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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의 해프닝

불이야!ㅠㅠ

by kaychang 강연아

어떤 분이 화분을 무료로 나누어 주셨다. 같은 당산동인데 찾지 못하여 점심을 먹고 남편과 같이 찾으러 갔다. 남편이 이런 일을 시킨다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툴툴거렸다.


알다시피 인도에서도 백여그루가 넘는 식물을 키우면서 사랑을 주었고 케랄라로 이사를 갈 적에 지인들에게 다 나눠 주었었다. 어머니 댁에 있을 적에도 식물 수를 늘이고 물주느라 어머니로부터 한소리 듣곤 했었는데 현재 작은 레지던스에 기거하고 있기에 나중에 사랑을 준 화분을 어찌 처분할 것이냐고 어찌 이사를 갈 것이냐고 남편은 불만을 표하는 것이었다. 물론 무겁기도 하고...ㅎ

그래도 나는 작은 화분들과 흙을 갖게 되어 레지던스에 오자마자 오랫만에 물꽂이하여 키우던 산사베리아와 피스릴리를 화분에 옮겨심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아침에 힘들었던 피로가 싹 가셔지는 듯 했다.


그날 아침, 지하의 짐에 가서 탁구도 치고 훌라후프랑 줄넘기를 하는 등 운동을 다녀와서 어머니께 가져갈 고등어 조림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 발생!이라는 경고가 크게 울렸다. 남편은 고등어 조림하느라 연기가 나서 그렇다는데 나는 얼른 패스포드와 지갑, 핸드폰을 챙겨서 밖을 나섰다. 양옆의 문들이 빼꼼히 열리면서 무슨 일이냐는 얼굴들이다... 특히 우리 옆방에는 알고보니 젊은이가 다리를 다쳐서인지 목발을 짚고 있었다. 얼른 피하라고 하고 우리 부부는 계단을 통해서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는데... 12층에서 걸어서 1층에 도착했더니 다른 이들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 또 그런다는 얼굴이다... 관리실로 갔더니 두 분이 당황스런 얼굴로 오작동? 이란다.


예전에 인도에서 지진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흔들려서 10층에서 달려나온 적이 있고 우리 집 바로 옆의 전기계량기가 불타서 오밤중에 모래를 끼얹었던 경험이 있던 터라 놀란 가슴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지만 힘이 쭉 빠졌다...


이후에 아침 먹자마자 어머니 댁에 가서 머리를 약간 손봐드리고 샤워를 해드렸다. 고구마를 쪄서 드리고 어제 뜯은 쑥으로 국을 만들어 드렸다. 너무나 황당했던 며칠전의 일인데 기억하고자 이곳에 남긴다. 정말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우리 레지던스 뒷편으로 안양천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다. 벚꽃의 피고 지는 것을 보았고 이즈음은 장미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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