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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Sep 16. 2023

타작마당 사과나무의 위기

노소영 관장의 이상한 퇴거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타작마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마당엔 사과나무가 있어 매년 가을이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데 그 마당 정원을 가꾸는 주인이 스피노자를 좋아하여 그와 똑같은 심경으로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 타작마당에 심어진 사과나무는 쉬지 않고 계속 아름드리 성장할 것입니다. 그 미래의 사과를 타작하기 위해 그 마당의 주인은 오늘도 스피노자처럼 열심히 사과나무를 가꾸고 있으니까요. 아참, 타작마당은 통섭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올가을 결실을 향해 열심히 익어가고 있는 타작마당의 11살 사과나무


위의 글은 제가 약 2년 전인 2021년 6월 이곳에 쓴 <타작마당 사과나무>라는 에세이의 첫 문단 두 문장과 끝 문단 세 문장을 이어서 쓴 것입니다. 즉, 머리와 꼬리만 이어 붙인 것입니다. 중간부엔 인류 역사를 바꿔온 다양한 사과들에 대해서 장황하게 소개하였습니다. 정확히는 종교, 신화, 예술, 문학, 과학, 공학 등에 등장한 서양만의 역사입니다. 동양의 역사에는 사과가 그런 순간에 등장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비중은 낮더라도 동양에선 복숭아가 서양의 사과를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위의 글 본문에서 전 정작 스피노자의 영향으로 사진에 보이는 저 사과나무를 심고 열심히 가꾸는 주인에 대해선 끝내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녀가 타작마당의 정원에 손수 저 사과나무를 심고 오늘날까지 키워오고 있습니다. 위의 글 끝에서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통칭한 타작마당은 그녀가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미래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창조적인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양성하기 위해 2012년 오픈한 크리이에티브 공간입니다. 그녀는 장충동의 오래된 일반 주택을 개조해 사업 목적에 맞는 그런 공간으로 리노베이션 하였습니다. 그간 그곳에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쳤고 그녀는 앞뒤에서 그들을 지원하였습니다. 공학도 출신이기도 한 그녀라서인가 꼭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인재들이 그곳을 거쳐 나갔습니다. 한마디로 타작마당은 스피노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스티브잡스와 같은 사람을 키워내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모두 사과로 연결된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곳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그녀가 소속된 아트센터 나비의 갤러리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타작마당이 10년을 넘겨 오늘에 이르렀고 그 사이 그녀가 심은 어린 사과나무도 무럭무럭 함께 커갔습니다.


그런데 그 타작마당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녀의 가정 문제가 그곳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지하듯이 그녀는 배우자와 이혼소송 중에 있습니다. 1심이 선고되었고 양측이 모두 불복하여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녀는 타작마당에서 퇴거하라는 '방빼통고'를 받았습니다.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마땅히 타작마당을 세우고 운영 중인 그녀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됐어야 할 일입니다. 당장 올 가을에도 그곳에선 그녀가 주도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줄줄이 잡혀있으니까요. 하지만 일체의 그런 과정이 없이 강제 퇴거 압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니다.


당연히 그녀의 입장에선 그 조치에 저항하고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타작마당이라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녀가 아닌 그녀의 배우자가 회장으로 있는 SK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그녀는 어쩌면 지금 설계부터 인테리어에서 조경까지 구석구석 직접 관여해 유난히 애착이 많은 타작마당을 본인 명의로 등기를 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 재벌 기업의 회장 사모라면 이 정도의 사업 단위를 직접 소유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단 타작마당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메인 일터인 아트센터 나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트센터 나비는 타작마당과 같은 단독 건물이 아닌 종로에 위치한 SK그룹의 한 계열사 사옥에 입주해 있는데 그곳에서도 그녀는 똑같이 나가라는 방빼통고를 받았습니다. 임대 기간이 종료되었고, 그에 따라 새로운 용도에 맞게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퇴거의 이유입니다. 즉, 임대인인 건물주인 SK그룹의 그 계열사가 임차인인 회장 사모에게 계약이 종료되었고 더 이상 재계약 의사가 없으니 나가달라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입니다.


아트센터 나비는 그녀의 시어머니인 선대 회장의 사모가 관장이었던 워커힐미술관이 전신으로 그것을 물려받은 그녀가 개명하고 잘 운영하여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센터로 성장시켰니다. 그간 언론지상에 소개된 그녀의 행보에서 보듯이 그녀는 통상적인 재벌 사모들이 명함만 걸어 놓고 운영하는 갤러리와는 달리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습니다. 고전적이고 정적인 미술품을 취급하는 아트센터가 아닌 IT 공학이 접목된 미래 예술에 특화된 작품 활동으로 그녀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계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뿌리와 성장의 역사가 있는 아트센터 나비의 산실에서 나가라는 통고를 받은 것입니다.


또 그런데 그런 방빼통고는 그녀의 일터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 통고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에도 어김없이 전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녀가 살고 있는 집 역시 그녀의 소유가 니고 지분도 없기에 일터와 똑같은 일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현재 역시 또 SK그룹의 모 계열사 소속으로 잡혀 있는 주거지에서 임대 형태로 살고 있는데 임대인인 SK 계열사는 그녀를 그 집에서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은 그녀 이전에 과거 그녀의 시아버지인 선대 회장 부부가 살던 집이기도 합니다. 그들도 자가 소유하지 않고 그런 형태로 그곳에서 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시부모로부터 그 집을 물려받은 그녀가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녀의 배우자도 가정 문제가 터지기 전엔 그 집에서 함께 살았었습니다.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집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아직 미혼 신분인 아이들의 집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계의 스토리가 있고 아이도 살고 있는 집에서 그녀는 퇴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할까요? 재산이 집 한 채가 다인 일반 서민의 경우도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녀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서 보듯이 부부 공동 명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력이 없거나 약한 여성 배우자를 지켜주기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 생활이 파탄 나는 경우 집은 대개 여성 배우자에게 돌아가곤 합니다. 공동 지분이 발동해서도 그렇지만 그 집은 아이들의 집이기도 해서 그렇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남겨진 아이들은 주로 엄마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녀의 경우 아직 이혼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배우자의 특수한 경우로 인해 일찍부터 아이들과만 시부모가 물려준 그 집에서 함께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 대한 재산권은 단 1프로도 없기에 국내 재계 순위 2위 그룹의 사모임에도 그녀는 이런 강제 퇴거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보듯이 그녀는 현재 그녀가 거주하고 일하는 세 개의 공간에서 방을 빼라는 압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들의 소유주인 3개의 SK그룹의 계열사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비슷한 시기에 적당한 이유를 대며 그녀를 그 공간에서 나가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부(夫婦)라는 명칭이 각각 한 글자씩 절반이 합쳐 이루어졌듯이 그녀에게도 절반의 권리가 있는데 그녀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이런 무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들 부부는 아직 이혼이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감정과 이성에 기대어 자력으로 결정하는 협의이혼이 아닌 법으로 가리는 재판이혼을 선택했습니다. 양측이 모두 법에 호소한 만큼 법으로 최종 결정되는 이혼입니다. 그 이야기는 법정에서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그들은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라는 사실입니다. 그때까지는 양측 모두 유책 사유와 관계없이 이전과 동일한 배우자의 일상과 권리를 존중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양측이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법정에서의 이혼이 결정되기도 전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여성 배우자를 압박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제가 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굳이 안 해도 되는 이런 강제 퇴거 통고를 왜 하냐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과 일터를 떠나라는 것인데 그것에 동의할 여성 배우자가 과연 있을까요? 저항과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인데 그것을 왜 무리하게 강행하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통고와 실행은 남성 배우자 편에서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당장 저부터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그녀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것이 더 이득이 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어 벌이는 퇴거 조치라면 그것까지 말리기는 힘들 것입니다. 대신 그것은 법에 의존하는 이혼이지만 그 테두리 밖에서 감정이 유발하는 행위를 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현재 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라 곧 선고가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결정대로 재산분할은 이루어질 것이고 그때 가서 그녀가 지금 퇴거 압박을 받고 있는 타작마당이나 아트센터 나비의 소유를 희망한다면 그녀 쪽으로 그 재산이 정리될 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그 시간을 못 기다리고 그 사이 이렇게 이런 강제 퇴거를 강행하니 그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1심 선고에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액 665억 원을 남성이 여성 배우자에게 지급하라고 했으니 단편적으로 그 기준만으로도 그녀는 그녀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일터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2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논외의 이야기이지만 1심 선고액인 총 666억 원의 금액도 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금액의 다소를 떠나 어떻게 계산하면 저렇게 우리에게 불편하게 익숙한 계시의 숫자가 나오는지 말입니다. 법에 대해 무지하니 들었던 생각이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역사상 가장 화제가 된 이혼은 영국 국왕인 헨리 8세의 이혼일 것입니다. 그는 이혼이 원천적으로 불가했던 기독교가 지배한 서구 역사에서 그것을 돌파하고 강행해 가히 이혼의 선구자라 불릴만한 인물입니다. 게다가 처음임에도 워낙 요란하게 이혼을 해 이후 이혼자들이 그의 기록을 깨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무려 5번의 이혼과 6번의 결혼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그가 노쇠해 죽지 않았다면 그의 이혼은 계속해서 더 이어졌을지 모릅니다. 바람기도 바람기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시조인 튜더 왕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아들을 원해서도 계속된 결혼이었으니까요. 그가 이혼한 5명의 왕비들 중 2명은 사형을 당했고, 3명의 왕비들은 당시 유럽 왕가의 관례와는 달리 거의 모든 직위를 박탈당한 채 빈털터리로 쫓겨났습니다.


헨리 8세의 첫 왕비는 본래 그의 형인 아서의 부인으로 막 통일된 스페인에서 시집온 캐서린이었는데 아서는 왕위에 오르기도 전인 15세의 나이로 병사했습니다. 차남으로 왕위를 이어받은 헨리 8세가 미망인인 형수와 결혼한 것입니다. 당시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이 결혼이 성사된 것은 혼주인 부왕 헨리 7세가 며느리인 캐서린이 들고 온 막대한 결혼 지참금을 반환하기 원치 않아서도 가능했습니다. 그의 장남이 죽어서 왕위에 오르지 못했으니 그녀를 친정인 스페인으로 돌려보내면 지참금까지 함께 보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캐서린은 헨리 7세의 첫째 며느리에 이어 둘째 며느리까지 된 것입니다.


저는 올해 1월 노소영 관장의 이혼 1심 선고 결과 뉴스를 보고 이곳에 <헨리 8세와 어느 재벌 2세의 이혼>이란 타이틀로 위의 이야기를 다룬 글을 썼습니다. 이어진 그 글에선 여성의 육아와 가사가 남성의 경제 활동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또한 노소영 관장의 경우 그녀의 아트센터 나비의 지속적인 활동이 나비 모양의 행복날개를 가진 SK그룹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고 역시 또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모두가 법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반인의 경험과 상식에 의존해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2심 재판을 진행 중에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렇게 또 글을 쓰고 과거에 썼던 글까지 소환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노소영 관장이 겪고 있는 현재의 이 일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소송은 소송대로 가더라도 일과 집을 사랑하는 그녀의 일상이 무관하게 흘러가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직접 심은 타작마당의 사과나무가 변치 않는 그녀의 보살핌 속에 그녀가 목표하는 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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