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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Feb 13. 2022

인생은 이야기다

소설가의 일 - 김연수

김연수 작가는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작가의 절친으로 이름만 알고 있었다.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접하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박이다. 강추한다.


책 내용은 작가의 소설 창작론인데 이 속에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잘 버무려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망이 있고, 세상의 온갖 방해로 인해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고 좌절하지만,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행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고 인생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이야기가 발생하는 지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욕망이 있고, 방해물로 인해 충족되지 않는다.'  즉 ‘갖지 못한 사람들, 이루지 못한 사람들, 빼앗긴 사람들만이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채우지 못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행동해야 이야기가 시작한다.


‘욕망(욕심)이 생기는 이유는 견물생심 즉 ‘보는 것, 감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또한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다른 모든 사람들도 간절히 원한다.


결국 어떤 것을 보고 욕망이 생기지만, 누구나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족할 수가 없어 좌절하고, 좌절과 절망 속에서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으면 무기력해진다. 작가는 ‘현대인의 기본적 소양이 무기력’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무기력을 극복하는 주인공으로 대리 만족하기 때문에 소설과 드라마를 보는지도 모른다. ‘내 뜻과 무관하게 느닷없이 찾아오는 질병(암)과 그 마음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연인을 견디는 일이 현대소설의 본질’이라고 말하는데 암과 연애가 동급이고 소설의 본질이라니 빵 터졌다.


이런 무기력과 불안을 이겨내고 타자와 공존하는 것이 용기이고 현대소설의 윤리(목적)라고 말한다.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자주 서로를 오해하는 이유는 “우리가 진짜 욕망이 아니라 가짜 욕망을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고, 말은 그 속성상 관계 속에서 속내를 왜곡한다. 진짜 원하는 바는 말이 아니라 ‘표정, 몸짓, 행동’에서 드러난다”라고 말한 부분은 특히 많이 공감됐다. 진실은 말에 있지 않고 표정에 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동공도 확장되지 않는다면 거짓'이라고 말한 부분이 그렇다.


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데,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신이 지금이나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 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아는 건 과거뿐이고 미래는 모른다. 아는 것도 과거에 안 것이고 지금은 모른다. 지금은 ‘안다'에서 ‘모른다'로 가는 과정이고 그걸 표현하는 단어는 ‘산다'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작가가 말하는 소설의 정의도 많이 공감되었다. ‘소설이란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하는 것이며,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면 한 문장도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읽는 사람도 감정 이입하지 못하면 읽지 못한다.


‘소설은 감정이입이 가장 중요하지만 문장을 쓸 때는 감정이 아니라 감각이 이입되어야 한다.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소설은 날것의 욕망을 감추기 위해서 쓰여진다’라고 말한다. 감정을 감추기 위해서 감각이 필요하나 보다. 소설은 감정이 아니라 감각이라고 말한 부분이 신선했다. 그래서 작가들이 묘사를 그런 식으로 하는구나 깨달았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바뀌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었다가 아프니까 중년이었다가 죽는다. 그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참된 모습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간다. 그들의 노력 역시 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새드엔딩이다. 그런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작가가 소설을 쓰는 이유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제자리인 시지프스 같은 이 모습이 왜 뭉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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