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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y 14. 2023

인간은 호르몬이 지배하는 동물

뇌로 통하다. - 김성일, 김채연, 성연신 엮음

이 책은 2012년 봄 한국심리학회가 개최한 ‘뇌와 통하다'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보강하여 엮은 책이다. 간단히 말하면 심리학 관점에서 본 뇌과학 보고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부 ‘세상과 통하다’에서는 청소년에게 칭찬이 필요한 이유, 친구가 부모보다 더 좋은 이유 등을 설명해 준 부분이 좋았다. 감정이 어떻게 작용해서 직관이 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준 부분도 흥미로웠다.


청소년기에는 보상과 쾌락에 관여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최고조로 나오는 시기여서 보상에만 민감하다. 친구랑 있을 때 보상 관련 뇌 영역인 ‘복측 선조체'가 더 활성화되고, 야단칠 때도 정보를 주면 보상 관련 뇌영역이 활성화된다. 화만 내는 건 역효과다.


결론은 청소년기에 부모가 혼내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호르몬 분비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역시 애들을 대할 때는 마음을 비우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고 믿지만, 선택했기 때문에 좋아진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자기가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유는 결국 선택한 다음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짜 흥미로웠던 부분은 개인의 선호보다 주변 사람들이 공유하는 핵심적인 선호 정보들이 ‘측좌핵'이라는 곳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에 따라 '측좌핵'과 '편도체'가 활동하면서 적절한 선택이 만들어지면 ‘복내측 전전두피질'에 저장되었다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하면 반사적으로 정서적 직관 형태로 기능한다고 한다. 결국 감정이 쌓여 직관을 만드는 것이다.


2부 ‘타인과 통하다'에서는 인간이 낭만적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


왜 모든 사람이 잘생기고 이쁜 사람이나,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하고 사귀지 않고,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는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있을까? 


낭만적 사랑이 근대 서구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만들어 낸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환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진화 심리학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자식을 낳아 어른으로 키워내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 길러야 하는데, 그러려면 남녀사이의 장기적인 협력관계가 필요하고,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자연선택적 과정으로 낭만적 사랑이 진화한 것으로 설명한다.


옆집에 원빈이나 김태희가 이사 오더라도 내 곁에 머물러 있을 ‘비합리적인’ 사람을 만나야 오랫동안 자식을 함께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합리적인 이유 때문에 나를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에 반해서 내게 정서적으로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낭만적 사랑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것 아닌가?


3부 ‘나와 통하다'에서는 정신질환에 관련된 부분과 인간의 공감본능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오히려  광범위하게 분산된 피질 영역들의 신경 활동이 증가한다. 이를 디폴트 모드 연결망(DMN)이라고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신경활동이 높다고 한다.


인간은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며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사람의 얼굴과 얼굴에 들어 있는 감정적인 정보의 처리가 인간의 성공과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조현병 환자는 얼굴에 포함된 부정적인 정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에서는 얼굴에 포함된 부정적인 정서를 강하게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거울뉴런이라는 현상을, 운동의 모사과정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었다. 거울뉴런은 기본적으로 운동 뉴런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서로 협력하여 사회생활을 더 잘할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공감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것이다.


뇌 과학이 발달할수록 어쩌면 인간은 감정의 동물, 즉 호르몬의 동물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모든 뇌 작용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고 있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문제가 더 많아지고 심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이익을 위해 개인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개인주의가 아니라 제레미 리프킨이 말했듯이 미래는 공감의 시대가 되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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