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같은 초기기업의 조직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성공에 몰입한다. 신상품이 성공하면 상품을 보다 효율적•체계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조직의 규모는 커진다. 초기 스타트업은 상품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이라면 규모가 커진 기업은 상품운영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조직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서는 ‘개인의 승진’보다 ‘기업의 성장’에 집중 하며, 대기업에서는 ‘기업의 성장’보다 ‘개인의 승진’에 집중한다.
개인의 승진에 집중하면 일보다 사내정치에 신경 쓰고, 혁신상품 개발의 위험을 회피한다. 그 결과로 많은 혁신기업들이 더 이상 존속하기 힘들어진다. 노키아, 코닥, 폴라로이드와 같은 혁신기업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내정치는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조직을 위한 협업보다 내가 승진하기 위한 나(부서)의 이익에 집중하게 한다. 승진에 따른 급여나 인센티브가 많아질수록 사내정치의 동기는 높아지고 이를 막을 수 없다. 사내정치의 동기를 낮추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만 할 뿐이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상품을 개발하는 조직문화(또는 조직구조)와 운영 생산성을 높이는 조직문화의 공존이 필요하다. 아마존처럼 운영, 구글의 혁신처럼 둘 중 어느 하나를 강조 할 수는 있어도 둘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배하는 기업은 실패한다. 예를 들어 신상품 개발을 운영의 잣대로 효율성을 강조하면, 혁신적인 상품개발보다 작은 개선에 집중하여 작은 실패는 피하지만 큰 실패를 마주 하게 된다.
두 가지 조직문화중 혁신상품을 개발하는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운영 효율성 유지는 전문 경영인들이 잘 하는 영역이라 운영에 실패해서 망하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운영을 잘못하면 이익의 규모가 작아지고 성장률이 낮아 질 뿐이다.
분자들은 온도와 같은 주변 상황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조직문화(조직구조)도 마찬가지다. 단위조직이 혁신상품개발과 운영모두에 적합할 수 없다. 연구소는 혁신상품 개발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가져야 하고, 생산부서는 운영에 적합한 조직문화를 가져야 한다.
초기 성공에 성공하여 조직규모가 커진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내정치의 동기를 최소화하여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상품혁신과 상품운영의 조직이 공존하고 협업하는 조직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조직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며 보상은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으로 구분된다. 비금전적 보상은 내재적 보상과 외재적 보상으로 나누어진다. 내재적 보상은 자기만족이나 자아실현과 관련된 보상이며 외재적 보상은 외부에서 자기를 인정해주는 보상이다. 사무실 크기, 무료 주차권 제공과 같이 직위에 따라 조직이 제공하는 혜택 또는 조직의 동료나 선후배가 본인을 인정하는 것이 외재적 보상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조직이 제공하는 보상의 유형에 따라 동일한 사람이 상품개발에 집중할 수도 있고, 사내 정치에 집중할 수 있다. 금전적 보상 또는 비금전적 보상이 상품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이하는 <룬샷, 2020>을 수정 인용했다.
① 금전적 보상이 상품개발 또는 사내정치에 미치는 영향
조직원이 받는 보상은 급여, 성과 인센티브, 스톡옵션이 있다. 스타트업 조직에서 낮은 급여나 인센티브를 받고도 팀원들이 고강도의 업무를 견디는 이유는 스톡옵션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승진해봐야 급여의 큰 차이가 없고 신상품 개발에 성공하면 큰 보상을 받기 때문에 사내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에서는 성과 인센티브의 개념이 없다.
그러나 신상품개발에 성공하여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한다고 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몫은 거의 없다. (물론 실패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급여의 차이는 없다.) 조직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신상품 성공의 이익중 많은 부분을 이익 잉여금으로 돌린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 잉여금으로 돌리지 않는 성과를 나눌 지원부서, 운영부서의 종류와 인원수는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연말에 받는 인센티브의 규모도 상품개발에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직위에 따라 달라진다. 그 결과 일반직원들은 임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보상이 주어진다. 이런 조직에서 나에게 돌아오는 금전적 보상의 규모를 높이는 방법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빨리 승진하는 것이다.
② 비 금전적 보상이 상품개발 또는 사내정치에 미치는 영향
개인이 직위가 제공하는 비 금전적 보상을 중시할수록 개인은 승진을 위한 사내정치에 집중한다. 자기만족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내재적 보상도 직위와 관련성이 높을수록 사내정치에 집중한다. 프로젝트에 집중을 유도하는 비금전적 보상은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동료, 선후배의 인정이다. 이러한 사람은 성취욕구가 높은 사람으로 승진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성취욕구가 지배적인 사람은 프로젝트 성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권력욕구가 높은 사람은 승진을 위한 사내정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상품개발보다 사내정치에 집중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다만 조직의 구조에 따라 이를 늦추거나 당길 수는 있다. 조직의 구조나 문화가 관료적일수록 사내정치에 대한 집중은 빨라진다. 아래 그림의 ⓐ는 조직 내 관료주의를 완화시켜 조직 규모에 비해 보다 신상품 성공에 집중하고 ⓑ는 반대이다.
사내정치 집중을 더디게 만드는 조직의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인센티브 제도를 재구축한다.
몫을 나누는 공정한 방법은 없으며 다툼은 항상 있다. 완벽한 인센티브 시스템의 구축보다 다음에 유의해야 한다.
- 잘못된 결과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하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출시된 신상품의 개수 또는 임상에 들어간 신약품의 개수로 보상을 한다면 리콜 또는 임상실험 실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상품개발팀을 납기준수율로만 보상하는 것도 잘못된 인센티브의 대표적인 예이다.
- 경영층과 일반직원의 보너스나 급여 차이를 줄인다.
일반직원과 경영층의 보너스나 급여차이의 적정비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사업부문의 사원이 받는 ‘보너스+급여’가 전무가 받는 ‘보너스+ 급여’의 차이는 최대 몇 배가 적정할까?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중간관리자는 신상품 성공을 위한 협업보다 동료 관리자보다 한 발 앞서기 위해 사내정치에 집중한다.
- 효과가 없는 보상을 줄인다.
내 프로젝트가 성공해도 내 수입은 1퍼센트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실적향상 보너스 따위가 무슨 동기부여가 되겠는가? 그저 빈둥거리면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임을 상사가 착각하도록 속이며 회사의 실적이 올라갈 때 무임승차나 즐기는 편이 낮다. <룬샷, 2020>
② 관리자가 관리할 직원 수를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조직의 규모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관리자에게 배정된 인원수가 작을수록 관리자의 수는 많아진다. 관리자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승진할 기회도 많고 승진주기도 짧아진다. 결과적으로 승진을 위한 사내정치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부서수가 많아지면 협업보다 부서의 이익에 집중하는 사이로(silo)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한정 직원 수를 늘리면 관리부재나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다. 미세한 통제를 해야 하는 업무는 관리인원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율적이고 협업을 강조하는 엔지니어 업무는 관리인원수를 늘리면 승진보다 신상품개발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③ 개인의 능력에 맞는 직무를 배정한다.
개인의 능력에 적합하지 않은 직무를 부여하고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을 요청할 수 없다. 그때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서 실제보다 많은 일을 하고 바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정치를 하거나 자포자기하여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운 업무는 프로젝트 몰입을 저해한다.
④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비금전적 보상을 발굴하여 제공한다.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인 성취에 동기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인 성취에 대한 동기부여는 동료나 선후배의 존경과 인정이 있을 때 가능하다. 조직에서 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성비는 매우 높다. 기술적 성취를 달성한 사원에게 회사에서 물리적인 배지 또는 상징물을 제공하거나 사내 인트라넷에서 직원을 검색할 때 별도의 표식을 붙여두는 것도 승진보다 프로젝트에 집중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상을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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