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날

D-37

by Kay엘라
"이번 소설은 무슨 내용이에요?"


-음..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뭐 특별한 건 없어요?"

-특별한 걸 꼭 써야 하나요.


습작을 많이 써야 한다고들 합니다.

도대체 작품을 쓰고 싶은데,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요?

날마다 이일은 이, 이이는 사, 이삼은 육 이런 도돌이표 같은 내용을 쓸 수는 없잖아요?


소설의 소재를 찾는 것! 그것부터 습작은 시작됩니다.

소설을 쓸 때는 주제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소재를 먼저 생각합니다.

특히, 초보적 글쓰기일 때는 주제에 몰두하다 보면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가 많거든요.

먼저 내가 고른 소재를 확실하게 활용하여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소재를 고르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어디서 소재를 찾으시나요?

저는 제 삶 속에서 주로 찾습니다.

저의 삶이 다른 사람과 확연히 다르다거나 특별해서는 아닙니다.


날마다 건너는 골목길에서도 마주치는 사람, 마주치는 순간이 다르듯,

우리의 일상과 삶이 평범하고 아주 평이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일만한 장면이 없을 것 같지만,

그 속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포착해서 소재로 정하고 상상력과 살을 붙여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 전에 로봇청소기의 청소 시간을 예약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출근한 사이 집구석구석 바닥을 쓸고 닦는 로봇청소기.

바쁜 제 생활의 한줄기 빛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집안 바닥을 뽀송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로봇청소기에게 브러시 발만 있는 게 아니라 집게 손도 장착한 것이 있습니다.

청소를 하다 걸리적거리는 게 있으면 집게손으로 집어다가 미리 지정해 놓은 수거함에 쏙 집어넣어요.

그리고는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죠.


사소한 일상에서 저는 상상해 보았습니다.

로봇청소기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청소의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청소를 방해하는 이물질은 적극적으로 치워버린다.

해결 가능한 장애물은 청소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치한다.

다시 청소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임무를 완수한다.

청소를 방해하는 이물질이 양말이나 장난감이 아니라,

기어 다니는 아기, 바닥에 널브러져 자고 있는 강아지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인의 명령에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청소를 해야 하는 로봇청소기.

그를 방해하는 방해물들을 하나씩 치워버린다.


뚜둔~!

소설이 한 편 나왔습니다.

로봇청소기라는 같은 소재라도 다른 내용을 써 볼 수도 있겠지요.


학창 시절 백일장에서는 시제를 띄워주셨죠.

'가을'에 대한 시를 쓰세요, 산문을 쓰세요.

매년 심사를 하는 선생님들은 클리셰 같은 진부한 내용이 적혀있으면 아마 땡~ 하고 치워버리셨을 겁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파란 하늘아래... 땡!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땡!

초록초록빛이 붉게 물들면.... 땡!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땡!


신춘문예 심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예전에 심사위원 소설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글의 제목을 읽고, 문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몇 문장에서

'에잇, 뻔하네. 지루해.'

하고 내려놓는다고요.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소재의 진부 함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 소재를 활용한 문장과 내용 구성의 진부함 때문이라 합니다.

진부한 신파 소재라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흡입력 있게 독자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날

소재는 골랐는데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까 고민하는 날이 많아요.

얼개를 짜기 위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구성해 봅니다.

마음에 드는 구성이 나오면 집필을 시작해요.


소재를 고르고 플롯을 짜는 동안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글 쓰는 도중에 소재는 바꾸지 않지요.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소설에서 작가가 주제 전달에 집착하면 독자들의 감동이 줄어들어요.

화두를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론지어주는 사람이 되어버리면 안 되죠.


간혹 소재가 너무 일상적이어서 '이건 수필 아니야?'라고 질문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작가가 만들어낸 화자나 인물이 작가의 삶인 것처럼 착각했다는 자체가,

몰입도가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도대체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날에는,

적극 추천드립니다.

오늘 점심에 먹었던 메뉴를 떠올려보세요!

음식 재료, 먹었던 식당, 함께 먹은 사람, 먹다가 우연히 보게된 장면들 어떤 것도 좋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얼개를 짜 봅니다.

창작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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