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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Dec 03. 2018

나이 듦을 배우다 <100세 수업>

EBS 다큐 프라임 '100세 쇼크'를 봤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100세 쇼크'는 제목처럼 쇼크로 다가왔다.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노년. 그 노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EBS 다큐 프라임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100세 쇼크' 속,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100세 수업>은 EBS 다큐 프라임 '100세 쇼크'를 책으로 옮겨 놓았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듦을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100세 수업>은 네 번의 수업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 번째 수업 100세의 사생활에서는 노년의 하루와 몸과 마음의 변화, 그들의 감정과 표현에 대해 들려준다. 아직 그들의 나이가 되어 보지 못한 우리들은 고령자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생물학적 노화로 인해 가능한 최소한의 에너지로 일상을 살아간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욕구로 인해 인정받았던 일들을 할 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노인의 심리적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문제다.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가족과 가까운 이들의 앞선 죽음의 문제가 불가피하게 주어진다. 이 지속적인 상실과 죽음의 문제는 노인에게 잘 표출할 수 없는 우울감을 안긴다.

늙었다고 말하는 나이는 몇 살일까? 60대를 노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인의 기준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살아갈 날은 점점 더 길어지지만 우리는 여전히 노년은 덤으로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노년에도 우리는 생활을 하고 병원을 가야 한다. 자녀들에게 부담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돈이 필요하면 보태줘야 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우리는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 노년기는 덤으로 사는 게 아니다. 단순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오래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노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15년 UN에서 생애 주기별 연령을 새롭게 구분했다. 그들이 말하는 '100세 시대 생애 주기별 연령'에서는 17세까지 미성년, 17세에서 65세까지 청년, 65세부터 79세까지 중년, 79세부터 99세까지 노년, 100세 이상을 장수 노인이라고 말한다. 이 구분에 따르면 우리가 말하는 수많은 노인들은 노인이 아니다. 

100세 시대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없었고 겪어보지 못한 타임라인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을 단순히 병들고 아프고 초라해진다는 의미로 생각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100세 수업> 이전에도 노년을 준비하자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노후준비를 어려워한다. 왜 그럴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빠르다. 참고할 만한 국가가 없을뿐더러 위 세대를 보고 배워야 하지만 그럴만한 롤모델도 없다. 이런 상황들은 고독한 무연고 사망률의 증가, 65세 이상의 높은 빈곤율 그리고 고령자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우울한 지표들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잘 늙어갈 수 있을까? <100세 수업> 네 번째 수업에서는 현재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이가 들었다고 노년을 일생을 마무리하는데 쓰지 않고 매일 새로운 경험으로 채우고 있는 한정숙(88세) 씨,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는 조경숙(80세) 씨, 교정 구석에 마련된 허름한 공간에 거주하며 여전히 학교를 위해 살고 있는 이사장 채현국(83세)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개인의 삶에서는 늘 최초이자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데, 은퇴 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의 무게가 10대, 20대가 하는 '앞으로 커서 뭐 하지?' 같은 고민의 그것과 크게 다를까? 우리는 모두 처음 살고, 처음 늙고, 처음 죽는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다르지 않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특정 나이 이후를 생각해 본 것 없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삶을 상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늙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청춘이 지나가 버렸다. 지금보다 몸과 마음이 더 고된 것이 노년일까? 매일 아침 일하러 갈 곳이 없는 것이 노년일까? 노인들을 보며 나이 듦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니, 나는 여전히 나의 노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다. 

<100세 수업>은 노후준비에 대한 경각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들게 하는 책이었다. 노인은 죽기 전에 잠시 거쳐가는 슬픈 시간이 아니다. 이전과는 또 다른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늙으면 죽는 것이 아니다. 늙었으니 이제 늙음으로써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100세 수업>과 함께 그런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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