 시작하는 올레 17코스이다.  빼곡한 빌딩숲속을 빠져나와면 농로길, 농로길에서 바싹 마른 광령천을 따라 걷다보면 봄꽃이 때론 마중을 나온다. 쓸쓸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 봄이 가져온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혼자라는 생각마저 싹싹끍어 지난간 자리에는 웃음만 입가에 남겼다.

4.5km를 달려왔고 앞으로 13km가 남은 상황에 때아니게 목이 마르고 배까지 고프다. 봄이란 녀석은 식곤증이란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졸음을 선사한다.

10첩 반상이 놓인 식당도 아니다. 볼품없는 크림빵 하나와 목을 축여 줄 생수 한병뿐이지만 금보다 귀하다. 두 개의 다리 창오교와 외도교를 건너 광령천이 흘러 바다를 만나는 곳까지 6km다. 온전하게 집으로 귀가할 시간이 그려지지 않는다. 

밭과 돌담이 지긋지긋해질때 쯤 2여시간을 더 달려 바다와 조우한 나.  빵 하나로 위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뱃가죽과 갈비뼈 사이 장기는 등짝과 서로 붙어 숨쉬기 마저 쉽지 않다. 한발 내딛기가 이렇게 힘들게 느껴졌던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하얀 포말을 물로 몰려오는 파도소리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슥싹슥싹 비빔밥으로 들려온다. 길독으로 인해 지칠때로 지친 몸은 아직 그녀를 잊지 못했다. 바람에 튕긴 파도의 눈물은 꽃잎의 간지럼으로 여겨졌다. 파도소리도 그 파도의 눈물도 배고픔의 초기 증상임이다. 정오가 한참 지났지만 약을 먹을 시간이다.  



 . . 들녁과 마을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6km가 남았다. 크림빵과 물로 버틸 수 있을까? 


광령천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순간 두 개의 다리를 건너 

봄에는 식곤증이 몰려온다고 하는데 배를 채운 다음 걸으면 졸음에 빠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거한 밥상을 차리는 건 아니다. 언제나 그랬던 소소한 음식. 뚜벅이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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