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떡을 썰고 석봉이 글을 쓰듯, 엄마는 피아노를 치고 딸은 첼로를 켰습니다. 하지만 모녀의 연주는 석봉 모자와 같은 배틀이 아니었습니다. 유려한 하모니만이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 공식 무대 위에 함께 선 이들과 같은 모녀 연주자가 또 있을까요? 오늘 11월 24일 모녀의 연주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모녀의 협연은 비단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 이전부터 엄마인 구자은 피아니스트와 딸인 홍채원 첼리스트의 협연은 많은 무대에서 이루어졌으니까요.
모녀는 현재 음악 연출자로서도 각각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엄마인 구자은 피아니스트는 프렌즈오브뮤직(Friends of Music)의 음악감독이고 딸인 홍채원 첼리스트는 모스틀리첼로페스티벌인서울(Mostly Cello Festival in Seoul)의 음악감독이니까요. 이렇게 플레이어와 코치로 무대 위와 아래에서 클래식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녀입니다.
오늘 국내에서 네 번째 열린 홍채원 첼로 독주회에서 모녀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로 한 무대에 섰습니다. 드레스코드까지 맞춘 모녀의모습은 보기에 좋았고, 그 모녀가 함께 만들어 낸 음악은 듣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연주 전 딸은 관객석을 향해 엄마가 있었기에 그녀가 오늘날과 같은 첼리스트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습니다. 무대 뒤에 있던 엄마는 그런 스피치를 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순 없었겠지만 그 말이 들리는순간 매우 흐뭇했을 것입니다. 참 이 모녀는 올해 1월 열린 저의 <TAKEOUT 유럽역사문명> 북토크에서도 함께 사적인 협연 무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늘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하는 모녀의 사진은 촬영이 금지된 관계로 제 북토크가 열렸던 최인아책방에서의 연주 사진을 올립니다. 오늘 무대와 비교하니 많이 옹색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흔쾌히 연주에 응해주신 두 분의 모녀 프로 음악가에게 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