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글 쓰는 데 걸리는 시간

D-30

by Kay엘라

처음으로 긴 글을 써서 남들 앞에 선 날이었습니다.

제 글을 미리 읽고 온 문우들은 칭찬과 격려로 시작하여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짚어주었습니다.

작품을 문우들과 공유하는 곳에 업로드하기 전,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었는지 모릅니다.

업로드하고 나서도 수시로 게시판에 들어가 조회수를 체크했습니다.

댓글이 달렸다 하면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확인 버튼을 눌러 무슨 말이 달렸는지 보기도 했어요.


문우들이 글에 대한 칭찬과 격려, 비판해 주는 시간을 합평시간이라고 하지요.

그렇게 저의 첫 합평을 마쳤습니다.

수필이라고 쓴 글은 200자 원고지 30매 정도의 글이었고, 완성하고 나니 동화였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질문하셨어요.

"이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질문에 세 시간 정도 걸렸다 답했습니다.

제 대답에 스승님은 말씀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날, 다른 문우가 쓴 수필 합평이 진행되었는데 그 문우에게는 시간을 묻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왜 질문하셨을까?

수업 내내, 학기 내내 제 머릿속에는 궁금증이 남아있었습니다.


몇 달 전 우연히 스승님과 차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질문했습니다. 그때 왜 걸린 시간을 질문하셨는지요?

답은 간단했습니다.

"빨리 쓰는 게 좋지."

목표지점, 100미터를 달릴 건데 가능하면 빨리 도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요.

더 빨리 갈 수 있는데 일부러 천천히 시간을 늘려 가는 것 보다는요.


단편소설, 200자 원고지 80매 정도의 글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렇게 쓰기는 매우 어렵지요.

얼개를 짜서 대략의 내용 전개를 구성해 놓았다 하더라도,

인물의 캐릭터를 살리고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손끝으로 나오기까지 시간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집중해서 얼른 써 내려가라는 의미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작품을 쓰려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전쟁통 같은 난리 속에서도 고요히 꽃 피우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글을 씁니다.


실제로 제가 글을 쓰는 환경은 고요할 수가 없어요.

온 가족들은 제가 한 시간만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찾아야 할 일이 생기나 봅니다.

여러 가지 기대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소설가들이 작업실을 깊은 산 속이나 시골에 마련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짐을 싸서 당장 산속 절에 들어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작품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강해집니다.


이제 신춘문예 도전이 삼십여 일 남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선언했어요.

"주말에는 진짜 날 찾지 마시오. 집필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이렇게 선언해도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쓱 문이 열립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우리 집 막내, 강아지가 들어옵니다.

무릎에 앉혀달라 꼬리를 흔들고, 모른 채 하면 낑낑거리며 말을 해요.

어쩔 수 없이 무릎 위에 앉히고는 글을 쓰지요.

한참을 무릎 위에서 잠을 자다가 또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어 합니다.

글을 쓰다가 맥이 끊기지요.


강아지를 문 밖으로 내보내려고 문을 열다가 밖에 있던 가족과 눈이 마주칩니다.

가족은 요 때다 싶어 참았던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결국 글쓰기를 중단하고 거실에 나가 가족들과 둘러앉게 되지요.


저는, 아직 저를 많이 찾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한 사람입니다.

스승님 말씀처럼 단시간에 집중해서 글을 쓰고 싶지만,

참 힘든 상황이네요.


이런 상황이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건지,

저는 단편소설 초고를 작성하는 데 3일이 걸립니다.

정확히 따져보면 12시간~15시간 정도고요.

그리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최최최최최최종.hwp 파일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빨리 후다닥 써버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집중력과 창의력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풍성한 소설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겠지요.

저의 집중력과 창의력의 협동 시간은 삼 일인 것 같아요.

그 안에 초고를 완성하거나, 아니면 지지부진 길게 끌다가 버리거나 둘 중 하나.


여러분은 단편소설을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