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 불패의 법칙 - 로런 노드그런, 데이비드 숀설
회사에서 신상품이 개발되어 자신이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이 상품의 우수성과 이것을 사게 되면 얻게 되는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장점이 부족하다면 거기에 부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런저런 혜택을 추가할 것이다. 이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어떤 상품을 사게 하기 위해서 모두가 집중하는 추진력 말고 마찰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찰력은 변화를 저지하는 심리적 요소이며 혁신에 대한 저항력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주장은 간단한 것 같지만 이제껏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지점이라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이런 것이 통찰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사람들에게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에게 응원 카드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18퍼센트만 실제로 카드를 쓴다고 한다. 이 비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왜 카드를 잘 쓰지 않을까? 카드를 쓰는 일이 좋은 일이라는 걸 몰라서 그럴까?
아니다. 카드를 쓰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뭐라고 써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망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적절한 내용이 뭘까? 어떤 말을 써야 할까? 발랄한 메시지를 써야 하나?’ 이런 불확실성이 마찰력이 되어 안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개선 방법은 마찰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예시 카드를 보여주자 그러면 사람들의 행동이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강력한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수고를 최소화하려는 본능'이라고 말한다. 즉 ‘최소 노력의 법칙'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례는 주변에 널려 있다. 온라인 쇼핑 할 때 디폴트 옵션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야 한다거나, 스크롤해서 밑에까지 거의 안 본다.
우정도 멀리서 찾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성격이나 선호도가 우정을 선택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이에 주위에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근접성 원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의 지각시스템은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학 신입생 OT때 옆에 앉았던 친구와 대학생활 내내 단짝으로 지냈던 생각이 난다.
최소 노력의 법칙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나 기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아이디어의 가치나 이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행동에 드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어떤 조직이나 혁신이 반대에 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비용을 줄여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같다.
마크 롤랜즈는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에서 인간을 영장류의 특성으로 설명하며, ‘계산’이야말로 친구나 연합이라는 인간 사회 ‘계약’의 본질이자 영장류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일리가 있다.반면에 늑대는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계산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늑대를 통해 강조한다.
어쨌든 인간은 직관적인 계산을 통해 최소 비용을 선호한다. 그게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이 된다. 과학 논문을 발표하려면 다른 과학자들에게 논문 심사를 부탁해야 한다. 부탁 메일을 보낼 때 단순히 ‘예' ‘아니요'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요청을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써달라고 하면 좋다는 것이다.
사실 논문 심사를 한다는 것은 동료의 이름과 이메일을 쓰는 것보다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거절보다 다른 사람을 소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수락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은 거절과 수락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그 결정을 바꿀 수 있게 할 만큼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누군가의 동조를 얻고 싶으면 “이 아이디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지 말고, “이 아이디어 마음에 드시나요? 아니면 혹시 더 좋은 생각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보라. 질문을 이렇게 살짝만 바꿔도 ‘거부'에 수반되는 부담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대안을 생각해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반대자와 얘기할 때는 먼저 예스를 할 수 있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본인과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마음이 열려 있으신가요?’ 그러면 상대방은 예스라고 답해야 할 것 같은 강한 내적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마찰력을 줄여주는 방법과 늘려주는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좀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냥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을 ‘최소 노력의 법칙'이라는 인간 본성을 통해, 실생활에 많이 발생하고 있는 예들을 들어주며, 마찰력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굉장한 통찰을 준다. 마케팅을 한다면 심리학과 인문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같다. 마케팅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본능적으로, 살아가면서 깨우치지 못했다면 이렇게 책으로 접하고 배울 수밖에 없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강추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