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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Jul 21. 2022

이름 부자 명태. 내 정체를 밝혀야겠다.

여행 정보 없는 여행 책 3

덩~ 덩~ 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덩~ 따따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쿵따쿵~ 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쿵따쿵따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갓~ 잡은 싱싱이~ 생태~~~~

특~ 히나신선한~ 선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코~다리

명태새끼바싹말린 노가~리~~~  얼쑤~


소~ 금에 푹절인~ 간태~~~~

해~ 풍으로건조~ 북어~~~~

색이검~ 게변한~ 흑태~~~~

하얗게~말라버린 백태~~~~ 잘한다~


녹~ 다가 얼다가~ 황태~~~~

속~ 살이딱딱한~ 골태~~~~

통마리~ 로만든~ 봉태~~~~

만들다가잘못된~ 파태~~~~ 그래...


한~ 달~ 천막건조 짝태~~~~

크~ 기가작~은~ 왜태~~~~

새기명태 애~~태 산란하고 잡힌 꺽태~

알을밴상태로잡힌 난태~~~~ 그렇지...


낚~ 시로 잡은~~ 낚시태~~~~

그~ 믈로잡~은~ 망태~~~~

늦봄마~ 지막잡은 막물태~~~

자매품별책부록~ 명태알 명란젓  얼쑤~ 좋다~



죽음의 형태에 자신의 흔적을 담뿍 담아 남긴
녀석의 이름을 한 번쯤은 불러 보고 싶었다. 



자작나무가 보고 싶어 강원도 인제로 짝꿍과 함께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린 자작나무를 보기에 앞서 먼저 자작나무 숲 앞 식당에 들렀다. 우린 뭘 먹을지 고민을 1도 하지 않고, 강원도에 왔으니 강원도 토속음식 황태구이를 먹기로 했다. 토속음식을 찾는 우리의 모습에서 나이의 흔적이 나타나 피식 웃음이 났다.

 

황태구이를 시켜놓고 식당 여기저기를 눈으로 스캔을 했다. 포슬포슬하고 매콤한 황태구이를 먹으며 연신 엄지척을 날리는 옆 테이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소주가 생각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참겠다는 다부진 아저씨의 맹세가 들리고, 싹 비워진 그릇을 보며 흐뭇해하는 식당 사장님의 '또 오세요.'라는 인사가 들렸다. 그리고 식당 한켠에는 강원도 답게 강원도 특산물 황태가 부위별로 쓰임새별로 나뉘어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쓰임이 얼마나 많은지 대가리는 대가리대로, 속살을 속살대로, 껍질은 껍질대로. 드라마 대장금에서 요리 경연을 할 때 명태 껍질에 무언가 싸서 먹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봤던 껍질을 실제로 보니 더 신기했다. 황태는 원래 명태였는데 명태란 녀석은 어떤 녀석이길래 이렇게 쓰임이 많고 이름이 여러 개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명태에게 명태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를 알려면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까지 가야 한다. 당시 함경북도 명천에 '태'씨 성을 지닌 어부가 잡아서 이름이 명태가 되었다는 썰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방언이 많으니 아마 위에 나열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름이 있지 않을까. 이름이 많다는 건 분명 많은 사람에게 불리는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만큼 쓰임이 많았다는 뜻이리라.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는 흰 살 생선의 대표로 그 쓰임을 살펴보면 생선살은 물론이고 아가미, 알, 내장 등 버릴 것이 하나 없는, 몽땅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가 된다. 명태는 아주 아주 오랫동안 우리네 가난한 밥상을 책임져온 희생 정신과 박애 정신이 가득한 어류였던 것이다.


내 어릴 적 기억에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을 볼 때면 커다란 생선을 옆에 두고 꼭 비틀어진 상태로 얼어있는 생선을 샀다. 아주 가끔 특별한 날 그 옆에 있는 커다란 생선을 사기도 했다. 비틀어진 상태로 얼어있던 생선을 산 날이면 어김없이 저녁상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탕이 놓여 있었다. 흰 쌀 밥을 한 입 먹고 그 보드랍고 하얀 살 한 점과 칼칼한 국물을 한 숟갈 먹는 순간, 내가 방금 먹은 녀석이 낮에 장 볼 때 샀던 그 얼어붙어 있던 녀석이었던걸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뜨끈하고 시원한 맛이 입 안을 휘몰아쳤다. 소주 한 잔이 딱 어울릴만한 맛인데 그때는 어릴 때라 몰랐다. 아버지가 왜 소주를 마시는지. 


생선탕이 되어버린 후에는 어머니의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 그 커다란 녀석이나 비틀어져 얼어 있던 녀석이나 풍기는 맛과 냄새는 매 한 가지였다. 내가 주로 먹은 비틀어져 얼어있던 것은 '동태', 아주 가끔 특별한 날 어머니의 선택을 받아 밥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 동태 옆에 있었던 것은 '대구'로 크기 외에는 엇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이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안 건 결혼을 한 후였다. 예나 지금이나 장바구니 물가는 늘 무서웠고 무서운 만큼 망설이는 발걸음과 손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명태는 동태가 되고 동태는 다시 동태탕이 되어 내 어린 날의 추운 겨울 밥상을, 내 어머니의 가벼운 지갑 사정을, 하루의 노곤함을 풀고 싶은 내 아버지를 책임졌으니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온몸으로 온기를 준 고마운 녀석이다.


동태라는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은 '눈은 동태 눈까리를 해서...'라고 호통을 치던 성격 고약한 선생이다. 따뜻한 밥상의 추억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학창 시절 그 선생이 생각나다니 갑자기 기분이 상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하늘에 있거나 내 몸 어느 한편에 스며들어 날 살 찌운 동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생각난다는 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는 건 흔히들 쓰는 말이기 때문일 텐데 너무 많은 걸 주고 떠나는 생명에게는 억울한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말인 듯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은 명태가 단연코 최고인 것 같다. 명태도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나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말하는 것이 직업인 나는 말을 남겨야 하나 싶지만 말은 공간으로 흩어져 버려 남기지 못하고, 말로 번 돈을 남기자니 남길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글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남기는 것이라 할 수 없겠지만 먼 훗날 4000년쯤 미래의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먼지 뽀얀 책장 어딘가에서 유물 발견하듯 발견하고 읽어줄지 모를 일이다. 가끔 뉴스를 통해 옛사람들의 유물이 발견되면 누구의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게 되더라도 당대의 유명한 인물이 아니면 모를 텐데, 혹 유명한 인물이라고 해도 역사책에서 보기만 한 사람이라 사실은 잘 안다고 말도 못 하지만 그래도 이름이 참 궁금하긴 하다. 혹여라도 내 글을 보는 현재의 누군가와 미래의 누군가에게 이러한 궁금증으로 갑갑함을 유발하지 않도록 꼭 글에 내 이름 석자를 적어 놓아야겠다. 내 정체를 밝혀야겠다.


덩~ 덩~ 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덩~ 따따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쿵따쿵~ 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쿵따쿵따쿵따쿵~ 깨갱깽깽 깽~깽~


사~ 랑이 가득한~ 양~~~ 경~아~

웃~ 으면 빛나는~ 양~~~ 경~아~

공부해~ 남주는~ 양~~~ 경~아~

글잘쓰고책많이낸 양~~~ 경~아~  얼쑤~ 좋다~





#인제 #강원도 #황태 #명태 #여행 #소주와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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