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관하여
과거처럼 광고 담당자가 일일이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수동적인 업무 처리 방식은 머신러닝을 통한 새로운 방식보다 효율이 떨어지며 실수하기 쉽다.
오라일리 시리즈는 믿고 보는 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만큼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책을 쓰고 검수를 하기 때문에 많은 실무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아쉽게도 린 AI 책은 이전에 읽었던 린 분석이나 린 스타트업 만큼의 감동(?)을 주진 못했지만, 고객의 성과를 측정하고 액션 플랜을 도출하는데 있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기본서로 충분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한다는 건 ‘기술을 적극 이용해서 인간이 전략을 짜고 실행을 컴퓨터가 돕는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가 전략을 짜는 건 가능하더라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숫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빈 틈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인간의 완벽한 전략이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 완벽이란 단어는 주관적인 만족이지 절대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완벽하다는 건 오만이다.
책에서는 자사 고객 데이터의(1st Party)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고객 데이터 활용을 얘기한다. 이름하여 고객 데이터 플랫폼(Customer Data Platform)을 구축해서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 제안을 하는 그림인데 이를 위해서는 고객이 어떤 성향인지를 행동 및 회원 데이터에 기반해서 완성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다’ 라는 라벨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이상적이다. 페이스북 타겟팅이 정교한 이유는 로그인 베이스에 고객을 분류할 수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게 되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맞춤형 제안을 할 수 있고 이는 곧 전환율 개선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머신러닝이 인공지능의 한 종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은 통계적 방식의 학습으로 성능을 점진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바꿔 말하자면, 머신러닝은 수집된 데이터의 양이 증가할수록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는 뜻이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주요 미디어 플랫폼이 사용자 유치 캠페인을 자동화하는데 적합한 이유다.
마케터 입장에서 정말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모든 마케터가 그리는 청사진이랄까. 하지만 이러한 청사진이 완성되려면, 데이터를 촘촘하게 수집하고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하나로 묶고 이를 다시 그루핑하고 내보내고 비슷한 고객들과 광고에 노출시키는 등의 액션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이 이 많은 걸 실행하려면 자동화가 필요하며, 그렇다고 모든 게 자동화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그 선택은 인간이 하는 것이지 인공지능이 하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시한 명령을 착실히 이행할 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인간이 잠을 잘 때에도 인공지능은 일을 한다.
이걸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이러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마케터가 기술을 구현하진 못해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엔지니어와 소통을 통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비단 기술 뿐인가. 인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에 소설과 시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마케터들이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주니어 마케터에겐 다양한 업무 용어와 고객 여정 분석을 위한 기본 지식이 많이 담겨 있다. 단순히 읽기보다는 공부를 해야 되는 책이다. 읽기만 해서는 그다지 얻을 수 있는 게 없고, 하나라도 실무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귀찮아도 내가 리뷰를 남기는 건 언젠가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때, 책을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어봐야 할 것이고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하고 싶어서다. 다음 린 시리즈는 어떤 주제로 나올지 기대를 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