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실패 - 정우성
#단정한실패
여러 번 책 읽기를 멈췄다. 기자생활을 하며 그가 살아온 일상은 나의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삶의 모습이라서. 내가 가장 불행했고 불안했고 아팠던 시기의 기억으로 자꾸 돌아가서.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오전 7시 30분 출근해서 저녁 8시 퇴근도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던 날들.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로 폭주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빌미로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짜증내고 욕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까지 이르렀다. 이 생활은 내가 죽어야 끝이 나겠구나.
작가가 요가로 삶을 일으키는 과정은 내가 웨이트를 하며 체력을 기르고, 균형을 되찾는 과정과 닮았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 애틋했다. 그의 무너지고 일어남의 반복, 되었다 안 되었다의 반복,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해보기를 반복하는 여정을, 주먹 꽉 쥐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나를 응원하고 있구나.
누군가에게는 숨쉬듯 쉽지만, 내게는 어려울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내 속도대로 해 나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 옆에 움직이는 아름다운 타인의 몸짓을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힘과 속도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 그 과정은 무릇 요가란 ‘운동’이 아닌 ‘삶의 방식’ 이라는 표현 그 자체였다. 그의 ‘단정한 실패’들이 깊은 위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요가는 깊은 연이 닿지 않아 애가 타는 운동이다. 예전엔 이 지역서 좋은 선생님을 못 찾았었고, 좋은 선생님을 찾고 나니 수련 시간이 맞질 않는다. 웨이트 후 마무리 운동으로 혼자 유튜브를 켜 두고 저녁 수련 비슷하게 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아쉬움이 크다. 그 갈증 때문인지 요가 관련 책에 열성을 부린다. <요가 디피카> 는 움직임의 설명이 아름다워서 두어 번 읽었고, 산스크리트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외국어 배우듯 익혀 둔다. 언젠가 써먹을 기회가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언젠가 작가처럼 요가 여행을 다닐 날이 오리라 믿으며.
”현재도 미래도 선명하지 않을 때, ‘내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확신만큼 강한 위로가 또 있을까. 그동안 나는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었다.혼자서도 조바심을 내지 않을 만큼, 애꿎게 징징대지 않을 만큼. 이별을 이별로, 만남을 만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이었다.”
“요가에서는 몸의 뒷면, 등을 과거, 가슴을 미래로 봅니다. 과거가 잘 정리돼 있어야 미래를 열 수 있고, 등 근육이 잘 받쳐 줘야 가슴을 시원하게 열 수 있어요.”
“아름다움은 완성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추구하는 모든 과정 안에 있다는 걸 수련의 열기 속에서 꺠달았다.”
“지금 폭력적인 상황에 있다면, 그래서 괴롭다면 그 상황에 놓인 것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자신의 선택입니다. 내 에너지를 상하게 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데려가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모든 폭력적인 배경에서 나를 지우는 일, 그 역시 내 선택이니까요.”
#정우성 #민음사 #K가사랑한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