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몰타로부터 저를 위한 선물(기념품) 2개를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시칠리아에선 그 섬을 지키는 여신을, 몰타에선 그 섬 주인이었던 기사단의 십자가를 가져온 것입니다. 하나는 성공이고 하나는 안 성공입니다. 안 성공이라함은 실패까진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시칠리아 기는 오묘하고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합니다. 여신이 들어가 있는 것도 특이한데 괴물인 메두사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변한 뱀도 들어가 있습니다. 풍요로운 땅을 상징하는 밀이삭도 있고, 시칠리아 모양의 삼각형을 드러내는 3개의 발도 달려있습니다. 지중해 중앙 지정학적 위치로 워낙 침략이 많았던 지역이라 메두사를 넣었을 것입니다. 쳐다만 봐도 꽁꽁 굳어버리니 아예 쳐다볼 생각도 말라고 말입니다. 트리나크리아(Trinacria)라 부릅니다.
그녀가 들어있는 기념품은 시칠리아에서 어느 상점을 가도 즐비합니다. 하지만 제 눈에 들어오는 그녀는 없었는데 여행 마지막 날 발견의 도시 시라쿠사의 골목에서 마침내 나의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유화로 조그맣게 그려진 그림 속의 그녀가 눈에 확 들어온 것입니다. 가격도 착해 냉큼 담아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온 그녀는 지금 제 방 책상 위에 걸려있습니다. 그녀 아래 도발적인 엽서 사진은 유명한 시칠리안 포토그래퍼였던 화가의 선친이 찍은 사진입니다. 소말리아가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던 1930년대에 찍은 전위적인 작품입니다. 이렇게 보너스까지 성공한 from 시칠리아입니다.
시칠리아 남단 몰타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몰타기사단의 표식인 리본 모양의 몰타십자가입니다. 역시나 제 마음에 드는 그 십자가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었는데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몰타섬이 아니라 그섬에 붙어있는 새끼섬인 고조섬의 한 수공예품 아틀리에에서였습니다. 보듯이 기사단의 십자가가 밤하늘 별처럼 가득 박혀있는 백, 용도는 노트북 케이스입니다. 가죽에 로고만 다르다면 엄청 비싸겠지만 이 재질은 합성 천이고 섬집 수공예품이라 그런지 매우 착한 가격이 매겨져 있었습니다. 최근 낡고 무거운 제 노트북이 ppt의 동영상이 재현 안 되는 상태까지 와 교체한지라 바로 그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사실 케이스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예뻐서였습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듯이 노트북보다 케이스 사이즈가 작아서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15인치까지 들어간다 해서 "똭이다" 했던 것인데 노트북 브랜드 디자인에 따라 가로세로 배합이 다른가 봅니다. 그래도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른 용도를 찾으면 되니까요. 지금 이 케이스는 제 책상 왼쪽 한편 노트북 옆에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곁에 두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from 몰타의 십자가입니다. 물론 고개를 들어 시칠리아의 여신을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아직까지는 둘 다 그렇습니다. 기분 좋은 여행의 후유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