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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손과장 Nov 23. 2020

불확실 시대의 LXD-구성원의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라

2020 가을 일본 HR 컨퍼런스 참가 후기

불확실한 시대일 수록 강조되는 자율성

2020년 상반기 일본 HR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주로 리더십과 관련된 세션들을 많이 신청해서 들었는데,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 할 때 공통적으로 ‘권한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십’에 대해 다루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위에서 시키는 일,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자율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것 자체를 ‘리더십’으로 보고 있었다. 하반기 일본 HR 컨퍼런스에서는 주로 변화된 학습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세션들을 신청해서 들었는데, 그 흐름이 반영된 듯 교육이나 업무 방식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켜서 하는 일, 매뉴얼에 정해져 있는 일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시키지 않은 일에 나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일본 문화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인재가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다양한 인재를 선호하게 된 데는 세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배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눈 팔지 않고 정해진 대로만 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성과가 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온 세계가 위기에 빠질 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교육이나 각종 모임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게 될 거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시키는 일만 하거나,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그동안은 실현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수평조직으로의 변모, Parallel Career, 부업 허용, 재택·원격 근무가 다른 것도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정착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해진 대로 주어진 일만 하는 자세로는 이러한 위기 상황,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빨리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고 추진해 나가는지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좌우한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시간과 장소, 업무 방식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그 어느때보다 자율성이 필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LXD의 정의와 필요성

본 세션에서는 LXD(Learning Experience Design)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율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LXD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LXD를 활용한 성공 사례 등이 소개되었다. LXD란 교육을 할 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기획자 혹은 강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의 입장’에서 ‘어디서 언제 어떤 체험을 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정해진 과목을 정해진 시간에 수강하라고 하는 것, 그리고 가르쳤으니 배운 것을 실천하라고 하는 것은 교육생의 자발성을 뺏는 일이다. 교육생의 관점에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옆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LXD이다.


대부분의 회사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지만 나 역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생에게 교육 일정을 통보하고, 강의를 듣게 하고, 평가를 하는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미 짜여진 커리큘럼 중에 우연히 흥미가 있거나 관심이 있어서 열심히 듣고 활용하는 교육생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교육 중에 잠깐 흥미를 가지고 시험 공부를 하고 지식을 암기했다가도 현업에 가면 잊어버리고 활용하지 못했다. 기억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하여 어느 교육 부서든 배운 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LXD 도입 포인트

LXD의 관점에서 이를 분석하였는데 ‘교육 담당자와 교육생의 동상이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표를 보니 교육 내용도 유익했고, 반응도 좋았고, 설문 결과도 좋았으나 결국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교육생들의 흥미와 만족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교육생들의 행동 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LXD 도입을 위한 포인트1. 시간 순서에 따른 체험 디자인

발표자는 실제 조직에서 LXD 도입을 위해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3가지 제시하였다. 그 중 첫번째가 '시간 순서에 따른 체험을 디자인 하라'는 것이었다. 교육생의 입장에서 연수 전, 연수 중, 연수 후에 하게 되는 체험과 감정을 그려 보는 것이다. 이때 여행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는데, 여행을 갈 때 여행 전에 숙박 시설 후보를 고르고, 숙박할 곳을 정하고, 실제로 여행을 가고, 여행을 다녀와서 후기를 남기거나 주변에 소식을 알리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며 LXD를 떠올려 보았다. 여행에서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경험이 달라지듯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하기 위한 중요 포인트가 어디인지를 교육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즐거운 여행을 하듯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하자.


또한 디지털 가속화에 따라 각각의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툴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에는 메일로 대부분의 소통을 했었다면, 이제는 채팅을 할 수 있는 도구, 자료를 함께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LXD 도입을 위한 포인트2. 관계자를 포함시켜 디자인 하라

교육을 하다 보면 교육생에게 중점을 두느라 교육생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연수 전에는 교육생의 상사 혹은 팀원들까지 그 직원이 어떤 교육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충분히 알리고, 특히 상사와는 1on1을 통해 교육 담당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 교육 후에는 교육을 받고 온 직원이 혼자 고립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교육을 받고 왔지만 막상 팀원들이나 상사가 그 교육에 관심이 없다면 교육의 성과가 조직에서 활용되기 어렵다. 교육생 주변의 관계자들까지 포함하여 교육을 설계하는 것이 행동 변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LXD 도입을 위한 포인트3. 행동 변화에 부족한 것을 찾고 채우기

수강 전, 수강중 및 직후, 수강 후에 교육생의 기대행동, 터치 포인트, 감정/심리를 예상해 보고 그에 맞는 교육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아래 표를 활용하여 작성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뒤에 임원 교육에서 어떻게 이 표를 활용하여 교육을 설계 하였는지도 번역해서 실어 두었다.   

발표자는 이 과정에서 '페르소나'를 만들어 교육 참가가 예정되어 있는 교육생의 심리를 가시화 해볼 것도 제안하였다. 가상의 인물 'OO씨'를 설정하고 그의 프로필, 취업활동은 어떻게 했는지, 성격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민과 불안을 안고 있는지 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 사람이 교육에 참가한다는 가정 하에 일어날 일들을 시나리오처럼 떠올려 본다면 더 생생한 학습 체험 디자인이 가능하다.


LXD 도입 사례

LXD 도입 사례1. 신입사원 교육 디자인-선배 상담실

첫 번째 사례로는 도쿄에 있는 한 방송국의 신입사원 교육에서 진행했던 '선배 상담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그 방송국의 경우 조직 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진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신입사원들이 입사하다 보니 업무를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선후배 관계를 구축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 문제였다. 신입사원들이 직장과 선배에 대해 이해하고 관계를 맺게 하고 싶다는 것이 회사의 요청이었다.


이에 발표자는 '선배 상담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는데, 선배가 업무를 하면서 어렵게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신입사원에게 이야기를 하고, 신입사원은 그 해결 방법을 찾아서 선배에게 제안해 보는 과정이었다. 선배와 후배를 매칭하고, 1주일 사이클로 "선후배 만남(상담)→조사 및 정리→발표 및 공유→리뷰"라는 과정을 반복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Teams라는 툴을 활용하여 선배와 후배가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하고, 첫 만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신입사원들은 회사의 업무, 그리고 실제로 선배들이 하는 업무 내용과 고민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업무의 흐름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선배에게도 효과가 있었는데, 힘든 업무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 할 기회가 없다가 신입사원에게 힘든 일을 털어 놓을 기회를 얻고, 후배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또한 소통 과정에서 다양한 온라인 툴을 활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도 익숙해졌다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얻었다고 한다. 업무 이해, 관계 구축, 소통 능력 향상 등 여러 분야에 있어 효과를 가진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LXD 도입 사례2. 임원 교육 디자인-의사결정 프로그램

두 번째 사례로는 임원 교육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한 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임원들이 조직 내에서 과제를 발견하고, 대화할 계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참가시키고, 회의를 진행하고, 의사결정을 통해 승인을 받는 과정까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이었다. 교육을 하기 전에 강사와 C레벨 리더들이 의논을 거쳐서 교육의 필요성과 활용 방법, 교육 방법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거쳤다고 한다.


임원이라면 주도적으로 과제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고, 사장단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해서 승인을 얻어내는 과정에 능숙해야 하지만 막상 임원이 되고 나서 이런 경험을 혼자 해보기란 쉽지가 않다. 교육을 통해 이런 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실제로 자신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임원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을 준비할 때 LXD를 활용하여 설계한 표를 번역해서 실어 보았다. 우선 교육생의 감정 곡선을 예상해 보고, 기대행동, 심리, 콘텐츠와 온라인 툴까지 꼼꼼하게 설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임원들의 경우 특히 메일에만 익숙한데 이 교육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툴 활용에도 익숙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또한 교육생인 임원의 상사, 팀원들까지 함께 포함하여 교육생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교육생들의 온라인 Activity log를 분석했다는 것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언제 어떤 반응을 했는지 온라인 툴을 활용한 기록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런 온라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세요"라고 하고 사용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도구가 도움이 되었는지 분석하여 교육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였다.


LXD가 그리는 인재개발 부서의 역할

LXD를 비롯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 방식들을 보고 있으면 인재개발 부서와 교육 담당자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LXD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교육 담당자들의 역할은 누구보다 중요하다. 우선 인재개발 부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직과 사람에게 필요한 스토리를 설계해야 한다. 스토리 없이 행동 변화는 일어날 수 없고, 한 조직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스토리는 조직 내부에 있는 내부자가 구성하였을 때 큰 설득력을 가진다.


또한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학습 맞춤화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인재개발 부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는 대규모 집합 교육보다는 개인에게 맞춤화되고 심화된 교육이 주를 이룰 것이다. 가르치는 역할을 하던 강사, 교육을 기획하고 통보하던 담당자에서 어떻게 역할 변화를 이루어야 할까? 발표자는 앞으로 교육 담당자가 '큐레이터'이자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명 한 명에게 적절한 콘텐츠와 체험이 무엇인지 큐레이팅 할 수 있는 큐레이터, 교육 수강 과정에서 동기부여하고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LXD는 이전부터 개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이 안 잡히던 것 중 하나였다. LXD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조직에서 도입하기 위해 어떤 포인트를 기억해야 하는지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기업에서 LXD를 활용하여 교육을 설계하고 진행한 사례를 보니 우리 조직에서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과정을 LXD로 설계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겠지만 작은 과정 하나부터라도 LXD 관점에서 설계하고 실행해 본다면 교육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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