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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Oct 28. 2020

여전히 장영희 선생님을 그리며

자그마하시지만 거인보다 더  크게 살다 가신 장영희 교수님이 떠나신 지 어느덧 11년이 되었습니다. 영문학자로서 수필가로서 그리고 사회사업가로서도 생전에도 사후에도 영향력이 크신 분인지라 그분을 추모하는 작년 10주년 기일에는 그분의 추모 에세이집이 출간되고 추모회도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 학업과 상관없이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이었기에 몇 년 전 써놓았던 아래 글을 이곳에 올립니다. 허접한 제 글은 스킵하시더라도 덧붙인 아래 이미지에 있는 선생님이 건네는 발췌한 책 글 2 페이지는 꼭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5년 11월 28일 18시 30분 코엑스 대양홀에서 가 흠모하는 장영희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11년 전 2009년 57세의 이른 나이에 그분은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그때까지 보여주었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도, 단 한 번도 찡그린 모습을 허용하지 않았던 웃음도 그분의 삶의 이별까지는 막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질곡 있는 삶이 축약되어있는 무거운 두 다리를 지탱해준 도우미 크러치 없이 가벼운 몸으로 선생님은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하고 동업자이자 친구같은 평생 후원자 아버지 장왕록 교수님 곁으로..

는 장영희 님을 교수님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재학 시절에도 그랬었고, 졸업 후 찾아가서 뵐 때도 늘 그렇게 부르곤 했습니다. 그분과의 관계가 단순히 학문과 지식을 수수하는 사제 사이가 아니라 그보다 더 많고 큰 외연을 주고받았던 사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살아온 역사를 살펴보면 그분은 영문학 교수 이상으로 보여준 게 많으신 참으로 잘난 분이십니다.

저희 복학 남학생들과 유난히 친하셨던 친구같은 선생님, 저희 복학 남학생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누나같은 선생님.. 저희 동기 중에 선생님을 따르지 않는 친구가 있었을까요?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저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런 각별했던 사제관계가 유추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친함을 자부했던(?) 였음에도 매 학기 신청했던 선생님의 수업에선 B학점 이상을 맞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선생님께서 주신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만큼 공과 사가 엄격했던 선생님이셨습니다.



2005년 그 해 시월경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당신께서 주관한다 하시면서 역대 과 총 동문 모임 행사를 하니 도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과에 대한 로열티 제로였지만 장영희 선생님이 주관하신다는 사실 하나만으행삿날 그곳을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행사는 대박, 대성공이었습니다. 코엑스 대양홀이 수많은 동문들로 꽉 찼었으니까요. 과 창과 이래 최대 모임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지금까지 그렇게 큰 과 동문 모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영희를 사랑하는 동문들이 기에 그게 가능했을 것입니다. 장영희가 보여준 티켓 파워, 선생님의 큰 영향력을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그날 장영희의 절친을 자처하며 자기가 더 젊고 지은 죄가 없었으면 선생님께 프러포즈했을 거라 너스레를 떨며 선생님과 참석자들을 위해 피아노를 치며 몇 곡의 노래를 시원스레 불러준 초청 가수 조영남 씨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피아노 의자 높이가 맞지 않는다며 지근거리에 앉은 행사 도우미 재학생들 두꺼운 원서를 빌려 엉덩이에 깔고 연주하며 불렀지요.

행사가 끝나고 선생님께 달려 조우하며 반가움을 나눴습니다. 서슴없이 "00아.."라고 반갑게 부르며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웃음을 지어준 선생님의 모습이 글을 쓰는 지금 또 가슴에 박힙니다. 아, 다시 올리는 지금도.. 그때 선생님은 에게 당시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내 생애 단 한번' 에세이집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받으려고 하는 찰나 "가만있어 " 하시더니 가방 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다시 당신이 방금 사인하신 책 표지를 여셨습니다. 하트 꽃잎 스티커였습니다. 그걸 꾹꾹 누르며 현장에서 붙여주십니다. 소녀같으신 분..



최근 이 책을 또 읽어보았습니다. 장영희 선생님의 희로애락이 들어있는 자전적인 수필.. 책 내용 중 사랑과 짝사랑에 눈이 더 가서 그 페이지를 찍어서 올립니다.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사랑하는 일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겠다"..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살다 간 선생님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일성이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너도 그렇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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