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박재관 Oct 23. 2022

머릿속 유연성을 기르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 김하나

책을 왜 읽을까? 지식을 얻기 위해서?


김하나는 말한다.

“지식을 많이 쌓기만 한 사람은 꼰대가 될 확률이 더 높다.”

“지식은 자칫 지혜로 이어지는 통로를 가로막는 벽이 되곤 한다. 그것이 지식의 저주다.”


사실 지식이 저주가 될 만큼 쌓은 적이 없는 게 더 문제이긴 하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에릭 와이너는 “지혜는 지식을 실천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김하나는 “지혜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태도’는 “자기가 아는 지식을 계속해서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연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1.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완승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최근에 AI가 그린 그림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간의 전유물 같았던 창의성마저 위협받는 세상이 됐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김하나는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활용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인식의 전환은 무엇일까?

“선택지를 벗어난 대답을 들으면 우리 안에는 ‘아~’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기다리는 시간도 데이트의 일부잖아. 존재가 아닌 부재에 주목하는 것”

김하나는 의외성과 상대성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논리적으로 상반된 이야기도 한다.

“배제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비로소 어떤 색깔이 생기기 시작한다.”

“프레임이 생기면 그 바깥쪽은 사라져 버린다.”

어떨 땐 배제해서 집중해야 하고, 어떨 땐 틀을 깨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진리는 상반된 사실이 겹쳐져 있을 때 나오는 것 같다. 마크 레빈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몰입할 때 진정한 자유가 온다.


결국 ‘인식의 전환’이란 일상적인 것과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이고, 그 능력은 유연성에서 나온다.


2.

역사는 진보할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다. 역사가 흐름에 따라 과학기술이 발전한 건 맞는 거 같은데, 인류의 삶도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진보한 걸까?


김하나는 발전을 선으로 인식하지 말고 온도로 인식하자고 말한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차가운 사회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사회고, 뜨거운 사회는 변화에 가치를 두는 사회라고 한다.


“발전을 선으로 인식하면, 반대는 미개나 원시가 되는데 거기엔 가치평가가 드리울 수밖에 없다.”

“뜨거운 사회에서는 시간이 앞을 향해 나아가고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다.”


갑자기 머리를 탁 친다. 그동안 내가 너무 가치평가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사실 모든 것은 상태의 변화일 뿐인데 모든 걸 가치평가의 잣대로 보고 있었다. 


역사는 진보할까?라는 질문은 의미 없다. 다만 역사는 변화할 뿐이다.


이와 비슷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랜디 코마사가 ‘승려와 수수께끼’에서 ‘사업의 핵심은 변화’라고 말했다. 사업은 성장해서 돈 버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때는 잘 안와 닿았다.


3.

김하나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천체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서로에게는 생물학적으로, 지구와는 화학적으로, 우주 전체와는 원자적으로.”


모든 고대 경전에서 말하는 단 하나 깨달음의 비밀은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일원론이라고 채사장은 말한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이 내 삶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원자적으로 하나이기 때문에 내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지구와 우주를 사랑하면 되는 걸까? 생각에 비해 아직 너무 부족한 말과 행동에 매번 좌절하는 나를 보면 멀었다.  


지금까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기만을 너무 갈구했다. 그것에 너무 가치를 부여하면 오래 지속할  없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해 있으면 좋겠다. 꾸준히 사랑해야 변화한다.

작가의 이전글 삶과 사랑에 대한 냉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