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Aug 08. 2023

움직인다고 다 운동이 아니에요.

70대까지 40대의 몸으로 살 길 바라는 아줌마의 필라테스 이야기 11

"경아님, 누가 쫓아와요? 천천히 할게요."


그렇다. 나는 초스피드로 동작을 하고 있었다. 물론 성격이 급한 것도 있지만 오늘은 결코 급한 성격 때문이 아니다. 그럼 운동이 너무 재밌고 오늘 하필 에너지가 넘치냐고? 물론 그것도 '아니요'다. 나는 단지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선생님이 말한 10번의 횟수를 채우고 나의 너덜너덜해진 몸을 한시라도 빨리 매트에 눕히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걸 바라고 원한 건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이런 몹쓸 몸짓이 매의 눈 선생님에게 안 보일리 없었다. 아무리 그룹 수업이라고 해도. 


"움직인다고 다 운동이 아니에요."


선생님의 나직한 가르침에 나의 동작 속도가 슬그머니 느려지며 다른 회원들과 비슷하게 끝났다. 그리고 숨을 고르라는 선생님의 친절에 난 털썩 매트에 주저앉았다. 순간 한 줄기 깨달음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얼마 전 짝꿍과 함께 건강검진을 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건강 검진에 대한 결과 상담을 받았다. 그날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고 움직임이 불편하다고 내가 말하자 의사는 오십견일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형외과 진료를 권하였다. 마땅히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 절차대로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며 정확한 증상과 원인을 물어봐야 하지만 그날도 난 궁금증이 급했다. 앞에 있는 사람도 분명 흰색 가운을 입고 있고 병원에서 일하며 의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니 전공과목과는 무관하게 나의 작고 가벼운 의문점에 대한 질문쯤은 해도 된다는 판단하에 나는 질문을 하였다. 만약 나의 증상이 정말로 오십견이 맞다면 원인과 치료법이 무엇이냐고. 의사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으나 침착하게 팔을 많이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그래서 40~50대에 많이 생긴다는 설명과 함께 운동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때 나는 의사의 해박한 지식과 돌발 질문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그 태도에 감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이 사용해서 아픈데 운동을 하라고? 헐...'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미심쩍은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움직인다고 다 운동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이 내 귀에 그리고 뇌리에 확 꽂혔다. 그리고 난 필라테스 매트에 주저앉아 그날 그 의사의 말을 곱씹으며 그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운동'이 몸을 보살피는 것이라면 '많은 사용'은 몸을 괴롭히는 것이니 많이 움직여 아픈 나의 팔은 지금부터라도 보살핌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몇 달 지난 오늘 참으로 빠르게, 필라테스 매트에 주저앉아 얼굴도 가물가물한 그 의사에게 '의사쌤. 쏴리~~~.'라고 사과를 했다. 나만이 알도록 속으로 조용히. 그래도 난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할 줄 아니까. 


움직인다고 다 운동이 아니라는 말은 사랑한다고 해서 다 사랑이 아니라는 말과 묘하게 통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를, 연인을,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랑'은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굉장히 주관적이라 가끔 아니 조금은 자주 문제가 생기곤 한다. 주고 싶은 사랑과 받고 싶은 사랑이 다르고, 표현하는 것과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나의 몸을 사랑하며 제대로 된 동작으로 사랑을 표현해 보려 한다. 내 몸 구석구석의 관절들과 근육들이 진정한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사랑으로 뼈가 저려지도록. 


나는 선생님과 회원들의 속도에 맞추어 동작을 하고 호흡을 했다. 앞으로는 한 동작씩 해 치우는 것이 아니라 동작마다의 고유한 힘듦을 버티고 즐겨보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네. 



#필라테스 #운동 #다이어트 #깨달음 #사랑

이전 10화 살려는 드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