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Jan 21. 2022

인도의 도매시장, INA마켓

없는 게 없는 델리의 대표 마켓

일주일간 감기 몸살을 겪으면서 김장하는 것에 맘이 걸렸습니다. 보통 1월 초순 경에 하면 딱 좋거든요. 고민하다가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INA마켓에서 배추를 배달시켰습니다.

큼지막한 배추가 8개 정도 20킬로, 파 1킬로, 갓 1킬로, 부추 1킬로, 쌀등을 시켰습니다. 얼마되지 않은 거리인데... 배달료를 200루피나 받습니다.ㅠㅠ


오랫만에 배추를 보니 생 것이 먹고 싶어서 속대를 씻어 많이 먹었습니다. 시판 고추장에 우리집표 된장, 참기름, 마늘, 고추, 깨소금, 파를 넣어 섞어 놓고 배추 속대를 찍어 먹으니 참 맛있었습니다. 김장이라고 한통밖에 안되는 것을 쉬엄쉬엄 사흘에 걸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추가 많이 남았네요...


몸이 많이 좋아진 듯하여 오늘은 오전부터 INA마켓을 가기로 결심하고 식칼을 챙겼습니다. 인도의 칼은 이리 휘고 저리 휘어서 제대로 자르지 못하거든요...ㅎ


새벽에 안개가 자욱하더니만 11시가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 있었고 교통은 술술 잘 풀립니다.

아후자네 가게의 물건 쌓아두는 뒤켠으로 갔습니다. 마침 라주가 나와 있기에 지난번 배추 하나가 물러진 것을 얘기했더니  26킬로 배추를 23킬로로 계산해 주었습니다. 1월 20일이면 배추가 안 좋아지기 시작할 텐데... 다행히 올해 추위가 계속되다보니 배추가 괜찮습니다.  하지만 예년의 노리짱짱한 맛난 배추는 좀 드무네요. 어린 일꾼이 내 맘에 쏙 들게 일을 잘 합니다. 팁을 두배로 주었더니 좋아라~


아후자 가게에서는 설날때 약밥을 만들어보려고 태국산 찹쌀을 2킬로 샀습니다. 600루피.

고구마도 커서 제사상에 올릴까싶어 2킬로 샀구요, 양파도 아주 커서 좋습니다. 피망도 색깔별로 사고... 딸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이던데 넘 겁나게스리 빨갛더라고요... 가격은 200루피던데 좀 사기가 겁나서 패스했습니다.


생선가게에 오랫만에 들렀더니 넘 반가워합니다.

생선 안사먹은 지 오래됐습니다. 여름철엔 스킵하거든요. 조기와 도미를 1킬로씩 샀습니다. 400루피. 애기 오징어도 하도 사라고 해서 반킬로 샀구요...

양고기 아저씨에게도 새해 인사해야지요. 절 보자마자 양고기 아저씨는 고기를 막 써는 거에요.가져온 돈을 다 썼다고 하니 다음번에 달랍니다.ㅎㅎㅎ


오늘은 계속 사람들이 돈을 나중에 달라고 해요. 새벽에도 아물우유 주인이 잔돈이 없다고 6루피 다음에 달라고 해서 소먹이 주고 온 남편에게 돈을 받아서 줬거든요...


빚을 지는 제가 아니지요... 핸펀속에 고이 모셔둔 비상금이 나옵니다.ㅎ


안 살수가 없지요. 아저씨가 권해주는 고기가 연하고 맛있기에 그냥 주는데로 가져가면 됩니다.


옆의 닭을 잡는 아저씨도 한마리 가져 가라고해서 닭 한마리 통채로 가져왔습니다. 저희 제사상에는 닭 한마리가 통채로 올라갑니다.


약 5천루피에 웬만한 육해공 먹거리를 조금씩 다 갖고 왔네요. 1월 말에 떡과 과일만 준비하면 됩니다.


처음 델리에 살적엔 이 마켓이 굉장히 멀리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운전기사가 둘러서 다녔는지 한번씩 가볼려면 날 잡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서는 이국적인 먹거리가 있으니 시장다녀온 며칠동안은 참 행복하지요... 이제는 동네방네에 몰이 생기고 한국수퍼도 몇개씩이나 있다보니 잘 안가게 됩니다.


그래도 이십여년간 들락날락하던 인연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시장 사람들 만나서 새해 인사 나누고 덕담을 하다보니 쿨럭되던 기침도 싹 사라졌습니다. 마스크 너머로 경계의 눈빛을 보이곤하는 부자동네의 체하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달리 정과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다행히 매년 보던 사람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안심입니다.


코로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정이 있는 사람들을 비켜가나 봅니다. 다행이지요?

얼른 이 상황을 극복하여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 이전글 쉬어가는 코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