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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Aug 14. 2023

여행 정보 없는 여행 책

여행 정보 없는 여행 책 2

오늘 새벽에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캠핑장에서 쓸 훈연그릴이 도착했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박스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북! 북! 뜯었다. 그리고 부품의 모습으로 도착한 나의 훈연그릴을 꺼냈다. 20분 넘게 낑낑대며 조립을 했는데 뭔가 이상한 것이 결코 완전하지 않음을 느꼈다. 그제야 설명서를 보고 처음부터 다시 조립을 시작했다. 설명서를 보지 않고 조립을 시작한 이유는 제품 박스에 떡하니 훈연그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이게 '나'다. 설명서가 세상에서 제일 읽기 싫은 사람. 부품 설명부터 조립방법과 주의사항, A/S 까지 적혀 있는 설명서는 어렵다. 그리고 단계별로 찬찬히 따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여행책을 좋아한다. 그곳의 풍경과 낭만과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 좋다. 그런데 너무 세세하게 가는 방법과 먹어야 하는 것과 봐야 하는 것과 자야 하는 곳을 써 놓은 책은 슬며시 내려놓게 된다. 이런 패턴의 책은 힐링과 쉼이 아니라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느낌. 여행 설명서를 보는 느낌이라 힘들다. 그런데 짝꿍은 그게 여행지에서 갖게 되는 재미라고 한다. 지도와 갖가지 정보를 담은 책을 쫓아 좌회전 우회전을 하면 그곳에 그것이 딱 있는 거. 그래서 짝꿍과 나는 같은 곳을 함께 여행을 해도 다른 여행을 즐긴다. 아마도 지도를 못 보는 사람과 지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여행 방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뭐든 괜찮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그만큼 많은 여행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번아웃이 와서 일상을 모두 내려놓고 훌쩍 떠나 성장하여 돌아오는 성장기가 아니다. 나는 용감하게 일상을 내려놓지 못하니까. 그래서 나에게 여행이란 일상에서의 짧은 일탈이고 쉼이고 비움이고 가벼워짐이다. 그래서 어떤 곳에 무엇이 있고 뭘 보았고 뭘 먹었는지 보다는 그곳에서 어떤 느낌을 누렸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자세하고 친절한 정보보다는 내 발길과 눈길이 닿은 곳의 느낌과 사색을 조각 천들을 붙여 만든 퀼트 공예처럼 종이에 새겨 보려 한다. 띄엄띄엄 성글게 그리고 가끔은 촘촘하게.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짝꿍과 둘이서 다녀본 강원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아이들 중심의 여행을 했는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짝꿍과 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풍요로움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 다시 둘만의 여행이 시작된 곳이 강원도였다. 아이들이 다 컸다고 해도 아이들만 두고 멀리 가기에는 마음이 아직은 불편하니 그나마 가깝고 가보고 싶은 곳 강원도로 떠나게 된 것이다. 강원도 중에서도 인제, 속초, 강릉을 중심으로 써보려 한다. 특별히 이곳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먼저 다녀왔기 때문에 먼저 쓸 뿐이다.


[여행정보가 없는 여행책. 인제, 속초 그리고 강릉]


제목만 봐도 가볍다 가볍다.

가벼워 정말 정말 좋다.



#여행 #글쓰기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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