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고 있어요.

진정한 사랑 따위 있을까?

by 그냥살기

난 어릴 적부터 40 중반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늘 알게 모르게 갖고 싶어 열망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다이아 10캐럿도 아니고 BMW차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타워팰리스 같은 집도 아니었으며 석유가 펑펑 나오는 산유국의 공주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단지 따스한 보살핌과 정겨운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단 하루라도 살아보는 것.

내 편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고 느껴보는 것.

이런 것들이었다.

내게 너무나 소중해서 강렬히 원할수록에 더 멀어지는 신기루 같은 그것...이었지만...

이런 날 보고 누군가는 욕심이 지나치다 할 수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족이라면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여야만 한다는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생각 그 자체였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가정이야말로 가장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공동체 최소 단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지만 말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태어나 보니 부모가 있고, 형제의 인연들도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떤 종류의 선택권도 별로 주어진 바 없었던 내겐 늘 화를 내고 싸우는 게 일상인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본능적으로 눈치 보는 삶을 사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언제나 목소리 크고 힘이 센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고 도끼를 들고 엄마를 좇는 모습이 생생하다. 늘 K1 격투기라도 할 태세의 아버지는 술에 취한 벌건 얼굴로 엄마에게 소리 질러 대거나 때리거나 둘 중 하나밖에 모르는 듯했고, 지금은 돌아가신 친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더 모질게 대하고 친할아버지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늘 묵묵부답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코미디 같지만 그렇게 부부 사이가 폭력으로 얼룩진 애증의 사이었으면서도 애를 여섯이나 낳았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언젠가 나는 엄마 인생에 관한 짤막한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즉흥적으로 해본 일이어서 어설 펐지만 왠지 여운이 많이 남아 있어 아무래도 어머니께 드릴 질문을 고심해서 만든 뒤 다시 동영상을 찍어볼 참이다.
다시 어머니 동영상을 만든다면 꼭 묻고 싶다. 왜 이혼하지 않았던 거냐고? 언젠가 한번 도망가셨던 걸로 아는데 무슨 미련이 있어 돌아왔냐고? 스스로 돌아건 온 지 잡혀온 건지 묻고 싶다. 그도 저도 아니면 아버지가 좋았던 거냐고 묻고 싶다. 어머니 입에서 차마 자식새끼 생각에 못 떠났단 말 따위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어머니 머릿속에 자식이란 게 있는지 의문스러우니까...
사람마다 다른 사랑 표현의 차이라고 애써 이해하는 것도 너무 이해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다.
여전히 난 머리로는 엄말 이해하려 하고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다.

엄마 연세로 짐작하건대 여권 신장이 되지 않았던 어머니의 젊은 날에 혼자 이혼하고 다시 사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허구한 날의 매질과 핍박을 당해 내고 황소처럼 일을 부려먹는 시집살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가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드셨을 테니 어린 자식에게 줄 애정이 남아 있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다정하고 살가운 부모는 꿈속에서조차 차갑고 냉정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잠재의식에서 엄마를 부르는 어린아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40여 년이 넘도록 주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는 애처로운 나란 인간. 아니 엄마 본인도 사랑이 뭔지 몰라 결코 줄 수 없는 사랑.
엄마는 늘 바빴고 바빴고 피곤했고 또 바빴다. 어린 내 눈엔 엄마가 대체 언제 잠을 자는 사람이긴 한 건가 싶을 만큼... 내 엄마는 그저 바쁜 사람일 뿐이었다.
엄마에겐 자식도 짐이었을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엄마에게 여분의 자식사랑 따위가 있기나 했을까?
내 애정 갈구가 상대에게 없는 걸 달라고 떼쓰는 부질없는 짓거리인 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무의식 차원에서 멈춰지지 않는 부모의 사랑에 대한 애정 구걸... 중인 나.
어린날의 나도, 지금의 나도 여전히 내 입장뿐이다. 엄마 입장에서 이해해 보고자 하는 건 순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내 이성의 힘이다. 여전히 내편에서 나는 애정결핍을 당해버린 아이로 느낄 뿐.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존재중의 최고봉 같다. 어쨌거나 나를 키워준 분인데 이토록 미워하다니 말이다.... 나에게 밥 한 그릇 준 적도 없는 타인은 미워하지 않으면서 성인이 되도록 내 밥을 해주고 내 옷을 빨아주고 키워주신 내 엄마를 미워하다니 내가 뭔가 미친 걸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아.
세상에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계 같은 건 없슴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나도 아닌 부모나 형제가 내 맘을 내 맘처럼 알아서 다독여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탐하는 자.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탐하는 자 누가 더 욕심 사나운 인간일까?
어버이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만큼 큰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서 부모님께 보내 드려야겠다.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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