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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사랑받고 싶어요

날 좀 아껴줘...

by 그냥살기

내게는 벌써 8개월이 다 되어 가도록 오지 않고 오겠단 말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나에게 미안하다며 니 생일인데 꼭 가려 했는데, 못가 미안하니 다음 주중엔 꼭 갈께...하고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몸이 좀 나아지면 갈께 하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바쁜게 좀 덜해지면 갈께 하고 말하기도 하는 한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그 사람 말을 믿지 않는 대신 "그 사람은 이제 나와 인연이 다 되었구나 그런거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애타게 그를 기다리는 걸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인데, 자신의 문제로 지쳤든, 내가 싫어졌든간에.....나는 왜 끊임없이 그를 기다리는 걸까?

내게서 마음이 돌아선 그를 기다리는 내 마음은 아마도 유일하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의지도 할 수 있고 지난시간 나를 아껴주고 보살펴 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목을 길게 빼물고 아직도 그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있음을 안다.

내가 바라는 건 그가 아니라 내 외롭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줄 그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로운 의지처를 찾는 일은 모험이다. 찾는다고 쉽사리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오늘 알바 마치고 퇴근길에 잠시 우편함을 살펴보다 한 손으로 붙들고 있던 자전거가 중심을 잃으며 휘청 거리더니 두 바퀴가 아래로 미끌어지며 내 손에 자전거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리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두 바퀴로 온전히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자전거의 핸들을 잡고 있을 때는 그리 많은 힘이 들지 않았지만, 순간 무게중심을 잃은 자전거 몸체가 휘청이며 바닥으로 떨어질 때 자전거의 무게는 내 손에 무리가 될 만큼 고스란히 내 몸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 상황이 오늘의 내 마음과 오버랩 되는 느낌이 든다.

내 두발로 현실의 땅을 딛고 서 있기가 힘겨우니 혼자서는 몸도 마음도 가누기가 벅차니 그가 내게로 와서 나를 보듬어 주기를... 그에게 몸을 기대고 위로 받고 싶은 나를... 토닥토닥 그의 품에 안겨 있고 싶은 나를 보게 됐다.


그 또한 누군가에게 위로와 지지를 받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일테니 그가 내게 오지 않는걸 탓할 수는 없다.

내 결핍을 메꾸기 위해 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축 늘어져 의지하려는 내 마음에도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안아주고 그 힘으로 다른이도 포용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로운 태연아!!불안한 태연아!! 가슴시린 태연아!! 내가 너와 함께 해줄께....오늘은 너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할께. 잠시 쉬어보렴.....두려움은 잠시 내려 놓아도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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