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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Apr 03. 2022

맥그로드간지,  세째날

1박2일 코스(3.30~3.31)  Triund 산행

10시에 가이드와 갈루행 택시가 오기로 해서 호텔에서 차이와 파라타를 시켜먹고 과일과 견과류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습니다. 짐 정리해서 프론트에 맡기고 트라이운드행 출발!


매번 좋아했던 다람콧로 가는 길을 택시를 타고 지나는데 계속 길이 파헤쳐서 있어서 먼지도 나고 복잡하고 그래서 별로였어요. 위로 하이얏트호텔이 생겼다더니 그 여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속으로 차들이 다니고...  예전의 조용하고 한적했던 공기좋은 다람콧이 그리워집니다.


울퉁불퉁한 길들을 지나서 갈루의 템플앞에서 정차했습니다. 여기서 대나무 작대기를 50루피를 주고 빌렸습니다. 검문소 경찰관과는 인사를 나누고 아다르카드 복사본을 제출했습니다. 제 생각에 길이 험하니 조난당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리고 보안 문제로 체크하는 듯 했습니다.

3월 말의 따가운 햇살속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선 우리들을 맞이하는 것은  붉은색 꽃으로 뒤덮힌 환상의 코스였습니다.  남편은 연신 천국가는 길이라 명명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시간이 나서 찾아보니 만병초라고 하는 로도덴도론입니다. 아주 피빛 붉은색부터 진달래처럼 연한 분홍색까지 다양하게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가이드가 꽃가지를 꺽어서 주면서 먹어보라고 합니다. 다람살라에서는 이 꽃으로 만든 스쿼시와 잼이 인기랍니다. 커다란 부대에 꽃을 담아서 이고가는 일꾼 몇사람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꽃잎을 먹어보니 약간 시큼하면서도 단맛이 돌더라고요.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 독이 있다고 하던데 저는 몸에 좋을까 싶어 네개나 먹었답니다.ㅎㅎㅎ

가는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마주치는 사람들도 제법되고 빙하도 있어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대화도 나누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 킬로를 남겨두고 남편의 숨가쁨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십수여년전 큰 아들과 남편이 같이 올라가다가 막바지에서 가쁜 숨 때문에 포기했던 적이 있기에 이번엔 매우 조심했는데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급경사로 이어진 막바지 지점에서 상당히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쉬고 걷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도착한 트라이운드 정상입니다.  

해발 2,875미터, 약 3천미터 산을 오른 것입니다. 갈루에서 시작한 산행은 약 6Km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젊은이들은 뛰고 날라다니던데요... 저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면서 슬로우&스테디하게 올라갔습니다.^^  희안하게 아일랜드출신의  예쁜 여학생과는 대화도 잘 나누고 괴로워하는 티가 전혀 안나더라고요.ㅎㅎㅎ

Galu-> Triund 정상까지 약 6km, 10:30am 출발/3:40pm 도착

Triund -> 텐트촌까지 약 1.5km 4:30pm 출발/5:40pm 도착


산 정상에서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고 올랐으니... 얼마나 기뻤는지요? 그리고 눈앞에 설산이 펼쳐지니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라이운드의 전경과 함께 인도노래 깔호나호를 즐감하시기를...


남편은 힘들다고 바위에 누워 쉬고 있는데 주위에 이스라엘출신의 한 여자가 요가 구루와 고난도의 요가 자세를 취하면서 비디오를 찍더라고요. 제가 또 영상 촬영을 도와주었습니다. 3개월째 요가 수행을 하고 있답니다.

빵을 먹다가 어슬렁거리는 개에게 나누어주었더니 그 개가 1킬로 떨어진 야영장까지 쫓아왔습니다. 이쪽 개들은 덩치가 커서 무서워보이는데 베지만 먹어서인지 참 순합니다. 거의 짖지도 않고 잘 따라다닙니다.


1시간 가량 설산을 보면서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쉬다가 야영하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눈이 쌓였던 곳이라 곳곳이 질척합니다. 소들과 말들이 방목되어 돋아난 풀들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와 작은 바위들이 많이 있어서 걸을때 조심해서 내려왔습니다.


텐트에서 1박, 인도에서 살면서 산에서의 하룻밤이라... 처음입니다. 과거 자이살메르 사막투어 때 사막에서 하룻밤 텐트 야영했던 적이 있긴 합니다. 바람 불적마다 입속으로 모래가 들어왔던 기억이 새롭네요...


해지는 석양의 모습이 장관이라해서 기다리는데 일단의 학생들이 우리쪽으로 내려옵니다. 알고보니 인도 최고의 MBA학교인 IIM 아메다바드에서 온 졸업생들입니다. 벌써 유수한 기업에 취직들이 다 되고 홀가분한 상태에서 여행온 것이랍니다.

코로나때문에 잃어버린 2년이었겠다면서 걱정해주니 재미있었답니다. 아니, 뭐지?기숙사 생활을 한터라 온라인 교육받은 후 서로 끼리끼리 모여서 더욱 재미있고 즐거운 생활을 같이 할수 있었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여행도 각 지역에 흩어진 친구들이 델리로 모여서 밤차타고 왔답니다. 세상에, 락다운 기간에 그런 일도 있었네요!


한 건실해보이는 친구는 자기가 10학년이 되자 부모님께서 텔레비를 치우셨다고 합니다. 이후로 텔레비없이 살았다고 하는데요... 교육열이 강한 인도 부모님들의 사례를 직접 볼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큰아들이 인도 최고의 석사과정에 입학, 졸업해서 좋은 직장도 얻게된 것이네요... 나중에 그 학생은 델리로 돌아오는 길에 만나서 우리의 가방도 들어주었습니다. 참 멋진 젊은이로 평생 기억할 겁니다. 차이투의 건투를 빕니다.


어쩌다 한국을 얘기하다보니 한글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가 노트에다가 설명하자니 학생들의 눈과 귀가 집중모드! 한글의 간단하고 편리함이 대단하다고 놀라더군요. 제가 재미나게 설명을 잘하거든요.ㅎㅎㅎ 한 학생이 떨떠름하게 보여서 이름을 한글로 써주니 좋아했습니다... 슈범이었습니다.

수다 떨다가 해지는 장관은 대강 감상했습니다. 어느 순간 해가 구름에 가려져서 안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주황색의 어스름한 낭만은 맛보았으니 만족합니다. 발밑으로는 맥간과 다람콧, 저멀리 다람살라와 캉그라의  불빛들이 찬란하게 빛납니다.

저녁은 인도식으로 밥과 짜파티, 달과 아차르인데 꿀맛입니다. 입에 넣자마자 스르르 녹습니다. 차이와 커피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제가 가져온 과일과 넛츠, 남은 티벳빵 큰것 반을 가이드와 매점 사람들에게 주었더니 가이드가 베개밍크 담요를 두개 더 가져다 줍니다.ㅎㅎㅎ

해가 떨어지니 썰렁해지더라고요. 봉파이어 한다고 초대받았는데 저희가 끼면 물 흐릴 듯해서...ㅎ 사실 피곤해서 텐트에 누웠습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나의 고난도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어낸 기쁨! 밖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노래와 춤사위가 간간히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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