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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May 31. 2023

칸트의 귀환

왕의 귀환!

철학왕 칸트가 돌아왔습니다. 전 양재천에서 작년 8월 이후 자취를 감춘 그가 설마 그 여름 폭우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서 그런 것이라곤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초구청에서 어딘가 잘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떠내려 갔었네요. 에고,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이게 무슨 변고입니까? 외지에 와서 칸트가 말 그대로 생각지 않은 수난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 칸트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새 양복을 근사하게 맞춰 입고 더욱 우아하고 귀족스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대신 앉아있는 위치는 바뀌었습니다. 또 언제 그런 봉변을 당할까 싶어 좀 높은 언덕 위로 이사를  것입니다. 아마도 수해 방지 차원도 있지만 그의 고향인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가 왕의 언덕이란 뜻이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언덕 위로 정한 듯합니다. 칸트 옆 안내판에도 "칸트, 언덕을 오르다"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제 높은 곳에 위치한 칸트는 양재천을 산보하며 오가는 수많은 주민들을 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민들 또한 과거처럼 칸트를 보기 위해 일부러 칸트가 있었던 천 안 미니 중도로 걸음을 틀지 않아도 산보 중 자연스레 그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사진도 양 옆에 앉아서 여럿이서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만큼 그는 주민들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양재천의 현자여! 순수 이성, 실천 이성, 판단력.. 비판만 하지 말고 당신의 지혜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전해주소서! 이젠 어디 가지 말고 끝까지 그곳에서 말입니다.


위에서 첫째 둘째 사진은  현재 새 보금자리에서 칸트의 낮과 밤, 셋째 넷째 사진은 과거 떠내려 가기 전 천 안 중도에서 의 여름과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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