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존재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고객,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소비자로 구분하는 분류도 있지만 이하에서는 이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B2B 상품의 경우는 아래 네 가지 유형의 고객이 모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고, B2C 상품의 경우에는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고객(인플루언서)외에는 동일한 사람인 경우도 많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아래 유형 중 한 사람이라도 적극 반대하면 상품판매는 힘들어진다.
- 상품에 대한 욕구를 인식하는 사람
상품은 고객의 문제해결 또는 욕구충족을 위한 솔루션이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문제 또는 욕구를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따분함을 인식하고 영화를 보는 솔루션을 결정한다. B2B의 경우 사용자뿐만 아니라 경영층 또는 관리부서에서 상품에 대한 욕구를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툴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은 사용자가 아닌 경영층인 경우가 많다.
-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인플루언서)
상품구매에 영향을 주는 개인이나 집단을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한다. 유명 블로거, 연애인, 홈 쇼핑에서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 중국의 왕홍, 리뷰의견을 등록하는 사람들,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모두가 고객의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이다. SNS와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플루언서가 상품구매에 끼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다. B2B 상품의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는 선도기업의 상품 경험자이다.
- 구매 결정을 내리는 사람
심심해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는데, 영화를 결정하는 사람은 동행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남성용품을 주부가 구매하는 것도 사용자와 구매 결정자가 다른 예이다. B2B 상품의 경우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하여 구매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구매를 하는 사람과 구매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 (최종사용자)
고객가치 분석시 최종 사용자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B2B 상품은 최종사용자의 중요도가 낮을 수 있지만 B2C 상품의 경우 최종사용자의 영향이 가장 크다.
2) 고객가치의 정의
고객가치는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품의 특성’으로 가격을 감안한 개념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편익(benefit)과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가치=편익-가격)’를 고객가치로 정의하는 관점은 효용(혜택과 같은 개념)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경제학의 개념이다. 필자는 ‘가격대비 혜택’의 의미로 고객가치를 사용하겠다. ‘고객이 필요한 것은 드릴이 아닌 구멍이다’는 말은 고객가치를 잘 설명하는 문구이다. 파괴적 혁신의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가 ‘고객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상품을 고용한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가치는 상품컨셉과 비슷한 개념이다. 상품컨셉을 ‘고객관점에서 정의한 상품 아이디어’로 정의하면 고객가치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상품컨셉은 판매자 관점의 용어이고, 고객가치는 보다 고객지향적인 용어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이란 용어는 1988년 맥킨지 컨설팅회사의 직원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필자가 2013년도 이 단어를 처음 접할 때의 낯선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는 상품기획 시 상품컨셉과 같은 의미로 ‘고객가치 제안(CVP Customer Value Proposition)’을 많이 사용한다.
모든 기업이 구호로는 고객지향, 고객제일, 고객우선을 외친다. 그러나 현실의 상품기획은 경영층의 지시, 원가절감을 위한 상품기획, 경쟁사 상품 벤치마킹 등에 집중하여 고객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할수록 신상품은 고객가치와 멀어진다.
윤석철 교수는 <프린시피아 메니진멘타, 1997>에서 ‘상품가치>상품가격>상품원가’를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 정의했다. 고객이 상품가격보다 높은 상품가치(고객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상품가치 – 상품가격’이 클수록 고객이 좋아지고, ‘상품가격-상품원가’가 클수록 기업이 좋아진다. 고객가치 없는 상품을 마케팅의 힘으로 판매할 수 없다. 단기간 동안 마케팅이나 저가 정책으로 상품을 판매 할 수 있지만 고객가치 없는 상품은 모래성과 같다.
3) 고객가치를 구성하는 속성을 분류하는 방법
상품관리자는 고객이 지갑을 기꺼이 열 수 있는 고객가치를 발견하거나 기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가치를 구성하는 속성을 유형별로 정리한 프레임웍(framework)이 필요하다. 고객가치 프레임웍은 상품기획, 고객 인터뷰, 경쟁사상품 대비 경쟁력 비교 시 유용한 도구가 된다. 고객가치 속성을 분류하는 주요 이론은 다음과 같다.
- <고객가치, 2019, 김종훈>의 ‘고객가치’
. 기능적 가치 :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적 효용성과 관련도니 항목 (기능, 성능, 품질, 가격 )
. 감성적 가치 : 디자인, 매장분위기, 직원들 서비스 등 고객 취향에 따라 판단기준이 수시로 달라지는 감성적 가치항목
. 정신적 가치 : 희소성/신분의 상징/브랜드 품격과 같이 기능이나 감성을 넘어 그들만의 희소가치를 추구하고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항목 (명품시계)
- <마케팅 원리, 2018, 박찬수>의 ‘상품편익’
. 기능적 편익 : 상품이 직접적으로 제공해주는 편익
. 심리적 편익 : 상품을 구입, 소유, 사용하면서 얻는 심리적인 만족감(화장품 브랜드)
. 사회적 편익 : 상품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위나 개성을 표현하면서 얻는 편익 (예;명품 옷, 자동차)
대부분의 상품은 복수개의 가치(편익)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여러가지 가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상품기획을 위해서는 복수개의 가치들을 어떤 비중으로 혼합하고 마케팅할 것인가를 의사 결정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B2C 상품(2016년)과 B2B 상품(2018년)의 고객가치 속성을 설명한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6>의 B2C 시장의 고객가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6>에서는 B2C 상품의 고객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를 아래와 같이 4개 범주 30개 요소를 피라미드 형태로 정리했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의 아랫부분은 생존, 안전이고 상위단계는 자아실현이듯이 가치 피라미드의 아래 단계는 상품의 기능적 요소들이고 상위단계는 개인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참여하는 요소들이다. 매슬로우 이론에서 하위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상위욕구로 전환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듯이 상품의 가치속성도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충족 없이(주로 품질) 상위의 가치속성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출처 :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2016 9월호]
위와 같이 상세하게 가치속성을 분류하면 고객가치 분석 및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은행 이용이 편리하다는 것을 상세하게 분석하면 ‘시간 절약’, ‘번거로움 피하기’, ‘단순화’, ‘수고절감’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추상적인 (벙벙하다는 말이 더 와 닿음) 상품기획은 가능해도 추상적인 상품개발은 불가능하다. CEO가 고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은행서비스를 하라고 말할 수 있어도 상품관리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번거로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
카카오는 '브런치' 상품(서비스)을 통해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안하고자 했을까? 개방형의 블로그에 비해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만 글을 게시 할 수 있는 폐쇄형, 그리고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을 '작가'라고 호칭하는 것등을 볼 때 브런치가 지향하는 고객가치의 속성은 '자아실현', '제휴/소속', (출판) 동기부여, 배지가치과 같은 상위수준의 고객가치가 아닐까? (배지가치는 배지 badge가 주는 자부심이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의 ‘B2B 시장의 고객가치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8>에서는 B2B 상품에 대한 고객가치를 5개 범주 40개 요소로 구분하였다. B2C의 가치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하위범주는 객관적 가치를, 상위범주는 주관적 가치를 배치했다. 최 하위는 기업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기본 요건(내부 규정, 가격, 규격)에 해당하며 ,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기능적 요소에 해당하는 매출 개선, 비용 절감, 제품품질과 관련된 가치들이다. B2C 상품의 기능적 요소는 14개였지만, B2B의 기능적 요소는 5개로 줄어들었다. B2C의 기능적 요소의 많은 내용들이 B2B에서는 비즈니스 환경개선 가치에 포함했다. (예:번거로움 해소, 시간절약, 통합, 단순화 등)
[출처 :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2018 3월호]
이상 고객가치의 유형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객가치의 유형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학위논문을 적을 목적이 아니라면 상품관리자의 업종이나 상품에 적용가능한 속성들을 찾거나 변경하여 적용하면 된다. 고객만족,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공허한 단어를 PPT에 남발하는 대신 고객의 일상과 고객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어설픈 지도라도 만들고 계속 보완하기 바란다..