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재난영화
언젠가, 탄천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적이 있다. 맞는 순간 쫄딱 젖을 것 같은 소나기였다. 마침, 나는 다리 밑이 코 앞이고, 바로 다리 앞으로 피신을 했다. 순식간에 다리 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순간 우린 비가 아닌 괴생물체를 피해 은신한 운명공동체 같았고, 흡사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전화를 걸어 우산을 가져오라는 사람이 있었고, 잠시 시간이 지나 조금 잠잠해지니 바로 그 곳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짧았던 순간이지만 그 날의 그 풍경이 너무도 생생하게 내게 각인되어 있다.
바이러스가 시작된 초기,
집 근처 미술관의 전시 초대권이 있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음에도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바로 집 앞이니까 잠시 다녀오자 싶어 길을 나섰다. 성남 아트센터는 자주 갔었고 공연장으로 가는 길 1층에 미술관이 있었고 당연히 거기인 줄 알았다. 1층 입구로 가는 데 건물입구에 뭔가 안내문이 막 붙어 있는 모습이 보이고, 혹시나 건물이 폐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확인할 만큼 가까이 가니 ‘어린이 프로그램’이 취소되었다는 안내문이라 안도를 했지만, 1층 입구에 있는 식당도 공사중이고 미술관도 닫혀 있고 해서 사람이 아무도 안보여 난 흡사 유령도시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다행히 내가 가려던 미술관은 거기가 아니었고 좀 더 가서 있는 다른 건물이었다. 다른 건물까지 가는 동안에도 아무도 없었고, 또 미술관 건물에 들어서니 미술관이 2층이라 아무도 없었고...
2층에 올라서니 그제사 사람들이 보였다.
난 어딘가 유령도시를 헤치고 나와 피신할 수 있는 은신처에 도착한 듯한 느낌이었고, 무언의 안도감도 같이 있었다.
그 동안 재난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그럼에도,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처음 시작되고, 도시가 폐쇄되고 유령도시 처럼 보일때만해도 곧 잠잠해지겠지 했고, 나름 마스크를 쓰며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긴 했지만 내 피부로 체감을 못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일하는 곳 근방에서 확진자가 나오니 체감이 확연히 다르다. 진짜 재난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아아, 어서 이 시기가 좀 지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