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액면 그대로 겸손일까요?
갖가지 천태만상 인간 군상들의 일상 속에서 그것이 비로 위장된 겸손일지라도...
온갖 종류의 자질 구레한 화, 성급함 따위의 태도 보다야 위장된 겸손일지언정...
아니 위장된 겸손일지라도 성인들의 세계에선 그것이 더욱 훌륭한 상황대처법 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태생이 다급하고 예민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교통사고와 아버지의 뇌졸중병환 처리문제로 더욱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나.
막바로 포장지를 벗겨낸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지금의 내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대면해서 일처리를 해야 할 때면 감정상태가 업다운이 많이 되기도 하고, 화도 잦아지게 되고, 그때 그때의 상황을 내가 직접 통제하려 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그럴수록에 상대를 더욱 채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감정을 마구마구 불출하게 되고,
내가 옳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내 온몸을 휘어 감고, 나는 또 다시 머리 끝까지 화로 뒤덮이게 되고...
그러고 난 뒤엔 언제나 일처리가 수월치 않게 된다.
이런 경우 상대도 나의 예민한 감정에 보란듯이 반응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곧바로 일이 늦어지게 되고, 틀어지게 되고, 차라리 가식이더라도 숨을 한 호흡 길게 내쉬고, 가면을 뒤집어 쓰고 억지 웃음이라도 지으며 말할땐...
차라리 그럴때면 나의 요구조건이 수용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
겸손을 가장한 현실적 위장술...에 능해지는 나를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부딪치고 닦여가며 지혜로워지고 있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점점 영악해 지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닦여지고 마모되어 가는 나를 보는 것이 편치만은 않다.
살기 위해 적응해 가는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여러 가지 페르조나를 가지고 그때그때 번갈아 가며 가면을 바꿔 쓰는 나.
엄마를 만날 때면 딸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가까운 지인을 만날땐 그에 맞는 적당한 가면을 뒤집어 쓰고 이런 식으로 매번 벗었다 썼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참 번거롭고 답답한 가면 놀음.
단 한 명이라도...정말 오직 단 한 사람만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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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가면을 쓰지 않아도 좋을 그런 관계가 있었으면...정말 좋겠다.
어쩌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회적 가면을 쓴채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내게 위로의 술이라도 한잔 사줘야겠다...벌컥벌컥 럼주라도 들이켜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