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개인적으로 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그가 쓴 작품은 거의 다 읽었다. 어쩌면 '위대한 개츠비'도 그가 번역을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사실 고등학교 때 읽었다. 대략적인 내용만 기억날 뿐 그 때의 감정은 기억하려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다. 리뷰를 남기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는 우연히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두 고등학생이 소설을 폄하하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번역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설을 감명 깊게 읽으면 보통 영화는 보지 않는데 이 소설이 그러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소설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인생 소설을 고르라면 당당히 위대한 개츠비를 말한다. 스토리가 그만큼 탄탄하고 아름다운 문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 내용은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 개츠비를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가급적 소설을 읽은 이후에 리뷰를 보시길 권장드린다. 반대로 리뷰를 보고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신다면 개인적으로 나름 뿌듯할 것 같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단에 나오는 문장이다. 소설을 읽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소설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제이 개츠비와 데이지가 있고, 소설 속 화자인 닉 케러웨이와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이 주요 인물이다. 소설은 1925년에 출간되었다.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던 시절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소설 속 개츠비를 보며 당시의 미국을 떠올렸다고 한다.
데이지는 개츠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류층이고, 개츠비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평범한 남자다. 그는 데이지를 우연히 마주치고 그녀와 연애를 하지만 중간에 그녀를 떠나 보낸다.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국 데이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만큼의 부를 소유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밤 궁궐 같은 본인의 자택에서 성대한 파티를 연다. 언젠가 그녀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그는 그녀를 만나게 되지만, 그녀는 당시 상류층이던 톰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상태. 개츠비는 잠시 실망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를 펼친다. 톰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눈에는 오직 데이지만 보인다.
"지금은 당신을 사랑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지나가버린 일을 어쩌라는 거야……" 그녀는 힘없이 흐느꼈다. "한때는 톰을 사랑한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당신 역시 사랑했어."
데이지도 갑자기 불쑥 나타난 개츠비가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녀는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백만장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행복한 여자다. 밀당의 고수도 이런 고수가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데이지가 상류층이 아니었다면 두 남자가 그녀를 이렇게 미친듯이 좋아했을까...?
어쨋거나 개인적으로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은 그녀를 대신해 죽는 것으로 끝난다. 상대를 위해 죽음까지 내줄 수 있는 사랑. 아는 형님이 이런 개츠비의 행동을 보며 희생이야말로 사랑을 정의하는 가장 완벽한 단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나라면 과연 개츠비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개츠비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은 소설을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했다. 같은 관점으로 소설을 읽은 분들도 계셨고, 반대로 개츠비는 순수하지 않고 욕망의 아이콘이라고 보는 분, 데이지가 자신이었다면 과거 관계를 떠나 갑자기 나타난 개츠비와 그의 행동이 조금은 무서웠을 것 같다는 분도 있었다. 소설은 혼자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었는지를 들어봐야 한다. 혼자 소설을 읽었다면 비극적인 결말 속 개츠비를 불쌍해하며 리뷰를 작성하고 있지 않았을까.
톰과 데이지는 경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사물과 살아 있는 것들을 산산히 부숴버리고 그런 다음에는 돈이나 더 무지막지한 경솔함, 혹은 그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 뒤에 숨었다. 그런 후에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말끔히 치우게 했다.
백인 우월주의의 끝이 바로 톰이라는 인물이다. 데이지라는 인물이 내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하는 행동들이 하나같이 철부지 없는 상류층 자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별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실수 아닌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그녀는 톰과 여행을 떠난다. 사람의 목숨마저 돈으로 계산하려 하는 톰이 그녀를 설득했고, 그녀의 성격상 톰에게 의지하며 유유히 떠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과연 사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사랑을 영원하게 할까. 영원한 사랑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사랑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피츠제럴드의 명작. 누구나 그들 나름의 사랑 방정식이 존재한다. 데이지를 감히 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어느 누구든 본인의 사랑 공식을 남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개츠비의 사랑은 과연 위대할까. 책을 읽는 독자의 사랑 경험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