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편의점 알바를 한 미혼 여성의 이야기
나는 기계가 만든 청결한 식품을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기계가 만든 청결한 식품이라...읽으면서 몇 일 전에 먹었던 삼각김밥과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청결한 식품이긴 하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보다 맛이 떨어지는 간편식.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편의점은 최근 몇 년 사이 폭풍 성장을 했고, 집 밖을 나가면 어딜 가나 편의점이 눈에 띈다. 2016년의 막바지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처럼 편의점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한 소설 '편의점 인간'은 한국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술술 읽힌다. 아저씨가 되어가는 젊은 청년으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소설은 편의점에서 18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대 중반 여성의 삶을 다룬다. 그녀는 미혼이고,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모태 솔로다.사람들은 그녀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직을 못해서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
어느 날, 그녀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일을 그만둔 청년과 동거를 시작한다. 그를 좋아해서 동거를 하는 게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아직 동양권 문화에서는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남자와 한번도 자보지 못한 그녀는 동거를 통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길 원한다. 반전이 없는 소설이지만 추가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한번 읽어보시길.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 되는지,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왜 안 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 는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 세상엔 많다. 사회의 낙오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과연 본인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지 되묻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사람을 외모나 스펙이 아닌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 중 하나다.
손님에게 편의점은 그저 사무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나 기쁨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녀는 18년 동안 근무한 편의점을 그만두면서 자신이 없어도, 내일 새로운 누군가가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편의점만 그럴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는 사익을 위해 구조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행한다. 경영진에게 있어 직원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건 아닌다. 그렇지 않은 회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자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저자는 소설 속 이야기가 본인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지금도 주 3회 편의점에 출근한다는 그녀. 개인적인 생각인데 편의점을 차려서 점장을 하면 그 누구보다 잘하지 않을까.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