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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28. 2020

코로나와 독서모임

삼삼독서단 4기를 마치며 (2020.10.05 ~ 11.20)

코로나로 인해 독서모임 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온라인 화상 모임도 해보았지만 익숙지 않다. 그래도 삼삼독서단이 있어 약간의 위로가 된다.


삼삼독서단이란?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진행하는 하루 30분, 30페이지 이상 읽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봄가을로 진행하는데 이번이 4번째, 45일 동안 10명 참가해서 총 55권 읽었다.


개인적으로 두산팬인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가 이 시기에 겹쳐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핑계다. 내가 45일동안 읽은 6권의 책을 정리해 보았다. 이중에 세권을 강추하고, 한권을 추천한다.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 채사장(553p)

내가 애정 하는 채사장 책이라 봐야지 하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평소에 궁금해하던 내용을 완벽히 정리해내어 놀라면서 읽었다. ' 인간은 우주를 궁금해할까?',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138 년에 걸친 우주와 인간의 역사를 정리해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스를 뛰어넘는 느낌이다. 동양과 서양의 고전과 종교, 철학을 넘나들며 어찌 보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당신 속에 세계가 있다 일원론의 깨달음에 대해 말한다. 강추한다. 좀 더 자세한 감상평은 여기서 볼 수 있다.


2. 담론 - 신영복 (427p)

독서모임 회원분들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감옥생활을 하시고 풀려나서 성공회대 교수를 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셨고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선생님 강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펴낸 책으로 동양고전과 감옥생활의 경험들을 통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관계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 공부는 균형 있게 걸어가기 위한 것이고, 세계의 본질은 관계라는 말씀 속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강추한다. 좀 더 자세한 감상평은 여기서 볼 수 있다.



3.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241p)

내가 좋아하는 독서모임 형님 추천으로 보게 됐다. 아베 코보는 아버지가 만주국에서 의사 생활을 해서 유년기를 만주에서 보냈다고 한다. 전후 부흥기에 여러 예술운동에 참여했고, 말년에 노벨문학상 후보였다고 한다. 곤충채집을 위해 바닷가 시골마을에 도착한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모래 구덩이 속에서 모래를 퍼내는 일을 마을 여자와 함께 강제로 하게 된다. 여러 차례 탈출을 감행하지만 실패하고 나중에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포기한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가 생각났다. 인간은 자유보다 구속이 편한지도 모른다.


4. 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467p)

이 책도 독서모임분들 추천으로 읽게 됐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라는 유명한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문장이 담백하고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면서 김훈 작가는 관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성찰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인다'라고 한다. 추천한다.



5. 왼손잡이 - 니콜라이 레스코프(292p)

브런치 어떤 글에서 본 추천 책인데 단편 세편이 함께 있다. 특히 ‘왼손잡이’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단편 중 하나라고 한다. 레스코프는 1881년 이 단편을 발표했는데 체호프, 고리끼, ‘우리들’의 자먀찐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영국에 놀러 간 러시아 황제가 강철로 만든 인조 미생물인 벼룩을 보고 놀라서 비싼 값을 주고 가져온 후 러시아 장인들에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을 만들어보라고 준다는 내용이다. 황제와 귀족들에 대한 풍자와 영국에 대한 부러움, 농노들의 분노, 구교와 국교회의 갈등들이 느껴졌다.


6. 지금 경계선에서 - 레베카 코스타(435p)

다른 밴드에서 본 추천 책이다. 코스타는 사회생물학자로 실리콘벨리 광고회사 CEO였다고 한다. 작가는 CIA 인 부친을 따라 일본에서 태어나 라오스에서도 살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문명들이 멸망하는 패턴에 대해서 말한다. 핵심은 문명의 복잡성이 인간 뇌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게 되고 멸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복잡성이 슈퍼밈을 낳는데, 밈이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정보나 생각, 느낌, 행동 일체를 말한다. 이런 슈퍼밈에 대한 사례들이 머리를 한방 맞는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지금 코로나와 기후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가 있는 현시점에 대입되어 더 좋았다. 해결책으로는 ‘병행적 점진주의'와 '통찰력'을 꼽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거다. 강추한다.



하루하루 기록하고, 누군가 그 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함께 한다는 느낌만으로도 사람은 힘을 얻는다. 매번 느끼지만 부족하고 아쉽다. 더 많은 이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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