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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Oct 25. 2017

열한 계단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 채사장

올해 서울대생들이 뽑은 인기도서 1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 사장님이 쓴 책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갔는지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책입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생각도 같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채사장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불편한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불편한 책은 자기만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불편한 책이란 읽기 어렵거나 까다로운 책이 아니라 자기가 기존에 생각했던 틀을 깨 주는 책입니다.


첫 번째 계단. 문학 - 죄와 벌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영웅)의 차이는 궁극적인 선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채사장은 죄와 벌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저한테 그런 충격과 영향을 주었던 책은 데미안이었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 계단. 기독교 - 신약성서

어릴 때 2년 정도 꽤 열심히 교회에 다닌 적이 있고 신약 일독을 했었습니다. 한때는 내게도 믿음이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점점 교회라는 것이 저에게 구속과 불편함을 주어 점점 그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계단. 불교, 붓다

"완전함과 충만함이란 아이러니하게도 미숙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잘 모르기 때문에 확신에 빠지는 거 같습니다. 확신이 들면 두려운 게 없습니다. 무아라는 것도 그렇고 제 생각에 불교의 깊이는 기독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깊고 놀라운 거 같습니다.


네 번째 계단. 철학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초인은 삶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을 극복한 존재를 말한다. 그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세계에 사로잡히지 않은 존재다. 신이 죽은 세상의 허무를 긍정하는 주체적인 존재다."

사실 니체 책을 읽었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까지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왜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아이만이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창조의 과정은 하나의 유희이고 동시에 긍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어렵습니다.


다섯 번째 계단. 과학, 우주

"세계를 표면과 이면으로 자르고, 현상과 본질로 자르고, 
...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은 사유의 시작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이분법적 구분하면 떠오르는 게 흑백논리인데 사유의 시작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사유를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시작한 거 같습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은 특정한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인터스텔라를 통해 처음으로 상대성이론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썼던 거 같습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타임머신이 미래로는 갈 수 있지만 과거로는 갈 수 없다고 하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20세기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 그 안에 어떠한 지적인 생명체도 보유하지 않은 우주를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도대체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위와 같은 생각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계단. 이상, 체 게바라

"그는 그 모든 이유와 무관하게 옳다. 그는 자기 삶의 입법자이고, 자기 삶의 대지를 걸아가는 자가 아닌가."

세상에는 정말 종교와 상관없이 천성적으로 착하고 바른 사람이 있습니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갈 수 있다면 후회도 없을 겁니다. 한순간의 비난이나 걱정으로 손해 볼까 두려워 거짓이나 회피를 한다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일곱 번째 계단. 현실 - 공산당 선언

공산주의는 정말 자본주의에게 패배한 것일까요? 현실은 그래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요? 유럽식 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공산주의는 이상으로서 유효한가요?


여덟 번째 계단. 삶, 메르세데스 소사

우리나라로 치면 양희은이라 할 수 있을까요? 남미 민중들의 아픔을 노래한 여가수. 광화문 광우병 촛불 집회 때 양희은이 나와서 아침이슬 부를 때의 감동이 아직 기억에 선합니다.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으로 마음의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이제 갈수록 노래 부르기가 힘들게 느껴지니 서글픕니다.


아홉 번째 계단. 죽음 - 티벳 사자의 서

"내가 보고 듣는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건 나 자신이죠. 모든 주어진 것의 '주는 자'가 바로 우리 자신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세상이 나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세계란 나의 내면세계라는 것을요. 더 놀라운 건, 죽음 이후의 세계 역시 나의 내면세계라는 것이죠."

심지어는 죽음마저도 내가 구성하는 것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일맥상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 번째 계단. 나 - 우파니샤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 말도 없이 깊은 내면으로 고독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부부나 기러기 아빠는 죽어도 안 하겠다고 평소에 주장하고는 했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건 반대이네요. 물론 혼자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 아니고 내면을 돌아보며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부대끼며 상처받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며 그리워하면서 만났을 때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요?


"영원하고 절대적인 존재로서 본질적인 자아를 '아트만'이라고 부른다. 붓다는 아트만을 부정하고 무아를 주장한다. 영원한 자아나 영혼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여태껏 사람들이 품어온 가장 기만적인 망상이다. 이를 '아나트만'이라고 한다. 
...  존재는 영원히 변화하는 요소들의 연속체인 것이다."

무아라는 것을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회라는 것도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열한 번째 계단. 초월 - 경계를 넘어서

부처나 성인들처럼 깨달음을 얻게 되면 초월하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어떤 경지에 오르겠지요. 내 사유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면 그런 경지에 다다를 날이 올 수 있을지.. 치열하게 책 읽고 글 쓰고 사유하다 보면 제가 성장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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