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뚱맞은 아침

느닷없이 일찍 눈뜨게 된 오늘

by 그냥살기

늙어가는 초입에 있어 그런건지 봉독의 효과가 좋아 적은 수면 시간으로도 피로가 싹 씼겨 버린건지 당췌 모르겠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저절로 눈 떠지는 아침이 삼일째인가 아니 이틀째인가?

내 몸이 아닌 듯한 이 몸은 누구 몸이란 말인가...
늘 함께였던 몸의 경직감과 통증이 사라지니 왠지 부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다시 통증을 만나고 싶다는건 네버네버......


요즘은 비폭력 대화를 익히려 반복해서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상대가 있을 때만의 대화뿐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나 공감, 자신의 마음과 연결해서 머물러보기 등을 주요 이야기로 알려주고 있는 부분을 집중해서 들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욕구 이면에는 숨어있는 다른 욕구도 있는 것 같다.그 내용을 경청하고 받아 들이고 싶다면서도 귀로는 그것을 듣고 손으로는 도시락을 싸고 쌀을 씼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귀에 들리는 내용이라곤 가끔 몇마디뿐, 그래도 다시 마음내서 들어보려고 처음으로 플레이를 돌려 보지만 이내 손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내용이 온전히 흡수되지 않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아예 꺼버리고 브런치 글을 쓰기로 한다.

나는 늘 이런 방식을 선택한다.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함께 곁들여 대체 처음에 하려 했던 의도가 뭐였는지를 잊어버리고 만다.

나는 이런 나의 방식이 싫다. 그러나 이 습관은 나를 좌지우지하고 보란듯이 나를 비웃는다.

싫어하면서도 반복하는 이건 무슨 아이러니...

내 욕구는 시간 활용으로 시너지를 잡고 싶은건지 모르지만, 나는 그 부분에 있어 한번에 여러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데, 아니 원래부터 그런건 없었지 없었어.

멀티 태스킹은 나에겐 맞지 않는 옷이다.

한번에 동시에 원하는 것을 다 하려는 내 선택의 진짜 욕구는 아마도 더 빨리 강해지고 완전해지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현실에서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사랑을 구할 수 없다고 느끼는 나의 에고가 완벽해지면 그 누군가로부터 꼭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고 그렇게 되면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든게 결국 사랑받고 싶은것으로 귀결되는 이 단순함...참 싫다.싫어.

갑자기 마음 속 어딘가 어둠속에 살고 있던 나의 마음으로부터 소리가 들린다 "너는 너를 믿지 못하잖아. 너를 좋아 하지도 않잖아. 물론 사랑 따윈 더더욱 하지 않잖아"

나 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나, 아니 남들이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내가 인정하지 않는 나....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
이래서 늘 추웠던 걸지도...

나 같은게 뭐라고 사랑 따위를 감히 가지려 하다니 분수를 모르는구나 이렇게 호통치는 내가 내안에 턱하니 버티고 있다.

아 제기랄 그만 좀 하라고....지금 이정도면 돼...

아주 잘하고 있어...그 어느때 보다도 잘하고 있어....

아 이러다 지각하겠다...얼른 라떼 한잔하고 기도하고 이발소로 고고....이발소는 내 주말 직장이다...나는 이발사다....
급 마무리로 기승전결 없이 마무리 하는 것은 내가 사는 모습과 닮아 있구나...내스타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