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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30. 2019

혼란이 곧 기회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한반도 평화 만들기'

11월 19일 화요일 저녁 7시, 마포중앙도서관




법륜스님은 유튜브에서 즉문즉설로 유명하다. 영상을 보면 주로 고민상담을 해주시는데 그 답변이 명쾌해서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인생수업]이라는 책은 즉문즉설을 모아놓은 글인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느낌이 들어 영상만큼 재미는 없었다. 그런데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고, 많은 수행이 없으면 실천하기 힘들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강연을 한번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스님은 '통일의병'이라는 민간 통일 운동을 하고 계셨고, 큰 스님으로 모시는 백용성 스님의 독립운동에 대한 동영상도 보여주었다. 이번 즉문즉설은 '통일의병' 이 주최하는 것으로서 내용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 개인적인 고민도 두세건 정도 받았다. 첫 번째 고민은 아버지에게 사업을 물려받은 오빠가 자신을 회사에서 나가라고 괴롭히고, 아버지는 오빠를 도와 회사에 있으라고 강요한다는 거였다. 두 번째 고민은 초등학생 딸이 ‘가성숙' 판정을 받아서 고민인데 얘기하다 보니 엄마가 자살시도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스님이 고민에 대해 답하는 논리는 일관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하고, 선택했으면 그 책임을 감수하라'는 거다. 결정장애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지기 싫기 때문이라는 거다. 내 생각에는 자신이 어떤 걸 정말 좋아하고 더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민은 선택 문제의 다양한 변주이고, 스님은 같은 대답을 재밌고도 적절하게,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사람들 배꼽을 잡게 하신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

스님은 가장 우선 추구해야 할 것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말씀한다. 우리는 광복 후 30년 만에 경제성장을 했고, 또 30년 만에 정치 민주화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전쟁위협 상황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 통일을 해야 하지만 갈길이 너무 멀다. 그래서 평화체제 구축을 먼저 해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압도적인 우위에 있지 못하게 되자 공격적 전략에서 방어적 전략(방어전략이 돈이 적게 든다)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고, 미국의 셰일가스 추출기술이 발전하면서 중동의 중요성이 약화된 것이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금 이슈인 '지소미아'는 미국이 중국 견제의 축으로 일본을 삼고, 우리나라를 일본 밑으로 넣으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고, 주한미군 주둔비를 5배나 올려달라는 미국에게는 “지금 돈이 없다. 혈맹인데 그러면 되나 조금만 올려주께” 하고 달래면서 그래도 자기네가 굳이 철수하겠다 하면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 니네가 정 철수하겠다 하니 그러면 이제는 우리가 할게” 하면 된다. 우리는 6.25 트라우마 때문에 북한을 너무 무서워하지만 경제력을 보면 50대 1이다. 아무튼 이 전략의 핵심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서도 우리 실익을 추구하는 거다.


스님 강연을 통해 동아시아 정세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꼬여만 가는 미중, 한일 관계와 남북관계까지 국익이라는 원칙과 입장이 명확히 설 때, 유연한 전략으로 강대국들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잘 해내면 통일도 될 것이고,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셨다.


미국과 북한은 아직도 핵무기를 가지고 밀당하고 있으며 우리의 역할은 미진하다. 미국과 중국의 파워싸움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고, 우리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외부 환경은 너무나 복잡하게도 얽혀있다. 이 상황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분열하면 망한다. 조국 수호한다고 백만 명이 모일게 아니라 미국이 방위비 5배 올려달라고 할 때 백만 명이 모여야 한다는 스님 주장에 공감한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자기들 국익 때문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우리는 뭐 하고 있나?


지금이야 말로 국민이 국론을 모을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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