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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r 10. 2019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사실 도시라는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삶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보지 못한다. 유현준은 역사와 사람 사이를 넘나들며 그걸 일리 있게 해석한다.




걷고 싶은 거리는 가로가 좁고 세로가 긴 필지에  많은 상점들이 있어야 한다. 또한 보행자들의 속도와도 연관성이 높은데 일반적으로 걷는 속도인 4킬로미터에 가까운 게 좋다. 그래야 우연성이 넘치고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게 된다.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자기는 남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남들은 자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옥탑방은 왜 쌀까? 펜트하우스 가려면 수차례의 보안게이트를 지나야 하지만 옥탑방은 아무나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할렘 같은 우범지역을 개선시키는 개발업자들의 비밀 무기는 '스타벅스'와 '반스 앤 노블' 책방이다.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개축된 것이다. 하지만 오랑캐를 막기 위해서 장성을 만든 것이 진시황이고 그 개념이 문화재로서 중요한 가치를 만든다. 남대문이 불타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고건축을 하드웨어로만 보면 그냥 보존에 치중하게 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는 마당이 없어서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없어서다. 막혀 있어서 아무 변화가 없는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화면이 계속 바뀌는 TV를 틀어 놓는 거다. 아마 벽면 크기만 한 TV가 나올 때까지 커질 것이다.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크기라는 서울숲 같은 공원이 유명해지지 않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센트럴파크 주위로는 상업지구와 주거지역이 둘러싸고 있지만 서울숲은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왜 인터넷 공간이라고 하는가? 처음엔 텍스트만 있는 심벌 공간이었는데, 싸이월드처럼 물리적 양인 보이드, 공간 개념이 생겨났고, 페이스북처럼 액티비티 정보가 쌓이면서 인터넷 공간이 된 것이다.




건축이나 공간은 우리의 욕망을 반영한다. 도시와 공간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역사의 흔적이다. 우리는 그걸 주관적 인식으로 읽어내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도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너무 기대가 컸나 보다, 읽는 내내 소소한 정보와 잘 정리된 지식들을 얻을순 있었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p33

빈 공간에 사람과 자동차 같은 움직이는 객체가 들어가게 되면서 공간은 비로소 쓰임새를 가지며 완성이 된다.


p66

필자는 예술을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속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떤 노래를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인간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배불리 먹고 잘 잤다고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감정이 솟아날 때 비로소 인간됨을 느낀다.


p208

[뇌의 배신]이라는 책을 보면 저자 앤드류 스마트는 빈둥거리면서 노는 시간에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인류는 갑자기 획기적으로 창의적이 되는데, 그 시기가 농업이 시작된 시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겨울철에 노는 시간에 사람들이 비로소 창의적으로 문자도 만들고 하늘도 연구하면서 문명이 탄생했던 것이다.


p253

다음 의문점은 과연 ‘어떤 정보들이 우리의 공간을 구성하는가?’였다. 개인적으로 ‘보이드, 심벌, 액티비티라는 세 종류의 정보로 만들어진다'라고 결론 내렸다. 보이드는 물리적인 양이다.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제 비어 있는 공간의 볼륨이다. 시대와 문화를 떠나서 객관적인 정보이다. 심벌 정보는 간판, 조각품, 그림 같은 상징적인 정보이다. 개인에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인 액티비티 정보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정보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정보가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p267

카오스에서 더 발전해 나온 것이 콤플렉시티 이론이다.

우리말로 복잡계라고 번역된다. 과학자들이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산타페에 모여서 생명의 발생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규칙의 상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규칙이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과학의 기본 원칙 중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이다. … 우주는 가만두면 점차 불규칙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빅뱅 이후 천제는 안 부딪치고 돌아가는 규칙이 만들어졌고 생명이 탄생했다.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우주 전체로는 불규칙이 늘어나지만 부분적인 곳에서는 규칙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p363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고 싶어 한다.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존재로 구별되고 싶어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신분 계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계층이 만들어지면 시스템에 의해서 자신의 권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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