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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Apr 17. 2023

 ICGEB강당에서의 Memorial Service

이웃 지인의 명복을 빌면서

15일 전에 돌아가신 지인의 남편 추모식에 다녀왔습니다. Memorial Service 라니 외국 영화에선 보던 말인데 인도에선...  낯섭니다.

고인의 부인인 알피나가 나에게 추모식 초대장을 보냈어요.  도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니까  픽업 부탁을 하였습니다. 가까운 이들도 많을텐데... 자못 의아해한 것은 사실이지요.

삼년전 알피나가 자기집에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년 10월 디왈리때, 스위트만 전해준다고 운동복 차림으로 방문했었는데...

남편의 병환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맘 속으로 통하던 알피나가 이제부터 남편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참 안되었습니다. 매년 디왈리 때면 방문해서 부부끼리 안부를 묻던 뱅갈출신 절친 이웃이었는데...  알피나와는 새벽 걷기하다가 만나면 같이 한시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던 속이 깊고 얌전한 부인입니다.

구박사에게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Sunil Mukherjee는 현재 뉴델리에 있는 IARI(델리대 산하 인도 농학연구소)의 식물 병리학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Sunil은 식물 분자 생물학, 식물 바이러스학 및 유전학을 연구합니다.  그들의 가장 최근 간행물은 'Management of geminiviruses focussing on small RNAs in tomato'입니다.


워낙 눈망울이 크고 빛나서 똘똘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덕망도 높고 학식이 높은 분인지는 여러사람들의 추모사를 통해서 엿볼수 있었습니다. 온라인과 고인이 25년간 근무한 직장의 강당에 모인 사람들의 면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요.

고인이 사랑한 것은 Food, Adda, Science의 순이라면서 우스개소리를 하시던데... ICGEB의 사모사를 광장히 좋아했다고 니다. 만나면 언제나 식사하자고 사모사가 무척 맛있다고 권하곤 하셨답니다. 여러분이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Adda라면 서로 토론하고 대화나누는 것인데요, 평소 같은 길을 걷는 과학자들과 만나면 토론하기를 즐기고 나중에 그분의 코멘트를 들어야 끝이 났다고 하니...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는 친절히 가이드해 주고 해외 유수 대학에도 추천을 많이 해 주셨다고 합니다.

사모사... 한쪽에서 계속 방송되던 고인의 사진 중에서.

현재 미국의 대학교수님들도 어찌 시간을 맞추어서 온라인으로 고인을 회상하는 등, 두어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추모식이 끝나고 우리는 방명록에 잠시 그분을 기억하는 메시지를 몇자 적고 고인이 즐기던 차이와 사모사등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모사 당연 먹어봐야지요? 정말 지금껏 먹어본 사모사 중에서 제일 맛났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 단체의 카페테리아에서 따뜻한 사모사를 또 맛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정성어린 점심 패키지를 들고 집으로!

부인인 알피나가 슬퍼할까봐 새 손수건에 향수를 뿌려서 추모식 오는 길에 건네주었는데 가끔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건강하게 다들 고인을 추모하며 아까운 인재가 일찍 갔다고들 하였습니다.


2007년 신장암에 걸려서 콩팥 한개를 떼어낸 후 십여년 쯤되자 다른 신장도 기능을 못하게 되어 투석치료를 하는 와중에도 연구소에 들러서 학생들과 연구하고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어려운 코로나 상황에도 일주일에 두,세번 병원에 들러서 투석하고 이겨냈는데...


지난 디왈리 때 스위트 드리러 방문한 길에 뵙고는 11월초에 대장 내시경을 하시다가 천공이 되어 그 길로 집중치료실에 계시다가 4개월만에 세상을 뜨신 것이랍니다.


우리는 2월에 서울 간 김에 남편이 대장내시경검사를 한다고 했을때 용종도 문제지만 천공이 안되도록 기도했었거든요... 되도록 대장내시경은 안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검사 전에도 화학약품 첨가한 많은 양의 물을 먹어야 되어 괴롭지만 검사중에 잘못이라도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물론 AIIMS라고 인도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의 의사에게서 검사를 받았겠지만... 너무도 운이 없었네요. 만나서 얘기 듣기 전에는 지병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더랬어요. 제가 의료사고라고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얘기했지만 현재는 남편의 죽음만을 애도하고 싶답니다...


이주 전, 구루가운 절친 집에서 재미나게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편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왔더군요. 금방 들르마 했는데 돌아오면서 차에 이상이 생겨서 비오는 와중에 쇼를 하고 겨우 집에 도착, 하얀 국화 한다발을 사서 검은 색 복장을 하고 들르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더라고요... 마침 딸과 동거남이 옆에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었답니다. 경황이 없었는지 다들 파죽음이 되어 있었어요. 인도에선 세상을 뜬 날 당일에 화장하고 재만 가지고 돌아옵니다.

미국서 공부하고 현재 인도 대학 교수인 딸이 주관해서 행사를 잘 마쳤다.

다음날 걱정이 되어서 약식과 강가 워터와 과일 몇 가지를 같이 전해주고 며칠 후에는 수박 큰 것 사서 전달해 주고 녹두전해서 콩물해서 가져다 주고...


평소 자주 만나던 사이가 아니었는데 어려울 적에 서로 돕다보니 의지하게 되나 봅니다. 이번 추모식에 저와 남편만 동네에서 초대하였더라고요. 같이 가자고 부탁도 하구요...


새삼 훌륭한 이웃을 곁에 두었다는 생각과 한창 연구를 해야되는 중요한 시점에 어처구니 없이 돌아가심에 안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5년간의 ICGEB에서 근무하셨는데 UN 산하의 자나 식물   RNA 등을 연구하셨나봐요. 이 단체는 인도,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주최가 되어 만든 연구소인데 현재는 인도정부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워낙 물리학 박사이신데, 분자 생물학 연구에 매진하신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좀 색다른 시각으로 연구하여 계에서 큰 기여를 하셨답니다. 미국의 듀크대에서 연구할 시에는 밤 12시 전에 돌아간 적이 없답니다. 죤스 홉킨즈에서도 포닥을 하셨다고 나오니 전세계의 훌륭한 인재를 잃은 것이 맞습니다.


그나저나 두시간 동안 추모식에 참여하고 돌아왔는데, 왜 그리 피곤한지요. 긴장이 풀렸는지... 늦은 점심을 먹고 쭉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돌아가신 수닐 무커지 박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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