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 안에 차고 넘치는 욕망 덩어리들이 있건만.
처음 글쓰기 시작할 때의 풋풋함이 한 달 남짓 사이 참 많이도 퇴색되었다 여겨지는 오늘입니다.
처음 시작은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나눌 대상이 마땅찮다 보니 어디에든 내 마음을 풀어놔야 할 것 같아서였는데, 점점 쓰고 싶지 않을 때조차 하루 하나씩은 써야 하지 않냐며 제 자신에게 어서 쓰라고 강요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숙제처럼 말이죠.
글을 저절로 쓰고 싶어 쓰든, 써야만 한다는 내 강박으로 쓰는 것이든 어느 쪽이든 문제 삼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억지로 뭔가 쓰려한다는 것 자체에 다른 불순한 속내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이쯤에서 자기 검열이 필요하다고 제게 신호를 보내옵니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던 조심스러운 얘기들을 함께 읽고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됐었는데, 처음의 순박함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전 일이 돼버린 것 같네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란 책을 대충 훑고 나서 나도 한 달 이삼십만 원쯤 하는 몇 개의 거창하지 않은 생업이 대여섯 개쯤 있으면 구태여 틀어박혀 손님을 기다려야만 하는 이발소 가게 하는 것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내가 잘 하는 몇몇 가지를 가지고 1인 가내 수공업을 할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그중 글을 쓰고 있는 것을 1년쯤 모아 나만의 책을 내볼까 하는 욕심도 생겼네요.
저 빼고 누가 제 책을 사기나 할지 그다지 팔릴 것 같진 않음에도 내심 혼자 책 낸 생각으로 욕심을 부리고 금세 풀이 죽고 오락가락 뒤죽박죽 변덕을 떨고 있습니다.
구독자 한 명이 생기고 난 뒤 너무 신기해하던 차에 다음날 새벽쯤 새로운 구독자가 생겼단 메시지를 비몽사몽 확인하고 다시 잠든 것 같았는데, 깨어보니 꿈이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ㅎㅎㅎㅎ
저는 올해 3월부터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중인데, 상담 선생님께 막 자랑을 했어요.
"일상에서 느끼는 느낌이나 생각들에 대해서 하루를 마치고 나면 누군가와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데, 제게는 그런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 브런치에 이런저런 얘길 할 수 있어 이런 제 자신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구독자도 생기고 누군가가 저를 막 인정해 주는 느낌이 들어요. 인정받아 본 느낌이 없었는데, 왠지 막 자신감이 생기지 뭐예요"
이렇게 들떠서 자랑했답니다.
작년엔 텃밭 다섯 평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제겐 너무 큰 즐거움이었어요. 토마토가 너무 많이 달리다 보니 가지가 부러질 만큼 많이 달렸었고, 마디 호박은 새끼손가락만 하게 열려 있던 열매가 며칠 뒤 가보면 벌써 다 커서 딸 때가 되어 있고, 알은 작지만 감자도 몇 박아지 캤거든요.
그리고 올해는 브런치를 통해 저를 좀 더 신뢰하고 좋아하게 됐네요.
지난해엔 출근하지 않고 돈 버는 길을 생각하다 유기농 황매실과 청매실 그리고 복분자를 생협에서 구입해서 공정무역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효소도 담고, 레몬청도 담고, 한번 시험해 본 뒤 팔아 보자며 장인이 만들었다는 숨 쉬는 항아리까지 사서 담겄었지만, 그건 접었어요.
아무리 효소라 해도 결국엔 설탕 덩어리 같아서 제가 소비자라 해도 왠지 사 먹을 거 같지도 않고...
제가 다니는 두레 생협에서 이런저런 건강 효소들을 팔고 있지만 제 입맛엔 영 달기만 하고ㅋㅋ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구매의사를 타진해 보고는 미련 없이 그 아이템을 아웃시켜 버렸죠.
암튼 제가 좋아하고 일상생활에 연관된 뭔가를 팔고 싶은데, 효소는 그런 면에서 제 자신이 좋아하지 않다 보니... 바이 바이 하게 되더라고요.
돈만 생각하고, 돈벌이 아이템을 생각하다 보니 그게 실제로 뭔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는 듯하더라고요.
아직도 그런 모의실험 중에 있는데, 최근에는 108배할 때 유용하게 쓰일만한 걸 발견해서 그걸로 실용신안권이라도 받아 생산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지만 글쎄요... 저는 워낙 이런 식이라서...ㅎㅎ
그리고 어렵다라도 글 쓰는 것에 관련해서는 쓰고 싶을 때 쓰는 걸로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걸로 저 자신과 타협하고 이만 아침을 먹어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메뉴로는 계란과 토마토 볶음, 낫또, 엄마가 주신 상추와 들기름을 살짝 넣은 된장으로 상추쌈을 먹을 계획입니다. 낫또에는 간장과 쪽파를 송송 썰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죠ㅎㅎ
오늘은 조계사 마당에서 연등 구경을 하고 싶어 아침 먹고 바로 출발하려고요. 연등은 밤에 등불을 밝혔을 때가 장관이지만... 내일이 이발소 출근하는 날이라 다녀와서 일찍 쉬어야겠어요.
조계사에 가족들 연등을 달고 싶지만 조계사 연등 하나 다는 데는 너무 큰돈이 필요해서 아쉽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