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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0

148. 탄핵

by 자작공작

그래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나름 암기력이 꽤 좋았던 시절, 벼락치기 순간에 발현되는 초능력 같은 집중력으로 한 번만 보면 몇 시간은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 과목은 벼락치기로 임시변통을 했었다. 시험뒤에는 그 기억이 정말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지금 지식이 이리 빈약한가보다.


그런데, 당시에 진짜 안 외워지는 단어가 있었다.

빨리 후딱 넘어가야 하는데, 무슨 걸림돌 같았다.

그 단어를 기억했다기 보다는, 그 단어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단어가 너무 안 외워졌다는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다. 지식은 이런 식으로도 잔류하나보다.


몇 년이 지나고, 당시 난 미국에 있었다.

갑자기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탄핵되었되'라는 말들이 돌았다.

당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것보다, 나에게 다가왔던 것은 '탄핵'이란 단어였다.

탄핵, 탄핵, 탄핵... 그 때 그렇게 안 외워졌던 단어.


마치, 이론상에만 있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제 사용이 되어지는구나를 알게되었고,


몇 년이 더 지나서는 그 탄핵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과반수 이상의 동의.. 등.. 어렴풋하게 기억에 있는 내용들이 이 사회에서 적용되어지는 것을 보고, '탄핵'이란 더 이상 망각할래야 망각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미국 대통령 탄핵등 탄핵이란 말을 꽤 들었다.


그래서, 난 이 사회의 어느 특정 집단에게도 정말 탄핵같은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솜방망이 같은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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