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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Apr 06. 2022

맥그로드간지 넷째날

트라이운드 하산길과 박수폭포

- 텐트촌에서 8:30am 출발 /박수폭포에 11:30am 도착

- 하산길 약 5Km, 엄청 가파르다. 약 3시간 소요


전날 밤에 쏟아질듯 많은 별들 속에서 특히 북두칠성을 확실히 볼 있었습니다. 몇 십년만에 찾은 북두칠성, 국자모양의 별입니다. 잠시 동심에 젖었습니다.

꾸치꾸치 호타해, 뭔가가 일어나고있어! 뱅갈로르에서 제일 처음으로 빅히트쳣던 영화제목과 영화음악, 샤루칸과 카졸이 아주 젊고 산박하게 이쁜 사랑을 하는 사이로 나옵니다.

잠이 깊게 오지 않았고 새벽녘에 바람이 세더라고요... 일어나서 두터운 바지를 위에 껴입었습니다. 그래도 잠을 잘수 없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슴푸레하게 해가 뜨려나 봅니다. 어슬렁거니는 젊은이들이 꽤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쪽 매점의 직원들이 제일 부지런합니다. 여기저기의 배낭여행객들이 우리쪽 매점에 모여서 차이를 마시길래 저도 아침 차이 부탁했습니다. 우리처럼 가이드 대동하고 오지 않고 텐트만 빌렸던 사람들은 후딱 정리하고 내려가는 모드... 또 젊은 일꾼들은 텐트 해체에 바쁘더라고요.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와 계란 오믈렛, 파라타와 차이로 했습니다. 가이드 주려고 입었던 겨울 옷가지를 따로 싸고 하산 준비 완료.

참, 화장실은 저를 위해서 특별히 텐트화장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ㅎ 그냥 땅만 파서 텐트 고정시킨 것이랍니다. 고마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색깔도 제가 좋아하는 터콰즈 블루.ㅎ


박수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많고 길이 울퉁불퉁했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발이 삐기 쉬울  듯 했어요.

단축코스라해서 박수폭포 쪽으로 올라오는 젊은 일행들을 봤는데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볼거리도 없고 무척 가파릅니다. 내리막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무릎.허벅지를 무리하게 되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사흘동안요.

신발끈 동여매고 하산하여 박수폭포로 향하는 길에 IIMA학생들과도 죠우하고... 역시 젊은이들이라 날랩니다. 전날 밤에는 갈루쪽으로 내려 간다고 들었는데 박수폭포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우리가 이쪽으로 간다고 해서인 듯 합니다. 쉬블리는 연신 볼것이 없네 ~ 하면서 옆에 앉아서 제게 불평을 해댑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얘기하면서 이 길도 안가봤으면 미련이 남을텐데 이렇게 가봄으로써 좋지 않냐고 얘기해 주었지요.

****

인생에서 오르막길은 상승세라하여 희망찬 가슴 벅찰 일만 있는데... 산행에서 오르막길은 숨차고 힘에 겹습니다


인생에서 내리막길은 하향세라하여, 즐겁고 벅찬 일도 없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같은 무미건조한 날만 남았는데...

산행에서 내리막길은 식은 죽먹기처럼 가뿐합니다.


****


그러고보니, 완주했을 때의 기분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무언가 성취했을 때의 희열감 뒤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인내가 따르고,

뒤안길로 사라지는 고독.허탈감 뒤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한 홀가분함이 함께 합니다.


****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인생의 맛을 조금이나마 깨치게 해 준 산행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하산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단조로운 듯하지만 미끄러지기 쉽고 배달꾼 조랑말들이 거침없이 오르내리곤 해서 중간중간 길을 비켜줘야 합니다. 긴장끈을 풀지 말아야 합니다. 산행에 웬 가이드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지나고 보니 조랑말 오르 내릴때 미리 갓길로 피하도록 조치해 준 것만 해도 대단히 큰 도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여행다니면서 가이드 받아본 적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뱅갈로 -> 아잔타.엘로라 ->라자스탄 주(자이푸르-조드푸르-우다이푸르) -> 델리 -> 뱅갈로 8박 9일로 기억합니다. 기차.비행기.택시.버스 타고 각 도시들을 옮겨다니면서 로컬 에이젠시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요. 인도는 Agent문화라는걸 그때 이해했습니다. 인도식으로 보자면, 신을 만나기 위해서 사제가 있듯이, 매사 전문가.에이젠트가 필요하다는 관점입니다.^^ (남편의 관점을 가져왔습니다)}

다시 만난 박수폭포! 폭포의 위쪽으로 하산하더라고요. 이번 산행 덕분에 폭포위도 볼수 있었고 기대 이상입니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 다리에 힘을 너무 줘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가이드에게 대나무 막대기 전하고 가져온 겨울 옷도 넘겨주고 팁도 500루피 진정 감사의 맘을 담아서 주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다음날 소개도 해줄 기회가 있었습니다.


워낙은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고자 쵸노르하우스에서 점심하기로 계획했었는데 도저히 거기까지 못내려가겠더라고요. 첫날 들른 이름없는 작은 모모집에서 모모와 뚝바로 대신했습니다. 작지만 실속이 있는 듯 연신 아저씨는 배달다니시고 주문하러 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름을 물어보아 《쵸모하우스》라고 식당 이름을 지으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수줍은 미소가 이쁜 아주머니였습니다. 음식맛은 뭐... 그만하면 배낭여행객들 주머니 사정에 비추어 적당하게 맛있고 양도 풍부합니다.


우리 호텔로 돌아오니 깨끗해진 같은 방에 가방을 갖다 놓았더라고요. 따신 물에 족욕을 하면서 샤워하자니 끙!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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