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퇴사 여행지, 너를 잊지 못할거야.
우리의 첫 퇴사 여행지는 베를린이다. 12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했지만 다음날 아침 바로 베를린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공식적인 여행(?)일정은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사실, 이번 여행을 하며 가장 기대되는 도시 중 하나가 베를린이었다. 트렌디한 도시의 느낌을 좋아하는 내게 베를린은 꼭 가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였다. 패셔너블하고 힙한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 그곳에 가면 나도 꼭 그러한 베를리너가 될 것만 같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는 ICE 기차로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전날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시차 적응도 못한 상태였지만 베를린에 간다는 생각에 이동하는 내내 잠을 못 이루었다.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은 생각했던 것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강했다. 서울보다 면적이 크지만 인구수는 적은 도시라 그런 것일까.
베를린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베를린과 독일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가보고 싶었던 편집샵에 가는 것.
예쁜 공간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 부리는 것.
그래서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찾았다. 편집샵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출국 전 이것저것 정보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다.
전 세계적으로 플랜 테리어가 열풍인가 보다. 이곳도 곳곳에 커다란 식물을 배치해둬서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은 베를린의 주요 명소를 투어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베를린의 역사적 배경을 알기엔 역부족일듯하여 가이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거지만 어느 장소든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서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을 추모하는 공원이다. 이곳의 면적은 서울 시청 앞 광장보다 넓은 크기라는데, 광장 안에 가득 채워진 비석모양은 그 크기와 높이가 모두 다르다고 한다.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이러한 광장을 설립해두고 지난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독일인의 정신이 새삼 놀라웠다. 우리도 저 공원에서 만큼은 숙연해지더라.
그리고 베를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베를린 장벽도 방문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눴던 장벽의 흔적은 시내 곳곳에 남아있었다. 장벽 모양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고, 장벽이 허물어지고 도로가 생긴 곳은 장벽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표식이 남아있었다.
독일 베를린 장벽에 있었던 검문소와 프로이센이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지었다는 전승기념탑, 개선문, 베를린 돔 등 주요 명소들을 알차게도 돌아다녔다.
박물관도 찾았다. 베를린은 박물관의 도시답게 박물관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하나의 박물관에 많은 것들을 비치해둔 다른 도시의 박물관과는 달리 박물관 섬이라는 불리는 곳에 총 5개의 박물관을 지어두고 테마에 맞게 박물관을 나눠두었다. 우린 그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고대 컬렉션을 만나 볼 수 있는 페로몬도 박물관을 찾아 오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쇼핑도 실컷 했다.(물론 여행경비가 빠듯한 우리는 사진 않고 눈으로만 실컷 담아왔다.)
그리고 여행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맛있는 음식과 맥주도 실컷 먹었다.
베를린은 어찌 보면 구경할 것 별로 없는 심심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곳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에겐 그러한 이미지가 큰듯하다. 하지만 내게는 슬픔과 기쁨, 설렘 등의 감정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였다.
여행 8일 차에 접어든 현재, 베를린보다 훨씬 웅장한 풍경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 벌써,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의 그 설렘이 그립다. 아마도 우리의 첫 퇴사 여행지라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